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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7.14. 연중 제15주간 목요일                                                            이사26,7-9.12.16-19 마태11,28-30


                                                                          백제의 미소

                                                                          -고향순례-


오늘 어제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7.14일 강론을 쓰는 지금 새벽 시간, 여기는 내 고향 충남 예산 덕산에 있는 덕원온천입니다. 10대 초 만난 사촌형제들과 무려 50년 만에 만나 1박2일 고향순례차 어제 시골을 찾았습니다. 강론을 써서 올릴 노트북 가방과 미사가방을 든 저를 포함하여 모두 각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70대 전후의 5명의 사촌 형제들이었습니다.


운전은 최고 연장자인 서울에 살고 있는 목사님인 71세의 고모님댁 사촌 형님이 하셨고, 수도원의 저와 미국에 머무는 개신교의 장로님 아우, 수원에 머무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 아우, 대전에 있는 유교적 가풍이 몸에 밴 형님 모두 다섯이 우선 함께 추억이 짙었던 시골을 찾았습니다. 


우선 윤봉길의사 사당앞에서 잠시 머문다음, 봉산면 구암리의 선산을 찾아 묘소에 참배한 후 옛 발자취를 찾았습니다.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가 아니라 사람은 어디도 보이지 않고 산천도 완전 바뀌어 옛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적막한 한 낮 잠시 별 감흥없이 잠시 들른 후 떠났습니다. ‘뭘 보고 배우나?’라는 말마디로 저절로 나왔습니다. 도대체 옛 자연이나 건물이나 집들을 찾을 수 없는 고향이었습니다.


이어 순례한 산 속 깊숙이 자리한 서산 용현리에 있는 ‘백제의 미소’라 명명하는 마애여래 삼존상의 미소를 잊지 못합니다. 암벽에 부드러이 새겨진 ‘백제의 미소’ 마애여래 삼존상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마애불중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얼굴 가득 자애로운 미소를 띠고 있어 당시 백제인의 온화하면서도 낭만적인 기질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빛이 비치는 방향에 따라 웃는 모습이 각기 다르게 보이는 특징이 있었습니다. 


중앙에 현세불을 의미하는 여래입상, 좌측에 과거불을 의미하는 제화갈라보살입상, 우측에 미래불을 의미하는 반가유상이 삼세불로 조각되어 있습니다. 정말 보면 볼수록 마음 끌리는 백제의 미소, 무궁한 신비를 담은 반가유상으로 닮고 싶은 미소였습니다. 모나리자 미소와는 견줄 수 없는 한없이 푸근하고 고아한 풍취까지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내 자신 백제인임을 실감케한 석불이었습니다. 하여 지체없이 강론 제목을 ‘백제의 미소’로 택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한 예수님의 미소도 분명 이랬을 것입니다. 이런 백제인들의 후예인 충청도 70대 전후의 우리 다섯 형제들의 화기애애한 모습도 그대로 이 미소를 닮았다 싶었고 이후도 참으로 행복한 시간을 갖었습니다.


수도원에 입회 후 35년 동안 밤12시에 노래하여 잠들기는 처음입니다. 참 역사적인 날입니다. 노래방에 들려 무려 2시간 반을 5명의 사촌 남자 형제들이 함께 50여년에 걸친 대중가요와 가곡을 훑었습니다. 저에게 대부분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저만 빼놓고 사촌들의 노래 솜씨는 프로였습니다, 제 노래 솜씨를 직감한 사촌 형님은 교회 노래도 좋으니 하라고 격려했습니다.


모두 100점을 오갈 정도의 실력에 정열적인 열창이었고 나는 간신히 예전 좋아하던 가수 최희준의 하숙생, 진고개 신사, 맨발의 청춘을 불렀는데 아예 점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제 수준을 아는 형제들이 함께 해주니 참 행복했습니다. 참으로 생전 처음 들린 노래방에서 건전하면서도 철학이 깊이 담긴 많은 노래를 배웠습니다. 개신교 목사님인 형님의 노래가 끝나자 다른 형님의 '혹시 사이비 목사가 아닙니까?' 농담에 폭소도 터뜨렸습니다.


70대 전후의 사촌 형제들의 이런 만남은 그대로 하느님이 마련하신 축복이었습니다. 그리고 밤 12시에 잠시 이야기를 나눈후 하나의 큰 온돌방에서 함께 자리 펴고 잠을 잔 후 저만 4시에 먼저 일어나 강론을 쓰는 것입니다. 군대 막사생활 이후, 이렇게 함께 한 방에서 자보기도 처음입니다. 


오늘 아침은 예산 시장에 들려 장터국밥을 먹고, 추사 김정희 유택을 순례한후 당진 송산에 있는 솔뫼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지를 순례한 후, 점심은 온양에서 유명한 콩국수를 먹고 함께 상경할 예정입니다. 참 행복한 성과 속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 1박2일의 순례여정이었습니다. 이런 삶에 신앙이 통합되어 백제의 미소가 탄생되지 않나 싶습니다.


소문만복래라는 말이 있습니다. 웃는 얼굴에 저절로 만복이 깃든다는 말입니다. 요즘 같이 삭막한 시대에 주님의 평화가 가득담긴 미소보다 더 좋은 선물도 없을 것입니다. 인위적으로 꾸밀 수 있는 미소가 아니라 전 인격에서 배어나오는 미소입니다. 사랑을 하며는 예뻐진다는 대중가요 말마디는 영원한 진리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입니다. 기도와 삶이 하나로 어우러져 깊어질 때 백제의 미소, 온유와 겸손의 미소입니다. 오늘 이사야의 고백의 기도가 정말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제 심중을 대변합니다. 그대로 여러 대목을 인용합니다. 기도하는 의인임을 깨닫습니다.


“의인의 길은 올바릅니다. 당신께서 닦아주신 의인의 행로는 올곧습니다. 주님, 저희는 당신께 희망을 겁니다. 당신 이름 부르며 당신을 기억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저의 영혼이 밤에 당신을 열망하며, 저의 넋이 제 속에서 당신을 갈망합니다. 주님 당신께서는 저희에게 평화를 베푸십니다. 저희가 한 모든 일도 당신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신 것입니다. 당신의 죽은 이들이 살아나리이다. 그들의 주검이 일어서리이다. 깨어나 환호하여라.”


깨어나 환호하며 시작되는 고향순례 2일차입니다. 오늘 복음은 제가 고백성사 보속의 처방전으로 가장 많이 써드리는 말씀 중 하나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모두 백제의 미소, 당신의 미소를 배울 수 있는 결정적 비결을 가르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의 마음을 온유하고 겸손하게 하시고 안식을 선물하시어 늘 백제의 미소, 예수님의 미소를 짓게 하십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바라는 사람!”(시편34,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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