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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0. 연중 제1주간 수요일                                                                          사무상3,1-10.19-20 마르1,29-39



자주 주님과 함께 머무릅시다

-침묵과 고독-



침묵과 고독은 기도의 참 좋은 토양입니다. 옛 수도승들은 침묵과 고독중에 하느님을 만나러 사막에 갔습니다. 참으로 침묵과 고독을 사랑했던 사막의 수도승들이요 이것이 수도승들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사실 마음 깊이에는 누구나 이런 고독과 침묵중에 하느님을 찾는 갈망이 있습니다. 하느님께 활짝 열려있는 고독이요 깨어있는 침묵이기에 이 또한 기도의 일종입니다. 어제 써놨던 ‘하늘처럼’ 이란 짧은 글도 생각납니다.


-무아無我/무욕無慾/무념無念/무심無心

텅빈 충만/텅빈 고요로 살고 싶네

하늘처럼-


텅빈 충만, 텅빈 고요의 침묵과 고독중에 만나는 하느님입니다. 새해 첫날 교황님의 성모님을 예로 들면서 침묵을 강조한 강론 한 대목도 생각납니다.


-하느님과 함께 있기 위해 매일 침묵의 시간을 따로 마련하는 것은 우리의 영혼을 “간직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의 자유를 소비지상주의의 따분함에서, 현란한 광고들에서 “지키고 간직하는 것”이고, 공허한 말의 흐름 속에서, 허무한 대화와 요란하게 지르는 소리의 그 강한 물결로부터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간직하는 것”입니다.-


물론 공동체가 함께하는 전례기도는 기본이고, 침묵과 고독중에 주님과 함께 머무르는 개인기도 역시 필수입니다. 바로 오늘 그 모범이 복음의 예수님과 제1독서 사무엘상권의 주인공 사무엘입니다.


예수님의 참 분주한 하루의 삶입니다. 온통 구마이적과 치유이적활동으로 가득차 있는 날입니다. 그러나 이들 활동의 중심에는 아버지와의 깊은 친교의 기도가 자리잡고 있음을 봅니다. 다음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 시몬과 그 일행이 예수님을 찾아 나섰다가 그분을 만나자,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입니다. “모두가 당신을 찾고 있습니다!(Everyone is looking for you!)” 바로 인기충천한 이때가 일단 뒤로 물러날 때입니다. 참으로 떠날 때를 잘 알아 처신하신 예수님의 분별의 지혜가 놀랍습니다. 


활동으로 영혼이 지쳤을 때, 군중의 인기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영적 본능으로 위기를 직감한 예수님께서는 슬며시 침묵과 고독을 찾아 외딴곳에 피신하여 아버지와 함께 머뭄으로 영육을 충전시키셨음이 분명합니다. 이런 예수님을 제자들이 찾아 발견한 것입니다. 아버지와의 깊은 내적 일치중에 영육을 충전시키고 사명을 확인하신 주님의 힘찬 고백입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려고 떠나온 것이다.”


‘활동주의activism’가 현대판 이단이라 토마스 머튼은 정의했습니다. 과도한 활동중에 영혼은 질식하고 참나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님과 함께 머무르는 관상중에 자기를 찾고 자기의 사명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주님과 만남의 관상중에 자신을 새롭게 충전시킨 예수님은 올 갈릴래아를 다니시며, 회당에서 복음을 선포하시고 마귀들을 쫓아내시니 과연 관상은 활동의 원천임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올해 칠순을 맞이하여 옛 제자들의 행동에 제동을 건 일도 잘했다 싶어 소개합니다. “선생님, 신우, 대림초 제자들에게 연락해서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제자의 제안에 정말 이건 아니다 싶어 간곡한 마음을 결연히 천명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아, 너희들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지금까지 나눠준 너희들 사랑과 정성으로 충분하다. 나는 세상을 떠난 수도자이다. 이런 칠순행사는 수도자에게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그냥 평범히, 조용히 지내고 싶다. 추호도 내 칠순에 대해 일체의 준비같은 것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희들 선생님 마음 잘 알지 않니? 아무쪼록 내 뜻 잘 받아주기 바란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보여준 사랑만으로 충분하고 행복하다!”

“네 선생님, 간단히 식사 함께 하시면 좋겠어요.”

“그래 간단히, 소박히, 조용히, 부담없이, 소문내지 않고 할 수도 있겠다.”

“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40년전 6학년 때 제자와 카톡을 통해 주고 받은 내용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처럼 사무엘도 깊은 침묵중에 늘 주님과 함께 했음을 봅니다. 침묵해야 주님의 말씀을 잘 들을 수 있고 깊은 대화의 기도가 가능합니다. 주님께서 부르실 때 마다 깨어있다 즉시 응답한 사무엘은 엘리를 주님으로 착각하고 가서 확인합니다. 


마침내 엘리의 충고에 따라 주님의 부르심에 제대로 응답한 사무엘입니다. 이처럼 침묵중에 늘 깨어 있었던 사무엘의 내적 삶임을 알게 됩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참으로 겸손히 주님 말씀에 귀기울이는 것이 주님 제자들의 기본자세임을 깨닫습니다. 침묵중에 잘 들어야 겸손과 순종도 뒤따릅니다. ‘사무엘이 자라는 동안 주님께서 그와 함께 계시어, 그가 한 말은 한마디도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하셨다.’라는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 바로 사무엘이 한 말은 ‘그대로 이루어 주셨다.’는 뜻입니다.


‘이청득심以聽得心’, 귀기울여 들어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인데 어찌 사람 마음뿐이겠습니까? 귀기울여 들을 때 하느님 마음도 얻을 수 있어 우리가 한 말은 땅에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루 삶의 중심을 잡아주시어 ‘하느님 중심’의 질서있는 삶을 살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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