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26. 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예레14,17ㄴ-22 마태13,36-43


                                                                               구원과 심판

                                                                      -하느님께 희망을 둔 삶-


오늘은 가라지의 비유 설명을 통해 ‘구원과 심판’에 관한 묵상을 나눕니다. 가라지의 비유 설명은 예수님 친히 발설하신 것이 아니라 가라지 비유에 대한 초대교회의 풀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전반부(37-39)에서는 가라지 비유에 나오는 일곱가지 낱말 하나하나를 새기는데 이를 일컬어 전형적인 우의적 해설이라 합니다. 후반부(40-43)는 인자의 종말심판을 묘사하는 짤막한 묵시록입니다.


여기서는 구체적으로 씨뿌리는 사람은 예수님 자신이고, 밭은 세상이고, 좋은 씨는 하늘나라의 자녀들이고, 가라지들은 악한 자의 자녀들이며, 가라지를 뿌린 자들은 악마이고, 수확때는 세상 종말이며, 일꾼들은 천사들입니다.


원래의 가라지 비유가 크리스천 공동체내의 선인과 악인의 피할수 없는 필연적인 공존과 인내에 초점이 주어졌다면 여기 비유의 풀이에서는 종말에 있을 심판과 구원에 초점을 둡니다. 악인들은 벌을 받고 선인은 상급을 받는 다는 것입니다.


인과응보, 사필귀정이란 말이 생각납니다. 오늘의 비유는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종말을 생각하게 하며 회개에로 이끕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종말의 죽음입니다. 언젠가 있을 죽음에 대비하여 지금부터 좋은 씨의 하늘나라의 자녀들로 깨어 살라는 것입니다. 세례를 받아 좋은 씨의 하늘나라의 자녀들이 된 우리들이지만 세례성사 자체가 구원의 보증 수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입니다. 우리 수도자의 가장 큰 일은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일’이라 합니다.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좋은 씨의 하느님의 자녀들로 끊임없이 내적성장과 성숙이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하여 끊임없이 자신을 일깨우게 하기 위해 사부 성 베네딕도는 제자 수도승들에게 날마다 죽음을 환히 두고 살라 하십니다. 


제가 자주 인용하는 구절도 생각납니다. 노자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실 (天網恢恢 疎而不失)이란 말마디가 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풀이하면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하게 보이지만 새는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무도 하느님의 심판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이 믿음이자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구원과 심판은 한 실재의 양면입니다.


“그때에 의인들은 아버지의 나라에서 해처럼 빛날 것이다. 귀있는 사람은 들어라.”


매일 미사때마다 앞당겨 체험하는 구원의 실재입니다. 이와 반대로 악인들은 불구덩이에 던져져 울며 이를 갈게 된다는 충격요법의 심판의 표현은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지옥은 장소 개념이 아니라 관계 개념입니다. 어느 학자는 ‘지옥은 하느님이 피워놓으신 석탄불구덩이가 아니라 각자가 자기 행실을 부끄러워하는 뜨거운 후회’라고 설명합니다. 


결국은 지옥은 하느님이 내리시는 벌이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자유인으로 책임있는 처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오늘 1독서는 예레미야의 탄원의 기도입니다. 인간의 불행을 아파하는 하느님의 마음이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 처녀 딸 내 백성이 몹시 얻어 맞아, 너무도 참혹한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기근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현실에서 바치는 예레미야의 탄원중 표현되는 하느님의 울음입니다. 에레미야의 다음 진솔한 기도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며 참회로 이끕니다.


“주님, 참으로 저희가 당신께 죄를 지었습니다. 저희와 맺은 계약을 기억하시고, 그 계약을 깨지 마소서. 이 민족들의 헛것들 가운데 어떤 것이 비를 내려줄 수 있습니까? 하늘이 스스로 소나기를 내릴 수 있습니까? 그런 분은 주 저희 하느님이신 바로 당신이 아니십니까? 그러기에 당신께 희망을 둡니다.”


회개의 구체적 표현은 헛것들인 세상 우상들에서 벗어나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사는 것입니다. 재앙중의 재앙이, 병중의 병이 하느님을 모르는 무지無知요 하느님을 잊는 망각忘却입니다.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산다는 말은 하느님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산다는 것입니다. 이래야 환상幻像, 허상虛像우상偶像의 세상 헛것들에서 벗어나 오늘 지금 여기서 구원의 삶을 삽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오늘도 우리 모두 당신 앞에서 구원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저희 구원의 하느님, 당신 이름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도우소서. 저희를 구하소서. 저희 죄를 용서하소서.”(시편79,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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