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13. 화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학자(344/49-407) 기념일

                                                                                                   1코린12,12-14.27-31ㄱ 루카7,11-17


                                                                   주님과의 만남

                                                                   -"일어나라!"-


어제의 만남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38년전 가르쳤던 초등학교 6학년 때의 50대 초반 제자들이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가득 들고 선생님이었던 저를 찾았습니다. 알고보니 모두가 그리스도교 신자들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주님 안에서의 만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 여제자와 한 남제자는 전 번에 왔었던 제자들이었고, 두 남제자들은 38년만에 처음 만난 제자들이었습니다. 14살 때 아이들이었는데 지금 52세들이 되었습니다. 한 제자는 자기 6학년 때 선생님을 보여 주고자 6학년 아들을 대동하였습니다. 모두 집무실에서 이제 머리칼 희끗한 초로의 제자들이 동심으로 돌아가 ‘스승의 은혜’를 합창할 때는 정말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여 제자가 동영상과 함께 보내준 문자 메시지입니다.


“선생님과 같이 늙어가는 멋진 남친들 때문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근데 왜 저리 노래를 못 부르지요ㅋㅋㅋ. 그래도 선생님은 좋으시죠? 모든 게 선생님의 올바른 가르침 덕에 바르게 잘 자랐어요.”


정말 모두가 험하고 힘든 세상 행복한 가정을 잘 꾸려 잘 살고 있는 모습이 마음 뿌듯한 기쁨이었습니다. 이런 만남 역시 주님의 선물이요, 깊이 보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하느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과의 만남이기에 생명과 빛, 기쁨으로 넘쳤던 분위기였습니다. 떠날 때는 함께 사진도 찍고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졸저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만남 중의 만남이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만일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우리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겠는지요. 주님을 만났기에 성인聖人들이요, 오늘 기념하는 성 요한 크소스토모 주교도, 오늘의 우리도 있을 수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빛이요 생명이요 희망입니다. 이런 주님과 만나야 참으로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을 만나야 참 나를 발견하여 의미 충만한 삶도 살 수 있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은 그대로 참 나와의 만남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나인 고을에서 주님과 과부와 그의 죽은 외아들과의 만남이 감동적입니다. 그대로 생명과 죽음, 빛과 어둠, 희망과 절망, 기쁨과 슬픔의 만남을 상징합니다. 죽음이 생명으로, 어둠이 빛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변하는 부활의 상징적 은혜로운 장면입니다. 


사랑의 기적입니다. 가엾이 여기는 주님의 연민의 사랑에서 시작된 주님과 만남의 기적입니다. “울지마라.” 과부를 위로하시며 관에 손을 대시며 이르시는 주님의 생명과 빛이 넘치는 우렁찬 주님의 말씀입니다.


“젊은이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벌떡 일어나라는 말씀입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절망하여 자포자기 일어나지 않는 게 대죄입니다. 


주님의 말씀에 죽은 이가 일어나 앉아서 말을 하듯,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살아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해 살아있으나 실상 죽어있는 죽음과 어둠, 절망 속에 자기를 잊고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평생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면 참 어리석고 억울한 삶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음의 사람들은 모두 두려움에 사로잡혀 하느님을 찬앙하며 주님과 은혜로운 만남을 고백합니다.


“우리 가운데에 큰 예언자가 나타났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


그대로 살아있는 주님을 만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우리 가운데 나타나신 큰 예언자 주님을 만나는 미사시간이요, 미사를 통해 당신 백성인 우리를 찾아오신 주님이십니다. 


우리가 매일, 함께,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바치는 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의 궁극 목적 역시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에 있습니다. 이런 생명의 주님과 만날 때 비로소 개인도 공동체도 살아납니다. 


사람 개인뿐 아니라 우리 교회 공동체, 수도공동체도 한 몸의 유기체입니다. 끊임없이 사랑으로 성장, 성숙해야 하는 한 몸 공동체입니다. 바오로의 말씀이 오늘 주제와도 잘 어울려 고맙습니다.


“우리는 유다인이든 그리스인이든 종이든 자유인이든 모두 한 성령 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되었습니다. 모두 한 성령을 받아 마셨습니다. 몸은 한 지체가 아니라 많은 지체로 되어 있습니다.”


얼마나 은혜로운 말씀인지요.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체험하는 진리의 말씀입니다. 이미 성령안에서 세례를 받아 한 몸이 된 우리가 매일 미사를 통해 성령을 받아 모심으로 견고한 일치의 공동체가 되기 때문입니다. 성령을 통한 다양성多樣性, 연대성連帶性, 일치성一致性의 살아있는 공동체의 실현임을 깨닫습니다.


“여러분은 더 큰 은사를 열심히 구하십시오.”


우리 모두를 향한 바오로 사도의 간곡한 권고입니다. 더 큰 은사가 무엇입니까? 사랑입니다. 이어지는 코린도 1서 13장은 그 유명한 사랑의 찬가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의 모든 은사도 무용지물입니다. 


사랑은 생명입니다. 사랑을 통해 비로소 활성화되는 각자 받은 은사들이요 개인은 물론 공동체의 성장과 성숙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 만나는 우리 모두를 당신의 생명과 빛, 희망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은 참으로 좋으시고, 그분 자애는 영원하시며, 그분 진실은 대대에 이르신다.”(시편100,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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