2025.2.12.연중 제5주간 수요일                                                     창세2,4ㄱ-9.15-17 마르7,14-23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

<한계를 아는 지혜와 겸손, 한계의 훈련과 자유>

 

 

“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하소서.”(요한17,17)

 

연중 제5주간 제1독서는 창세기입니다. 오늘은 앞서의 천지창조와 또 다른 하나의 창조일화를 만납니다. 앞서의 사제계 문서보다 훨씬 오래된 야훼문서에 나오는 설화입니다. 오늘은 천지창조와 별개로 인간의 창조에 초점을 맞춥니다. 창조설화는 역사도 아니고 과학도 아닙니다. 

 

오늘 창조설화의 의미는 이땅의 사물의 순서에서 인간이 우선임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은 흙으로 인간의 몸을 빚어내는 도공처럼 일하는 모습입니다. 히브리어 아다마(땅)에서 유래한 아담(사람)입니다. 이 창조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어제처럼 긴 창조과정 끝에 모든 하위 피조물이 생겨난 다음 나타나지 않고, 다른 모든 것보다 먼저 처음에 생겨납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동쪽에 에덴 동산을 만들고 그 동산에는 보기에 좋고 먹기에 좋은 온갖 나무에 과일을 제공하게 하셨고, 생명나무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도 두셨습니다. 수메르언어 에덴에서 유래한 에덴은 비옥한 평야를, 히브리말에서는 ‘기쁨, 환희’를 의미하므로, 에덴은 기쁨의 정원을 뜻하며 우리는 여기서 그리스어 ‘파라다이스(낙원)’라는 단어를 얻습니다.

 

남자인 사람의 책임은 정원을 경작하고 돌보는 것이며 그는 모든 식물을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전체적인 인상은 삶이 쉽고 매우 즐거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에게 이렇게 명령하십니다.

 

“너는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에서 열매를 따 먹어도 된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는 따 먹으면 안된다. 그 열매를 따 먹는 날, 너는 반드시 죽을 것이다.”

 

오늘 창세기 독서는 여기서 끝납니다. 모두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며 분명히 한계가 주어집니다. 절대로 선악과 나무 열매는 건드리지 말라는 한계입니다. 이 한계를 넘어서는 죄를 짓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마치 그리스신화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 때 처럼 시작되는, 인간 불행이요 죽음입니다. 여기서 생각난, 오래전에 인용했던 말마디입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

 

결코 영원히 잊지 못할 충격적 말마디였습니다. 독일의 문호이자 시성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말마디입니다. 한계를 마구 유린하며 탐욕에 따라 함부로 막 살 때 바로 거기가 지옥이라는 것이며 우리가 무수히 목격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입니다. 하느님께서 천지창조시 하신 일도 혼돈의 땅을 순차적으로 한계 짓는 일입니다. 서로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도 각자 영역의 한계를 지키는 것은 기본적 필수 의무입니다.

 

수도원의 자연을 봐도 경계의 한계에 따라 각 구역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루 수도원의 일과표도 각 영역이 한계되어 있으며 전체가 조화를 이룹니다. 그러나 탐욕으로 한계를 넘어섬으로 균형과 조화가 깨지고 무질서하고 혼란할 때 세상은 지옥으로 변합니다. 

 

모든 분쟁과 싸움은 한계를 넘을 때 시작됩니다. 바로 이런 한계를 깨는 것이 범죄요 이들은 감방의 좁은 공간의 한계내에서 지내는 벌을 받게 됩니다. 모든 분쟁과 싸움은 한계를 넘을 때 시작됩니다. 참으로 한계를 아는 것이 지혜이자 겸손이요, 서로의 한계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지켜주는 것이 예의이자 사랑입니다. 

 

그러니 한계의 훈련, 한계의 영성입니다. 한계의 훈련과 자유입니다. 바로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정주서원은 물론 모든 수행이 결국은 한계의 훈련을 통해 자유를 목적으로 하는 한계의 영성임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복음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예수님의 복음 말씀이 참으로 단호합니다.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예수님은 얼마나 중요한 내용인지 재차 강조하십니다.

 

“너희는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그것들은 마음 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는 것을 밝히십니다. 사실 먹고 아래로 나가는 오물의 배설물은 화장실의 정화조를 통해 완벽하게 처리되는데, 문제는 위에서 나오는 것들입니다. 입으로부터 나와서 사람을 더럽히고 공동체를 오염시키는 것들은 모두가 한계를 무참히 유린하는 죄의 악행들이고 이는 우리 인간의 적나라한 실존적 체험입니다. 예수님의 단호한 말씀이 오늘 복음의 결론입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이 모두 하나의 공통점은 한계와 질서를 깨는, 무질서의 혼란을 조성하는 악한 것들이라는 것입니다. 악마가 지옥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한계를 유린하는 부정적 악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바로 악마요, 이런 부정적인 것들이 만연된 현실이 바로 지옥입니다. 천국과 지옥은 바로 우리 마음에서 시작됨을 봅니다. 천사, 괴물, 악마, 야수, 폐인 모두가 인간의 가능성입니다.

 

같은 입에서 찬미와 감사도 나오고 같은 입에서 온갖 악의 오물들을 쏟아냅니다. 결국은 마음이 문제입니다. 마음이 좋아야 말도 글도 행동도 좋습니다. 마음이 깨끗해야 하느님을 뵙는 행복도 있습니다. 시편 37장 말씀처럼 의인으로 사는 것입니다.

 

“의인의 입은 지혜를 자아내며, 

 그의 혀는 옳은 것을 말하느니라.

 하느님의 법이 그의 마음에 있어, 

 그의 걸음이 흔들리지 않느니라.”(시편37,30-31)

 

마음의 도야(陶冶)를 위한 독서의 수행을 강조하는 다산의 말씀도 좋습니다.

 

“위로는 성현을 뒤따라가 짝할 수 있고, 아래로는 백성을 깊이 깨우칠 수 있으니, 독서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이다.”<다산의 여유당 전서>

 

기도와 함께 가는 독서요 공부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은총과 더불어 한계의 수행과 훈련의 노력으로 마음을 정화하고 성화함이 얼마나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화답송 후렴처럼, 우리 가톨릭교회 수도자들이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 수행이 마음의 순화와 정화에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 또 한계의 영성, 한계의 훈련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감사로이 깨닫습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자기는 물론 서로의 한계를 아는 것이 지혜와 겸손이요 이런 한계를 배려하고 존중함이 예의와 사랑입니다. 한계의 훈련과 자유요, 이런 한계의 영성에 충실할 때 펼쳐지는 균형과 조화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상호공존의 하늘 나라의 삶입니다. 바로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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