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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14. 연중 제32주간 화요일                                                                           지혜2,23-3,9 루카17,7-10



참된 겸손의 축복

-참 행복의 길-



참으로 겸손할 때 행복하고 자유롭습니다. 무사무욕無邪無慾의 경지가 참된 겸손입니다. 내가 없기에 욕심도 없습니다. 누구와 비교할 것도 없이 만족하며 자족의 삶을 삽니다. 그렇게 자족의 행복한 삶을 사는 어느 스님은 자신의 암자를 ‘지족암知足庵’이라 했다 합니다. 이런 이들이 참된 겸손의 사람들이요, 세상 그 누구, 그 무엇도 존재 자체로 행복한 삶을 사는 이들을 유혹하지 못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이들은 하느님께 대한 철석같은 신뢰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하루하루 삽니다. 누구에게 무엇을 바라거나 기대하지도 않기에 서운해 할 일도 없습니다. 겸손한 삶 자체가 자존감 높은 삶이요 보상이요 축복입니다. 아무리 날고 뛰어도 하느님 앞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나일 뿐입니다. 하루하루 하느님 앞에서 과정에 충실할 뿐 결과에 전혀 연연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은 종과 주인의 비유를 통해서 이렇게 살라고 우리를 가르치십니다. 종과 주인의 비유는 우리와 하느님과의 참된 관계를 보여줍니다.


“종이 분부를 받은 대로 하였다고 해서 주인이 그에게 고마워하겠느냐? 이와같이 너희도 다 하고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하여라.”(루카17,9-10).


진정 이대로 고백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자유로운 종이겠는지요? 진정 우리가 이런 겸손한 자세로 정주定住의 삶을 산다면 하루하루가 행복할 것입니다. 누구에 대한 원망도 실망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했다고 하여 하느님께 보상을 요구할 수도 없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나를 몰라서 교만이지 하느님과 나를 알면 알수록 겸손할 수 뿐이 없습니다. 복음의 종처럼 겸손할 수 뿐이 없습니다. 우리의 모두가 하느님께 선물로 받은 하느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갚아도 갚을 길 없는 사랑의 빚쟁이들은 우리들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 절대적이지만 하느님은 우리로부터 참으로 자유로운 분입니다. 말그대로 세상 모두가 당신 것이니 아무 것도 아쉬울 것 없는 분입니다. 바로 ‘연중 평일 감사송 4’ 양식이 이런 진리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저희의 찬미가 필요하지 않으나

 저희가 감사를 드림은 아버지의 은사이옵니다.

 저희 찬미가 아버지께는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으나

 저희에게는 주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에 도움이 되나이다.

 그러므로 저희도 모든 천사와 함께 주님을 찬미하며 

 기쁨에 넘쳐 노래하나이다.”


바로 복음의 종처럼 겸손한 자세로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참으로 마땅하고 옳은 일이며 저희 도리요 구원의 길입니다. 하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늘 잊지 않고 기억하시지만 우리는 자주 하느님의 은혜를 잊고 지내기에 이를 상기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도하지 않으면 하느님이 아니라 당장 우리가 손해를 봅니다. 하느님을 잊으면 동시에 나를 잊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끈을 놓치면 내가 죽기에, 하느님을 잊지 않고 나를 잊지 않기 위해, 말그대로 ‘살기 위해’ 평생 매일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이들이 진정 겸손하고 지혜로운 사람들입니다. 바로 이런 이들의 고백이 오늘 화답송 시편입니다.


“나 언제나 주님을 찬미하리니, 내 입에 늘 찬양이 있으리라. 내 영혼 주님을 자랑하리니, 가난한 이는 듣고 기뻐하여라.”


이렇게 늘 찬미해야 구원의 기쁨입니다. 하느님이 아닌 우선 내가 살기위해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가 우리를 깨어 있게 하고 겸손하게 합니다. 바로 이런 이들이 참된 겸손의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무사無私한 순수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찬미와 감사의 삶에 전념하는 이들이 오늘 지혜서에 나오는 의인들입니다. 


참으로 겸손한 의인들은 하느님의 은혜를 입습니다. 일방적 하느님 짝사랑이 아닙니다.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시는 주님은 우리에게 맞갖은 축복을 주십니다.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 안에 있어,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겸손한 종인 의인들에게 주어지는 축복은 줄줄이 계속됩니다.


“주님을 신뢰하는 이들은 진리를 깨닫고, 그분을 믿는 이들을 그분과 함께 영원히 살 것이다. 은총과 자비가 주님의 거룩한 이들에게 주어지고, 그분께서는 선택한 이들을 돌보신다.”


진인사대천명의 축복이 참 넘칩니다. 눈만 열리면 우리의 삶자체가 축복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루카복음 12장 37절에서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종인 우리를 섬기는 겸손한 모습의 묘사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내가 진실로 말한다. 그 주인은 띠를 매고 그들을 식탁에 앉게 한 다음, 그들 곁으로 가서 시중을 들 것이다.”


노욕老慾 의 노추老醜의 처방에 겸손보다 더 좋은 약은 없습니다. 참된 겸손의 축복이 참으로 큽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깨어 당신을 겸손히 환대하는 당신의 종들인 우리 모두를 환대하시며 풍성한 축복을 내려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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