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9.14.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신랑 박정우 라파엘과 신부 박지은 리디아 혼인미사
창세기1,26-28.31ㄱ 에페5,2ㄱㄷ.25-32 마태19,3-6
장소;명동성당 파밀리아 채플
시간;2025.9.14. 오전11:00
사랑의 기적
“감사하는 사랑, 노력하는 사랑, 차이를 존중하는 사랑”
오늘 우리는 신랑 박정우 라파엘과 신부 박지은 리디아의 혼인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또 오늘은 성 십자가 현양 축일로 성 십자가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을 묵상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주일 복음도 오늘 혼인미사와 잘 어울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이처럼 하느님의 충만한 사랑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창세기 독서에서도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다’ 말씀하십니다. 바로 당신의 모습대로 사랑으로, 존엄한 품위의 사람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입니다.
얼마전 라파엘과 리디아 예비부부가 리디아 어머니와 함께 저를 방문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신부 리디아 어머니 서정화 소화 데레사 자매는 지금부터 48년전 초등학교 6학년 때 제가 가르쳤던 참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한 제자였습니다. 모전자전,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 어머니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그대로 닮은 신부 리디아입니다.
사랑하면 닮아 예뻐진다 합니다. 예비부부가 서로 닮아 예뻐졌다 싶어, 그동안 사귀어 본 결과 신부 리디아에게 신랑 라파엘에게 몇점을 주겠느냐 물었더니 주저없이 “100점이요!” 대답했고, 이어 신부에게 신랑의 점수를 물었더니 “만점이요!” 답했습니다. 얼마나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지, 서로는 물론 양가 부모 모두를 기쁘고 행복하게 했습니다. 서로 사랑하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나오는 탄성입니다.
“아, 서로 사랑함으로 서로를 구원했구나! 그러니 서로 감사해야 하겠구나! 혼자서는 구원이 없겠다!”
사랑의 기적이자 선물입니다. 서로 사랑함으로 서로를 구원한 것이니 서로 기뻐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도 알아야 하고, 공부해야 하고, 배워야 합니다.
첫째, 감사하는 사랑입니다.
사랑의 선물에 기뻐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기쁨과 감사는 믿는 이들의 빛나는 표지입니다. 사실 감사하기로하면 끝이없고 감사할 때 겸손과 기쁨이 뒤따릅니다. 이렇게 만나 서로 사랑하고 결혼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 하느님 은총의 선물입니다. 그러니 감사해야 합니다. 주님은 바오로 사도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형제 여러분,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또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내놓으신 것처럼, 여러분도 사랑안에서 살아가십시오.”
이런 주님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응답이 서로간의 사랑이요, 사랑안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바로 아가페 순수한 사랑입니다.
둘째, 노력하는 사랑입니다.
혼인은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입니다. 부부가 혼인했다 하여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사랑의 시작입니다. 늘 주님 안에서 서로 용서하고 새롭게 노력하는 사랑입니다. 둘이 함께 살아 있는 그날까지 완성해 가야할, 일치의 여정중에 있는 사랑입니다. 서로간의 연정戀情의 사랑도 점차 주님을 닮아 익어가면서, 그윽하고 은은한 향기의 우정友情같은 참사랑이 됩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이제 라파엘과 리디아는 둘이 아나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
사랑의 일치를 위해 한결같이, 하루하루 날마다 노력하는 사랑이요, 주님은 늘 함께 하시며 도와 주십니다. 그러니 언제나 초보자의 겸손한 마음으로 주님과 함께 사랑의 여정에, 사랑의 공부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셋째,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사랑입니다.
셋 중 가장 중요한 사랑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서로의 거리를,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진실하고 성실한 예의 바른 사랑입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복을 받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수록 이런 상호배려와 존중의 사랑이 샘솟습니다.
오늘 이 거룩한 주님의 혼인미사 은총이 평생 끊임없이 샘솟는 사랑의 원천이 되어, 여러분을 위로해 주고 치유해 줄 것입니다. 끝으로 혼인미사 강론때 늘 인용하는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결혼에 대하여”라는 글 일부로 강론을 마칩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그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
비록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 처럼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