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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9. 연중 제14주간 토요일                                                                           이사6,1-8 마태10,24-33


                                                                           새로운 출발

                                                                         -끝은 시작이다-


‘끝은 시작입니다. 새로운 출발입니다. 오늘은 순례의 끝이자 새로운 순례의 시작입니다.’ 오늘 순례 마지막 날 뮌스터쉬발작 수도원 지하 성당에서 미사 시작전 한 말이 새롭게 생각납니다. 하느님을 믿는 순례자들에겐 늘 새로운 시작, 새로운 출발이 있을 뿐입니다. 


오늘 지금 시간은 독일 시간 7.7일 오후 6시35분, 오후 6시 프랑크후르트 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힘차게 하늘을 날기 시작했습니다. 제 좌석 앞 화면에는 늘 비행할 때 습관처럼 비행지도 따라 힘차게 나는 비행기를 볼 수 있습니다. 


목적지를 향해 힘차고 용감하게 날아가는 비행기는 내 구도여정중의 영원한 롤모델입니다. 마치 하느님 향한 도반처럼 정답게 느껴지는 비행기가 자랑스럽습니다. 고국인 한국을 향해 이렇게 비행할 때 처럼, 세상을 떠나 하늘나라 본향을 향해 비행할 때도 이렇게 마음 설렜으면 좋겠습니다. 약10시간의 비행 중에는 떠가는 비행기만을 바라보며 오직 하느님만을 생각하며, 7.7일 하루를 회상하며 7.9일 강론을 쓰려합니다. 


“주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당신만이 나의 행복이십니다.”


시편의 고백이 절로 나옵니다. 정다운 도반들과의 아름다운 추억들 가득한 수도영성 순례피정 기간이었습니다. 다리가 불편한 저를 배려하여 몇 형제들은 제 노트북이 든 무거운 가방을 교대로 들어주었고 늘 함께 해 주었습니다. 


이에 대한 보답으로 저는 평소 해오던 대로 새벽마다 강론을 써서 미사 때 나눴고 인터넷에 올려 모든 사랑하는 이들과 널리 나눴습니다. 모두가 천사들처럼 환한 얼굴로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들의 순례도반들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만난 도반들이었지만 모두가 정답게 느껴지는 신심깊은 아름다운 영혼들이었습니다.


수도원에서 수사님들과의 아침기도 후 지하 성당에서의 마지막 미사 분위기도 참 경건하고 거룩했습니다. 어느 자매는 ‘새로 태어난 저를 보호해 주십사 기도했습니다.’라는 깨달음의 고백도 했습니다. 이어 뷔르츠베르크 천년고도 아이엔베르크 성에 잠시 들려 뷔르츠베르크 고도를 조망하며 다시금 천년고도를 마음 속 깊이 담았습니다. 


옛 주교 궁전의 정원은 얼마나 호화롭고 잘 가꿔져 있던지요. 당시 주교는 영주이자 성주의 절대 권력자 였으며, 민초들의 시련과 고난이 얼마나 컸겠는지는 높은 성곽과 우람한 전망대이자 감옥이 이를 입증하고 있었습니다. 


프랑크후르트 공항에 도착하여 순례 도반들과의 아름다운 작별도 생생합니다. 특히 출국수속까지 완벽하게 밟아준 가이드의 노고가 너무나 고마워 약간의 감사금도 선물했습니다. 영적가이드로서 수도사제의 역할도 이웃 형제들의 하늘나라행 수속이 완료될 때까지 이와 같아야 하지 않겠나 마음 깊이 새겼습니다. 이런저런 배움과 깨달음의 추억들 가득 담고 성공적으로 끝난 순례피정여정이었습니다.


끝은 시작이요 새로운 출발입니다. 바로 끝과 시작 사이에 주님과의 만남이 있습니다. 주님과 만날 때 끝은 새로운 시작이 됩니다. 바로 이 주님과의 만남 시간이 미사와 기도시간입니다. 어제까지 호세아가 1독서의 주인공이었다면, 오늘부터 1독서의 주인공은 이사야입니다. 이사야의 성소의 과정이 시사하는바 깊습니다. ‘주님과의 거룩한 만남-회개-정화-파견’이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봅니다.


1.“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만군의 주님! 온땅에 그분의 영광이 가득하다.” 사랍들의 찬미소리는 그대로 이사야의 거룩한 하느님의 체험體驗입니다. 바로 미사때 마다 거룩한 주님을 체험하며 사랍 천사들과 함께 외치는 우리의 찬미이기도 합니다.


2.“큰일났구나. 이제 나는 망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이다. 입술이 더러운 백성 가운데 살면서, 임금이신 만군의 주님을 내 눈으로 뵙다니!” 그대로 이사야의 생생한 회개悔改 체험의 고백입니다.


3.“자, 이것이 너의 입술에 닿았으니, 너의 죄는 없어지고 너의 죄악은 사라졌다.” 사랍 천사를 통한 주님의 말씀과 더불어 정화淨化되는 이사야입니다.


4.“내가 누구를 보낼까? 누가 우리를 위해 가리오?” 주님의 말씀에, 즉각적으로 “제가 있지 않습니까? 저를 보내십시오.”흔쾌히 파견派遣을 수락하는 이사야입니다. 


‘주님과의 만남-회개-정화-파견’이란 아주 심오한 하느님 신비체험단계를, 성소과정을 보여주는 참 좋은 실례입니다. 아니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를 통해서 알게 모르게 이런 단계를 통해 이뤄지는 우리의 성소 신비체험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세상 그 아무도,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라 하시고, 영혼도 육신도 지옥에서 멸망시킬 수 있는 그 분만 두려워하라 하십니다. 


진정 하느님을 경외하여 신뢰할 때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아니 사람뿐 아니라 세상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바로 이사야처럼 거룩하신 하느님을 만나 회개와 정화가 이뤄질 때 비로소 사라지는 두려움의 어둠입니다.


“참새 한 마리도 너희 아버지의 허락없이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귀하다.”


주님을 만나 회개하여 정화될 때 선사되는 이런 두려움 없는 믿음입니다. 저절로 주님의 부르심에 자발적으로 응답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을 만나 회개, 정화된 우리를 당신 성령으로 가득 채워 주시고, 각자 삶의 자리로 파견하시어 새로운 출발을 하게 하십니다. 


이번 ‘독일-오스트리아 수도원 수도영성 순례피정’에 함께 했던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께 주님의 풍성한 축복을 빕니다. 아멘.


-독일시간 2016. 7.7 오후 9시(한국시간 2016.7.8.일 오전 4시), 볼가Wolga 러시아 하늘 상공에서 이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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