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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28. 주일 주님 승천 대축일                                                                  사도1,1-11 에페1,17-23 마태28,16-20



아름다운 승천의 삶

-교회공동체를 통해서-



오늘은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교회는 이 주님 승천 대축일을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지 40일째 되는 부활 제6주간 목요일에 지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부활 제7주일로 옮겨지냅니다. 주님 부활에 이은 주님 승천이 우리를 기쁨으로 가득 채웁니다. 예수님의 승천은 우리의 궁극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은 얼마나 우리 마음을 기쁨과 희망으로 가득 채웠는지요.


“환호소리 높은 중에 하느님 오르시도다- 하느님 오르시도다.”


오늘 하루 내내 끊임없이 기도로 바치시며 승천의 기쁨을 앞당겨 누리시기 바랍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 아침 성무일도의 초대송 후렴은 물론 7절까지의 찬미가도 참 아름답고 풍요로웠습니다.


“알렐루야, 하늘에 오르시는 주 그리스도께+어서 와 조배드리세.”


마음이 답답하거나 막막할 때 제가 가장 많이 바라보는 것이 여기 불암산 배경의 하늘입니다. 여러분 역시 답답하거나 막막할 때 예수님께서 올라가신 하늘이신 하느님을 바라보며 마음을 하늘로 들어올리시기 바랍니다.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자체가 기도입니다. 화답송 후렴에 이은 아름다운 찬미가 두절(1절, 3절)만 나눕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 갈망하던 날/거룩한 주님의 날 밝아 왔으니

  세상의 희망이신 우리 주 예수/오늘날 높은 하늘 오르셨도다.


  빛나는 구름을 타고 올라가시며/믿는 이 모두에게 희망주시고

  일찍이 원조들이 닫아버렸던/낙원의 닫힌 문을 열어주셨네.”-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신학용어보다는 이런 시적 언어가 감동을 주고 기쁨과 희망으로 우리 마음을 환히 밝혀 줍니다. 이젠 우리가 바라보는 하늘도 예전 하늘이 아닙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하늘로 올라가심으로 활짝 열린 하늘길, 하늘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하늘이 상징하는바 하느님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하느님을 생각하고 사랑하라고 눈들면 하늘입니다. 눈들어 하늘 보고 기도하라고 직립인간입니다. 승천昇天, 귀천歸天, 소천召天이라 말마디 모두 하늘이신 하느님이 우리의 궁극의 목적지임을 알려 줍니다. 천상병 시인의 아름다운 시 귀천도 생각납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지상에 몸담고 살지만 마음은 늘 하늘이신 하느님을 향해 아름다운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아름다운 귀천의 죽음도 지상에서의 아름다운 삶의 열매입니다. 한 번뿐이 없는 소중한 삶, 부활 승천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실천하며 살 때 아름다운 귀천, 승천의 삶입니다. 아름다운 승천의 삶이 상징하는바 기품있는 삶, 격조있는 삶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미 지금 여기서 아름다운 승천의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한마디로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당신 제자들의 교회공동체에 맡겨주신 사명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두 천사가 넋을 놓고 하늘만 바라보는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한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오실 것이다.”


아니 이미 주님은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바로 파스카의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와 함께 사시려고 오십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이 상징하는 바 지상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우리 삶의 한복판 갈릴래아 삶의 자리에 늘 함께 하시는 파스카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복음 말미의 주님 말씀은 바로 우리 교회공동체에 주시는 말씀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얼마나 고무적이고 은혜로운 말씀인지요. 결코 개인에게 주시는 말씀이 아닙니다. 혼자서가 아닌 교회공동체와 더불어의 승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 끝날까지 당신께서 사랑하시는 우리 교회공동체와 함께 하시겠다는 주님의 철석같은 약속입니다. 저승의 세력도 감히 이길 수 없는 교회공동체요 하늘나라의 열쇠를 지니고 있는 교회공동체입니다.


교회공동체의 중심에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으신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이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시고 하늘에 올리시어 당신 오른쪽에 앉히셨습니다. 모든 권세와 권력과 권능과 주권 위에, 그리고 현세만이 아니라 내세에서도 불릴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신 것입니다.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은 바로 이런 자랑스런 분이십니다. 교회를 넘어 온 세상의 통치자가 된 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온통 섬기는 삶으로 자신을 한없이 낮추시고 비우신 겸손한 예수님을 우주 만물의 통치자로 삼으셨으니 역설의 신비이자 사필귀정입니다. 죽은 후 저절로 누구나의 승천이 아닙니다. 예수님처럼 비움으로, 순종으로, 섬김으로, 겸손으로 아래로 내려간 이들이 하늘에 오르는 승천입니다. 바로 필리피 찬가가 이를 입증합니다.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고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필리2,8-9).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하늘길'이라 일컫는 수도원 정문에서 수도원성당까지 난 수도원길입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하늘길을 활짝 내신 주님 승천대축일입니다. 수도원길 하늘길을 걸을 때 마다 비움의 여정, 순종의 여정, 섬김의 여정, 겸손의 여정을 통해 하늘에 오르는 것임을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마침 2년전 이맘때쯤 써놓은 '하늘길'이라는 시도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하늘길이 되고 싶다

하늘길/가로수街路樹가 되고 싶다

늘/걸어도 좋은 수도원 하늘길이다.”-2015.5.24.


하느님은 만물을 그리스도 예수님 발아래 굴복시키시고, 만물 위에 계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교회의 머리로 주셨습니다. 하여 우리 교회공동체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모든 면에서 만물을 충만케 하시는 그리스도로 충만해 있습니다. 자랑스럽게도 이런 그리스도 예수님을 교회공동체의 머리로 둔 우리들입니다.


에페소서의 교회론이 참 웅대합니다. 온 우주만물을 포용하고 있는 우리 교회공동체입니다. 세상 모두가 그리스도 예수님 휘하에 있는, 어찌보면 세상 모두가 교회공동체에 속한 하느님의 자녀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에페소서의 교회론과 일맥상통하는 마태복음의 교회론입니다. 다음 복음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나는 하늘과 땅의 모든 권한을 받았다.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지키게 하여라.”


바로 우리의 선교사명도 여기에 근거합니다. 세상 모두가 선교의 대상입니다. 물론 고압적인, 개선주의적인 선교자세가 문제를 야기시켰습니다만, 이런 원대한 꿈을 포기해선 안됩니다. 참으로 하느님처럼 마음을 한없이 넓게 지니고, 예수님처럼 한없이 자신을 비운 겸손한 모습으로 선교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민족들을 제자로 삼기전 우리 자신이 주님의 참 제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세례를 늘 새롭게 하여 우리 몸소 파스카의 신비를 살아야 합니다. 산상설교와 공동체설교에 실린 윤리적 지침들을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합니다. 바로 우리 자신 끊임없는 회개를 통한 재복음화가 교회쇄신의 첩경입니다. 


한마디로 성인들이 되라는 것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유일한 목표가 있다면 성인이 되는 것, 이것 하나뿐입니다. 성인들의 삶 자체보다 더 좋은 복음선포도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성인이 되라 불림받고 있고 또 될 수 있습니다. 


교회공동체에 충실할 때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하느님, 영광의 아버지께서 주시는 은총이 놀랍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지혜와 계시의 영을 주시고 하느님 당신을 알게 하십니다. 또 우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시어 주님의 부르심으로 우리가 지니게 된 희망을 어떠한 것인지, 우리가 받게 될 그분 상속의 영광이 얼마나 풍성한지 알게 하십니다. 


참으로 믿는 이들을 위한 그분의 힘이 얼마나 큰 지 깨닫습니다. 제 말이 아니라 불세출의 영성대가 늘 주님과 일치되어 사셨던 사도 바오로의 확신에 넘친 말씀입니다. 몰라서 가난이요 불행한 삶입니다. 교회공동체 안에는 온갖 보화가 다 들어 있어, 살 줄 알면 누구나 부요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죽어서의 승천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부터 자유롭고 기쁨과 희망 가득한 승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래야 하늘에 계신 우리 하느님 본향집으로 돌아가는 날, 우리 역시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아버지께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주님 승천 대축일 미사은총으로 당신의 몸인 교회공동체를 풍요롭게 하시고, 우리 모두 오늘 지금 여기서 아름다운 승천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이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세상에서 바로 하느님을 만나게 하셨으니, 언제나 하늘 나라를 그리며 거룩하게 살아, 마침내 하느님 곁으로 오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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