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21. 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자헌 기념일 

즈카2,14-17 마태12,46-50



예수님의 참가족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공동체-



며칠 전 참 착하고 신심깊은 자매와의 만남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병고중에도 웃음과 온유함이 가득했던 30대 중반의 자매의 한 마디 말이 긴 여운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 꿈은, 소원은 엄마가 되는 것이었어요. 엄마가 되면 정말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겠구나 하고 늘 생각했어요.”


여전히 엄마가 되는 소박한 꿈을, 소원을 지닌 자매였습니다. 제 아는 청년도 결혼하여 아들을 갖게 되자 그 아들에 대한 희망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욕적으로 살게 됐다 말했습니다. 어느 신학자의 책 서문 "내가 언제나 사랑하는 아내. 딸, 아들에게 감사드린다." 마지막  말마디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처럼 가정공동체에 대한 욕구는 깊고도 깊은 근원적 욕구임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 자헌 기념일입니다.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자헌 이야기는 주로 200년 경에 쓰여진 외경인 야고보 복음서에 기초합니다. 전승에 의하면 양친인 요아킴과 안나는 오랫동안 자식을 낳지 못하던 자신들에게 딸을 준 하느님께 감사하는 차원에서 마리아 나이가 3세 되던 해에 예루살렘 성전으로 데려 가서 하느님께 바쳤다고 합니다. 참으로 놀랄일은 세 살 된 어린 마리아께서 종신 동정을 하느님께 약속하셨고 자발적으로 영혼 육신을 바치기로 결정하셨다는 것입니다. 오직 원죄에 물들지 않으신 성 마리아만이 행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전승을 토대로 성모님 자신의 봉헌을 기념하는 축일이 바로 성모 자헌 기념일입니다. 이 날은 본디 6세기 중엽 예루살렘에 세워진 성모 성당의 봉헌을 기념하는 날이었으나, 1472년 식스토 4세 교황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로 선포하셨으며, 그 이후 서방교회에서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의 ‘자발적 봉헌’을 뜻하는 ‘자헌自獻’이란 말마디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억지로’, ‘마지못해’가 아닌 ‘자발적’ 봉헌의 기쁨으로 살아야 함을 가르쳐 줍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참가족의 특성이 바로 그러합니다. 


우리 역시 자발적 봉헌, 즉 자헌의 기쁨으로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우리가 예수님의 참가족입니다. 예수님의 참가족이란 말마디가 참 자랑스럽고 영예롭게 느껴집니다. 오늘 본기도 내용 그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주님,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마리아를 영광스럽게 기념하며 공경하오니, 저희가 그분의 전구로 주님께 풍성한 은총을 받게 하소서.”


예수님의 참가족이 되었다는 사실보다 더 큰 은총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당신의 제자들인 우리 모두가 예수님의 참가족임을 확인해 주십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란 말을 들으니 ‘하늘 병원’이 생각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병원’이란 뜻으로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병원이라 '하늘병원'이니 얼마나 아름답고 은혜로운 이름인지요. 아마 이런 자부심을 지니고 일하기에 하늘병원에 종사하는 분들이 그리도 밝고 친절한가 봅니다. 내방하는 환자중 반은 일반인 반은 사제, 수도자라 하는데 과장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가 그 중심인 가정이 바로 예수님의 성가정 공동체입니다. 아버지를 중심에 모시고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공동체입니다. 언제 어디에 살든 하늘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들이라야 예수님의 참가족이요 공동체의 일치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 환호송도 이와 일치합니다.


“하느님 말씀을 듣고 지키는 이들은 행복하여라.”


참가족의 참행복은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실행함에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참가족은 이상적 공동체의 원형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평생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수도가정이라 일컫는 우리 수도공동체에 해당되는 말씀같습니다. 함께 정주의 삶을 살면서 아버지의 뜻을 실행할 때 비로소 예수님의 참가족인 수도가정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정주의 삶이 얼마나 큰 축복이자 은총인지 깨닫습니다. 닫힌 폐쇠적 공동체가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개방적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인 수도원을 끊임없이 찾는 많은 이들을 통해서도 입증됩니다. 마치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모든 이들이 모여드는 수도원이 참으로 하느님의 큰 가정같다는,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 많은 형제들은 수도원이 고향집같다는 말을 하고 많은 자매들은 친정집 같이 편안하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바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 좌우명 자작시 다음 내용도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로서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이 특성이 잘 드러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환대함으로 영혼의 쉼터가 되는 아버지의 집, 예수님의 참가정 공동체 수도원이라는 것입니다. 문득 자주 부르는 화답송 후렴 시편 두 편이 생각납니다.


“주님의 집에 사는 자 얼마나 행복되리.”

“주님의 집에 가자 할 제, 나는 몹시 기뻣노라.”


바로 주님과 함께 이런 주님의 집을,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를 만드는 데, 필수전제 조건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일입니다. 예수님과 성모님이야 말로 그의 모범입니다. 아마 두분 보다 더 아버지의 뜻을 온전히 실행했던 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는 하느님을 아버지로, 성모 마리아를 어머니로 예수님을 맏형으로 모시고 아버지의 뜻을 묵묵히 항구히 실행하는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혈연공동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비로소 온전한 가정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제가 자주 예로 드는 거칠다 싶은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물보다 진한게 피이고 피보다 진한게 돈이고 돈보다 진한게 하느님 믿음이다.”


돈의 유혹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혈연가정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믿음만이 돈의 탐욕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예수님의 참가정만이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성가정공동체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참가정 공동체 건설보다 중요하고 위대한 일을 없을 것입니다. 바로 제1독서 즈카르야 예언서의 딸 시온이 상징하는 바 이런 예수님의 참가족 공동체입니다.


“딸 시온아, 기뻐하며 즐거워하여라. 정녕 내가 이제 가서 네 한가운데에 머무르리라.”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의 참가족 공동체인 우리 한가운데에 머무르시며 기쁨과 평화의 축복을 가득 내려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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