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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5. 연중 제27주간 수요일                                                                         갈라2,1-2.7-14 루카11,1-4


                                                                              주님의 기도

                                                                          -바르고 진실한 삶-


사람 하나 만나기도, 제대로된 가정공동체 하나 만나기도 참 힘든 세상입니다. 중심이 없거나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확고한 중심이 있어야 내적일치의 참 사람, 참 공동체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하여 인생광야여정에 사람이 되든지, 괴물이 되든지, 폐인이 되든지 셋중 하나뿐이 없다고 단언하곤 합니다.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 아닙니다. 괴물같은 사람도, 폐인같은 사람도 부지기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되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힘든 일도 없습니다. 평생과정의 평생공부가 사람이 되는 일입니다. 우리 믿는 이로 말하면 하느님의 사람, 그리스도의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바르고 진실한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 뭐가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는 말도 있습니다. 


혼인 주례를 부탁한 어느 부모의 딸 이야기도, 결혼을 앞둔 어느 자매의 딸 이야기를 들으며 참 바르게 잘 큰 자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이 평생을 두고 함께 산 부모의 증언이라며 이보다 진실은 없기 때문입니다. 


삶도 보고 배웁니다. 영원한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바르고 진실한 삶보다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이런 삶은 존재 자체가 하느님 현존의 표징이자 구원의 선물입니다. 이런 삶을 대하면 저절로 기분이 좋고 위로가 되고 힘이 나며 희망과 용기가 생깁니다. 얼마전 읽은 다음 글에서도 순수함 자체가 최고의 선물임을 깨달았습니다.


“극단적으로 혼돈스러운 시대에 죽어가는 아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은 자신의 일을 완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어쩌면 순수한 것은 순수한 것으로 보답하겠다는 심성같은 것이다. 영화속에서도 지로의 여자 나호코만이 남자의 그 마음, 그 순수의 결정체를 이해한다. 그녀가 죽기 직전 스스로 이불을 걷고 거리로 나가 홀로 사라지는 건 더 이상 남자가 자신 때문에 상처를 받기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잊혀지지 않는 감동적인 대목입니다. 어떻게 하며 바르고 진실한 사람이 될 수 있겠는지요. 요즘 자주 묵상하는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시편46,11)라는 시편구절이 답을 줍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때로 멈춰 기도하며 우리 삶의 중심이자 방향인 하느님을 확인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어제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수도원길, 하늘길을 걸으며 잠시 멈춰 써놓은 ‘행복의 발견’이란 두편의 글도 생각납니다.


1.어둔 밤은/어둔 밤대로 좋고

밝은 낮은/밝은 낮대로 좋다

어둔 밤/별들 보며 하느님 은총을

밝은 날/해를 보며 하느님 사랑을/생각한다.


2.높은 나무/높은 산

저절로 하늘로 향하는 눈길

높은/나무 있어/하늘 높은 줄

높은/산 있어/하늘 높은 줄 알겠다

높은 사람 있어/하느님/높은 줄 알겠다


이렇게 잠시 멈춰 기도하며 우리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을 체험, 확인할 때 행복의 발견입니다. 기도와 삶은 함께 갑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결국 남는 얼굴도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둘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는 기도가 바르고 진실한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오늘 루가복음의 예수님이 기도의 모범입니다. 기도의 복음이라 할 수 있는 루카 복음입니다.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기도를 마치셨을 때 어떤 제자의 간절한 청입니다. ‘저희에게도 사는 것을 가르쳐 주십시오.’ 바꿔도 그대로 통합니다. 바로 기도를 배우며 삶의 본질을 배우기 때문입니다. 오늘 주님이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가 바로 삶의 원리를, 삶의 본질을 가르쳐 줍니다. 참 단순 명료한 기도입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중심의 진실하고 단순하고 순수한 삶 자체의 요약입니다. 이런 기도가 겸손한 참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소서. 날마다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모든 이를 용서하오니, 저희의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마태복음의 주님의 기도보다 짧고 간명하여 그 핵심이 투명하게 잘 드러납니다. 다양한 공동체의 구성원이지만 모두 아버지의 중심을 향하기에 저절로 다양성의 일치입니다. 모두가 아버지의 자녀들이 되고 서로는 형제자매들이 됩니다. 


이것은 우리가 미사때 마다 실감하고 체험하는 진리입니다. 이렇게 하느님 중심의 삶이 우리에게 평화와 안정을 주고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냅니다. 복잡하고 혼란한 삶도 단순하고 질서있는 삶으로 조정됩니다.


아버지 중심의 두 청원에 이은 세가지 기본적인 청원이, 날마다의 일용할 양식이요, 잘못한 모든 이들에 대한 용서와 아버지께 용서의 청원이요,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 달라는 청원입니다. 이 세 청원에 우리 삶의 모두가 망라되어 있습니다. 


날마다, 하루하루 이렇게 기도하고 살 때 비로소 바르고 진실한 삶입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공적으로 매일 미사때, 아침성무일도때, 저녁성무일도때 주님의 기도를 함께 바치며 묵주기도때도 무수히 바칩니다. 특히 매일미사때 주님의 기도를 바친후 서로간 평화의 인사를 하고 날마다의 일용할 양식인 주님의 성체를 모심으로 주님과 공동체와의 일치를 체험합니다. 


천사의 양식인 성체를 모심으로 찬미와 봉사의 천사적 삶을 살게 하는 미사의 은총, 주님의 기도의 은총입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사도인 베드로와 바오로의 불화도 하나의 과정으로, 살다보면 흔히 겪게 되는 현상입니다. 아마 함께 주님의 기도를 바치며 서로의 부족함을 깨닫고 화해하여 다시 일치의 삶을 살았으리라 생각됩니다.


‘주님의 기도’의 본자리는 공동미사전례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아버지의 자녀임을, 서로간 주님 안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깊이 깨달아 바르고 진실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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