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29. 월요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순교자들 기념일

                                                                                                             요한묵시12,10-12ㄱ 요한12,24-26



영적 승리의 삶

-순교영성-



순교자의 피는 교회의 씨앗입니다. 순교자들은 교회의 뿌리와 같습니다. 순교영성은 뿌리영성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아주 오래 전 써놓은 ‘뿌리없이는 꽃도 없다’란 시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뿌리없이는/꽃도 없다

 뿌리로 살아야지/세월 속에 묻혀/뿌리로 사는 거야

 꽃사랑으로/피어날 때까지/기다리며/뿌리로 사는 거야

 뿌리살이 고달플 때/꽃사랑 추억으로/갈증 축이며

 하늘 사랑 꽃으로 피어날/그날 그리며/뿌리로 사는 거야

 뿌리없이는/꽃도 없다”-1999.7.2.


오늘 5월29일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123위 동료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지난 5월6일은 한국 103위 순교성인 시성 기념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공식적으로 교회의 인정을 받은 순교성인 103위에 이어 시성을 기다리는 순교복자 124위 동료 순교자들입니다. 이분들은 모두 신해박해(1791), 신유박해(1801), 기해박해(1839), 병인박해(1866), 대략 100여년에 걸친 박해시기에 순교한 분들입니다. 


오늘 세 번째로 맞는 순교자들 기념미사가 각별한 느낌입니다. 저에겐 첫미사가 됩니다. 124위 순교 복자들은 제가 안식년중이던 2014년 8월16일 서울 광화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주례로 열린 시복식을 통해 복자의 반열에 오른 분들입니다. 당시의 감동이 새롭습니다. 시성 미사중 124위 복자들이 천상에서 환히 웃는 얼굴들로 대형 전광판에 뜨는 순간, ‘아, 순교자들이 부활하셨구나!’하는 충격적 느낌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지난번 5월18일 광주에서 있었던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 행사에서 문대통령의 감동적 연설을 들으면서 환호하던 청중들의 반응을 보면서도 역시 ‘아, 광주에서 억울하게 죽은 분들이 마침내 부활하셨구나!’ 하는 감동적 느낌도 잊지 못합니다. 또 간혹 착하게 살다가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환하게 웃는 영정사진을 볼 때도 ‘아, 부활하셨구나!’하는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모두가 주님 안에서 영원히 살아 계신 분들입니다.


정말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영적 삶에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기억이 없으면 영성생활도 없습니다. 매일미사를 통해 죽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을 새롭게 기억하며 모시는 우리들입니다. 하여 순교자들을 기리는 미사는 물론 순교성지들의 관리와 보존 역시 참으로 중요합니다. 


안식년중 수도권의 순교성지들을 순례하면서 받은 위로와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들이 끊임없이 주님의 위로와 치유, 평화를 받기 위해 순교성지를 찾습니다. 말그대로 ‘믿음의 산실産室’과도 같은 순교성지였습니다. 살아있으나 죽은 사람들이 있고 죽었으나 영원히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순교자들이 죽었지만 영원히 살아있는 분들입니다. 믿는 이들이 순교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은 참으로 중대한 의무이자 예의임을 깨닫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땅은 전부가 5000년 역사를 지닌 박물관같고 순교성지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전국 곳곳에 순교성지가 산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있는 보석같은 한국땅인지요. 외국의 성지순례보다도 국내에 있는 순교성지만 순례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기념하는 124위 복자들중 18위만이 유해를 남겼고 나머지 분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안에 다 살아계신 분들이기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기억할뿐만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 살라있는 순교영성입니다. 교회역사를 보면 2세기는 말그대로 순교영성의 시대였습니다. 대부분 신자들이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 때문에 순교를 열망했고 이후 면면히 계승되어온 순교영성입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신망애 삶의 절정을 보여주셨던 순교성인들입니다. 순교자들의 육신에 대한 영혼의 승리, 죽음보다, 생명보다 강한 주님 향한 믿음과 희망, 사랑이 우리를 감격하게 합니다. 


수도자들은 물론이요 믿는 이들 모두가 순교자들의 후예이며 순교영성을 살아가는 ‘살아있는 순교자들’입니다. 온갖 병고와 시련중에도 자제하고 절제하고 극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항상 기쁘게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며 묵묵히 신망애의 삶을 살아가는 자체가 감동적인 순교적 삶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요한12,24).


죽지 않으면 열매도 없습니다. 희생없는 사랑은 공허합니다. 예전 정하권 몬시뇰님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죽으려고 온 수도자들이 살려고 하기에 문제라는 지적이었습니다. 순교자들은 물론 살아있는 우리의 순교적 사랑의 삶을 통해 풍부한 열매들이요 정화되고 성화되는 교회공동체입니다. 


주님을 섬기려면 주님을 따라야 합니다. 주님이 있는 곳에 주님을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고 누구든지 주님을 섬기면 아버지께서도 그를 존중해 주십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주님을 섬기는 삶, 주님을 따르는 삶이 순교적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섬김과 따름으로 요약되는 파스카의 삶, 순교적 삶입니다. 오늘 요한묵시록은 순교자들의 궁극의 승리를 보여줍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우리 형제들은 어린양의 피와 자기들이 증언하는 말씀으로 악마를 이겨냈다. 그들은 죽기까지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므로 하늘과 그 안에 사는 이들아, 즐거워하여라.”(요한묵12,10ㄴ-12).


이미 주님의 은총과 우리가 증언하는 말씀의 힘으로 승리의 삶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삶은 영적전쟁입니다. 죽어야 끝나는 하루하루가 순교적 삶의 영적전쟁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순교적 삶의 영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십니다.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하다. 시험을 통과하면 생명의 화관을 받으리라.”(야보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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