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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7. 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60,1-6 에페3,2.3ㄴ.5-6 마태2,1-12



주님을 찾는 내적순례여정

-순례자의 삶-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방금 부른 복음 환호송 알렐루야도 우리 마음을 기쁨으로 뛰놀게 했습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동에서 그의 별을 보고 주를 조배하러 왔도다.”


탄생하신 주님께 조배하려 동방박사들과 함께 주님 공현 대축일 미사에 참석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복음 환호송’ 전에 부른 화답송 후렴 곡도 참으로 흥겨워 오늘 끊임없는 기도로 바쳐도 좋을 것입니다. 


“하느님, 만 백성이 당신께 조배하리이다.”


요즘 계속되는 축일들의 화답송 후렴들이 한결같이 기쁨을 가득 선사합니다. 가톨릭 성가487번 ‘동방의 박사 세사람’ 역시 가사와 곡 모두 아름답고 풍부하고 흥겹습니다.


“동방박사 세사람/귀한 선물 가지고/숲과 산과 강을 건너

 별따라 갔도다/오 아름다운 별이여/찬란한 샛별이요

 새로 나신 예수께로/인도하여 갔도다.”(1절)


무엇보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가 ‘빛과 계시’의 주님 공현 대축일의 기쁨을 결정적으로 표현합니다. 예루살렘이 상징하는 바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 영광을 반사하는 빛으로 순례자의 삶을 살 것을 촉구합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오늘 동방박사들의 주님을 찾아가는 순례여정은 우리 삶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진리를 보여줍니다. 2014년 제 안식년 때의 산티야고 순례여정과 흡사합니다. 둘 다 주님을 찾는 순례여정을 상징합니다. 세요소를 중점적으로 탐구하며 순례자로서의 우리의 정체성을 점검하고자 합니다.


첫째, 순례여정의 궁극 목적지입니다.

최종 목적지를 향한 믿음의 순례여정입니다. 산티야고 순례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산티야고 대성전입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접경지대, 프랑스 땅 ‘생장피드포르’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800km 2000리 순례길입니다. 아마 지금도 그곳에서는 순례자들의 행렬은 계속되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 동방박사들은 몰랐지만 그들의 목표 지점은 베들레헴입니다.


순례여정의 최종 목적지 ‘산티야고 데 콤포스텔라’와 ‘베들레헴’이 상징하는바 하느님입니다. 사람마다 마음 깊이에는 궁극의 무엇인가 찾는 갈망이, 열망이 있습니다. 참행복의 구원을 향한 근본 욕구입니다. 이런 갈망이, 열망이, 구원 욕구가 있어 비로소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상이 빛일 수도 있고, 진리일수도 있고, 민주화일 수도 있지만 이 모두가 궁극으로 가리키는 바 ‘하느님’이라 우리는 고백합니다. 이런 우리가 찾는 하느님은 베들레헴에 탄생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찬란히 빛납니다. 무엇보다 이런 진리이자 빛이신 하느님을 찾는 이들의 자질이 믿음과 열정입니다.


동방박사들의 순례여정은 그대로 믿음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간절한 믿음에서 샘솟는 열정이 순례여정의 원동력이 됐음을 봅니다. 열정에서 순수가 나오고, 이 둘은 구도자의 기본적 자질로 온갖 유혹을 극복하게 합니다. 


동방박사들은 구도자로서 순례여정에 성공했지만 도중 하차하여 실패로 끝나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과연 우리의 하느님 찾는 믿음의 순례여정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부단히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둘째, 삶의 이정표입니다.

산티야고 2000리 순례길 따라 곳곳에 수없이 널려있는 이정표들은 얼마나 고마웠던지요! 이정표 따라 갈 때 안정과 평화요 이정표을 잃어버렸을 때 엄습하는 불안과 두려움입니다. 이정표 따라 길을 가야 길을 잃지 않고 성공적 순례여정입니다. 


오늘 동방박사들의 삶의 이정표는 두 말할 것 없이 별입니다. 주님을 가리키는 ‘희망의 별’입니다. 희망의 별, 주님의 별, 삶의 이정표 따라 순례여정에 항구했던 동방박사들입니다. 첫째 요소 믿음의 순례여정에 이은 두 번째 요소가 삶의 이정표 희망의 별입니다. 


이방의 동방박사들은 진정 구도자의 모범입니다. 참으로 진리이신 당신을 찾는 모든 이들의 마음의 눈을 열어 주시는 주님이십니다. 동방박사들을 통해 바오로 사도의 말한 신비가 환히 밝혀지고 있습니다.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도 진리의 빛을 찾는 무수한 동방박사들은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이 삶의 이정표, 희망의 별입니다. 과연 여러분을 인도하는 희망의 별이 마음 하늘에 늘 빛나고 있는지요? 혹시 희망의 별 잃어버린 캄캄한 마음의 하늘은 아닙니까? 희망의 별 사라진 절망의 그곳이 바로 지옥입니다. 반대로 주님께 인도하는 희망의 별빛 찬란한 곳 그 어디나 천국입니다.


‘별빛’하니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바로 ‘별빛 마을’입니다. 있다면 '햇빛 마을' 달빛 마을'도 예쁜 이름입니다. 어느 분은 배꽃 만발한 요셉수도원을 연상해 '배꽃 마을'이라 했다는 데 이 또한 예쁜 이름입니다. 참 아름다운 이름 별빛 마을인데 임대주택이라 사람들이 은연중 무시하며 차별한다는 말이 참 마음에 거슬렸습니다. 다른 이상한 외래어 화려한 아파트 보다 얼마나 아름다운 가난한 이들의 ‘별빛 마을’ 명칭인지요. 세상 천박한 눈길에 개의치 않고 별빛 마을 사람들 답게 아름답게 기품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희망의 별은 확고부동의 고정된 객관적 실재가 아닙니다. 깨어 간절히 찾을 때 선물처럼 떠오르지만 세상 유혹에 빠져 영혼이 잠들어 있을 때 사라져 버리는 희망의 별입니다. 희망의 별을 따라 믿음의 순례여정에 충실, 항구할 때 기쁨과 평화도 저절로 뒤따르는 법입니다. 과연 여러분에게 희망의 별은 무엇입니까? 희망의 별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눈만 열리면 모두가 희망의 별이 될 수 있습니다. 미사도 성무일도도 말씀도 기도도 영적도반도 모두 희망의 별, 주님의 별이 될 수 있습니다.


동방박사들은 분명 깨어 부단히 진리를 찾았던 가난하고 마음 깨끗한 영혼이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세상 탐욕에 빠져 영혼을, 희망을 별을, 잃고, 잊고 지내는 지요.


참 재미있는 것이 동방박사들과 예루살렘의 헤로데 임금과 백성의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의 대조입니다.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다는 동방박사들 말에 기절초풍한 예루살렘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이들의 마음 하늘 안에는 그 누구도 주님을 가리키는 희망의 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의 체험적 지혜에 비해 예언자의 기록을 예로 드는 예루살렘 종교인들은 얼마나 궁색하고 초라해 보이는 지요. 이론적 지식에 밝았을지 몰라도 체험적 지혜는 전무합니다. 바로 마음 하늘 안에 희망의 별, 삶의 이정표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사랑의 도반입니다.

믿음의 순례여정, 희망의 별-삶의 이정표에 이어 세 번 째 요소가 사랑의 도반입니다. 신망애信望愛, 믿음, 희망, 사랑 순서에도 일치되어 기분이 좋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이 그대로 입증됩니다. 


동방박사들은 사랑의 도반들이 되어 함께 했기에 마침내 순례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주님을 만납니다. 혼자였다면 벌써 갖가지 유혹에 도중 하차 했을 것입니다. 서로 사랑으로 섬기며 떠받쳐 줬기에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베들레헴에 도착합니다.


영원한 참 기쁨은 주님과의 만남에 있습니다. 희망의 별이 아기가 있는 곳에 이르러 멈추자 동방박사들은 별을 보고 더없이 기뻐합니다. 그들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합니다. 이들 셋의 예물이 상징하는 바 깊습니다. 


전설에 의하면 셋의 이름은 발타살, 멜키올, 가스팔이라 합니다. 어느 삼형제 아들을 둔 신심깊은 분은 이 세 이름을 따서 아들의 세례명을 지었다는 그 기발함에 감탄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들 셋은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는데 교부들은 황금은 왕권을, 유향은 신성을, 몰약은 그리스도의 수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오늘 거룩한 주님 공현 대축일에 주님께 봉헌할 보물은 무엇이겠는지요? 순례여정의 세요소를 드리면 됩니다. 믿음의 순례여정에서의 믿음이란 보물을, 희망의 별에서 희망이란 보물을, 사랑의 도반에서 사랑이란 즉 주님 향한 신망애의 보물 모두를, 나의 모두를 봉헌할 때 주님은 더 큰 신망애의 선물을 하사하십니다. 복음의 마지막 말마디도 의미심장합니다. 


‘그들은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갔다.’


희망의 별과 더불어 꿈의 지시가 늘 함께 했음을 봅니다. 아직 주님을 믿지 않는 익명의 그리스도인들인 동방박사들이지만 깨어 끊임없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순례여정에 임했음을 봅니다. 간절히 깨어 끊임없이 기도할 때 희망의 별도 늘 함께 하고 주님도 꿈에 나타나 갈 길을 잘 안내해 주기 때문입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날 때 놀라운 내외적 변화입니다. 정화와 성화, 위로와 치유, 기쁨과 평화, 온유와 겸손, 자비와 지혜 그 은혜는 끝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참나의 발견이요 참나의 실현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요, 주님을 만나고 떠날 때의 동방박사들의 변화도 이러했을 것입니다. 


한가지 깨달음이 있습니다. 출발지가 바로 목적지라는 것입니다. 굳이 외적 순례여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님 찾는 내적순례여정에 충실해 깨달아 눈만 열리면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주님을 만나는 최종 목적지 산티야고요 베들레헴입니다. 바로 여기 지금, 이 거룩한 미사시간에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그리고 주님과 함께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순례여정에 오르게 됩니다. 목적지는 또 출발지가 됩니다.


끝으로 제가 즐겨 드는 질문으로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의 순례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오전 또는 오후 몇시 지점에 있습니까? 여러분의 순례여정을 일년사계 사계절로 압축하면 봄, 여름, 가을, 겨울, 어느 계절에 위치해 있습니까?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순례여정에 필요한 온갖 은총을 내려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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