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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8.9. 연중 제18주간 수요일 

민수13,1-2.25-14,1.26-30.34-35 마태15,21-28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낙관적인 삶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와 믿음-



오늘 제1독서 민수기 내용이 13장에서 14장까지 중요한 대목만 발췌하여 꽤 길게 산만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만 아주 중요한 내용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눈에 띠는 인물이 가나안 땅에 정탐으로 파견됐던 대표들중 칼렙과 여호수아 둘입니다. 참으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낙관적인 인물의 전형이요 이런 이들이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인물이 복음의 이방의 가나안 부인입니다. 민수기의 가나안 땅과 복음의 가나안 부인이 상징적 깨달음을 줍니다. 믿음은 누구의 독점물도 아닌 지역과 인종에 관계없이 항구히 간절히 주님을 찾는 이에게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어느 자매와의 대화중 잊혀지지 않는 대목이 생각납니다. 그 자매는 30대 초반부터 50대 초반에 이르기 까지 무려 20년간을 수도원을 찾은 분으로 어려운 때마다 피정을 하면서 기도와 믿음으로 역경을 통과해 온 분입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서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자들이 있기에 수도원은 목마른 많은 이들에게 믿음의 오아시스 역할을 함을 깨닫습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절망은 하지 않았습니다. 절망이 되지 않습니다. 객관적인 상황은 그대로 인데 제 자신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다거나 쓸쓸하다는 생각이 없습니다. 제 주변분들도 제가 많이 좋아졌다하며 기뻐하고 제 주변분들 역시 많이 좋게 변화되었음을 봅니다.”


너무 진솔한, 진정성 가득한 고백이었습니다. 20여년 동안 한결같이 기도하며 매일미사에도 참여하는 분입니다. 그대로 기도와 믿음의 열매임을 깨닫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의 체험과도 일치 되었습니다. 저 또한 30년째 수도원에 정주하면서, 가끔 답답하고 막막할 때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있는 하늘과 불암산을 바라봤을 지언정 절망이나 원망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절망이나 원망이 되지도 않고 절망, 원망이란 단어조차 낯설게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영혼의 치명적 병이 고착화된 절망의 허무와 무의미입니다.


기도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항구히 간절히 기도하는 이의 믿음은 절망하지 않습니다. 절망의 치유와 예방에 기도와 믿음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믿음이기에 절망이 있을 수 없습니다. 또 하느님 사전에 없는 낱말이 절망입니다. 하여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게 죄’라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우리 수사님들에게도 절망이나 원망의 그림자는 추호도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가끔 오늘날 미래와 희망이 없다는 고백을 들을 때 저는 단호히 ‘하느님만이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다.’라고 말합니다. 진정 하느님께 미래와 희망을 두는 겸손한 믿음이 있을 때 절망은 사라집니다. 오늘 복음의 가나안 부인이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와 믿음의 모범입니다. 그녀의 삶역시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낙관적입니다. 어떤 인생관을 선택하느냐, 인생관도 하나의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께 대한 신뢰의 믿음이 있기에 이런 항구하고 간절한 삶의 자세입니다. 결코 절망이 없는 믿음의 자세입니다. 마지막 예수님과 가나안 부인이 주고 받은 대화의 대목은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히 믿음의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예수님의 냉정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가나안 부인은 요지부동 마침내 주님의 유쾌한 항복降服을 받아 냅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그대로 믿음의 승리, 믿음의 기적, 믿음의 감동입니다. 온갖 수모와 모멸감을 극복한, 자기비움의 겸손의 극치로 표현된 믿음입니다. 주님을 감동시킨 가나안 부인의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와 믿음입니다. 참으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가나안 부인의 삶의 자세입니다. 혼자만의 이런 믿음을 불가능합니다. 바로 호되게 마귀들린 사랑하는 딸의 어머니였기에 이런 믿음입니다. 


가나안 부인의 믿음과 쌍벽을 이루는 오늘 민수기의 칼렙입니다. 여호수아는 나타나지 않고 칼렙만이 두각을 드러냅니다. 적극적이고 낙관적이 칼렙의 믿음입니다. 칼렙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 정탐했던 이들은 소극적이고 부정적이고 비관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불가능한 원인을 찾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삶의 성패는 이런 인생관에 달려있습니다. 역사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이며 낙관적인 소수의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이들의 설명이 끝없이 구구하게 이어지지만 ‘믿음의 전사戰士’ 칼렙의 반응은 아주 간결명쾌합니다. 그대로 복음의 가나안 부인을 닮았습니다. 삶이 간절하고 절실하면 군더더기는 사라지고 말도 글도 짧고 힘이 있습니다.


“어서 올라가 그 땅을 차지합시다. 우리는 반드시 해낼 수 있습니다.”


역시 칼렙도 혼자가 아닙니다. 절망에 무너져 내리는 이스라엘 자손들에 대한 책임감이 더욱 그를 믿음의 분발에 이르게 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공동체는 소리 높여 아우성치며 밤새도록 통곡하였고, 주님의 장엄한 심판예고가 뒤따릅니다. 


“이 악한 공동체가 언제까지 나에게 투덜거릴 것인가?---여푼네의 아들 칼렙과 눈의 아들 여호수아만 빼고, 너희 가운데 스물 살 이상이 되어, 있는 대로 모두 사열을 받은 자들, 곧 나에게 투덜댄 자들은 모두 내가 너희에게 주어 살게 하겠다고 손을 들어 맹세한 그 땅으로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나 주님이 말한다. 나를 거슬러 모여든 이 악한 공동체 전체에게 나는 기어이 이렇게 하고야 말겠다. 바로 이 광야에서 그들은 최후를 맞을 것이다. 이 곳에서 그들은 죽을 것이다.”


오늘의 광야순례여정중에 있는 우리 교회공동체, 수도공동체에 주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죽비같은 말씀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가나안 부인이야말로 믿음으로 광야여정을 성공적으로 통과한 상징적 인물입니다. 참으로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며 낙관적이고 항구하고 간절한 믿음의 삶을 산 이들은 광야여정 끝내는 죽는 날이 약속된 땅에 도착하는 구원의 날일 것입니다. 아니 이들은 이미 오늘 지금 여기서 약속된 땅의 구원을 앞당겨 삽니다. 사막을 사막으로 믿음으로 받아들일 때 사막은 낙원이 된다는 토마스 머튼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낙관적인, 항구하고 간절한 믿음의 자세로, 이미 오늘 지금 여기서 약속된 땅의 구원을 앞당겨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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