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4.21. 토요일 성 안셀모 주교 학자(1033-1109) 기념일  

사도9,31-42 요한6,60ㄴ-69



정주定住의 믿음

-주님과 함께 하는 삶-



어제 뜻밖에 오후 3시쯤 형제들과 함께 병자성사차 병원에 외출했다가 4시 40분경쯤 귀원했습니다. 마침 출발하자 안내실에서 고백성사자가 기다리고 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귀원하니 참으로 오랜만에, 25년만에 만난 자매가 거의 2시간 동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자매는 너무 반갑고 기쁜 나머지 눈물을 쏟았습니다.


“꼭 친정집에 온 것 같아요. 그냥 눈물이 막 흐릅니다. 여기 계속 있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랜만에 수도원을 찾는 분들로부터 이구동성으로 자주 듣는 ‘여기 계속 있어 주셔서 고맙다.’는 말입니다. 새삼 정주서원이, 정주영성이 고맙습니다. 분도수도승들은 생래적으로 첫째 정주서원을 사랑합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 주님 안에서 한결같은 정주의 삶입니다. 항구한 믿음의 표현이 정주서원입니다. 얼마전 나눴던 확신이 생각납니다.


“사람이 좋아서, 장소가 좋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보내주셨기에, 주님이 불러 주셨기에, 주님이 좋아서 사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믿음이요 성소의 본질입니다.”


산티야고 순례지에서 선교수도승으로 일하고 있는 수도형제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납니다.


“사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가짜이고, 진짜 순례길은 자신이 사는 삶의 자리입니다. 참된 순례길은 우리 일상에서도 주님을 향해 온몸으로 걷는 게 아닐까 합니다.---정주와 순례는 하나입니다. 정주는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더 깊이 순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체험적 고백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결국 주님 안에 정주하는 믿음의 여정입니다. ‘밖으로는 산같은 정주에, 안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흐르는 강같은 삶’이 정주의 본질입니다. 목표하는바는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 날로 깊어가는 우정입니다. 이런 면에서 주님 안에서 ‘정주의 대가大家’가 바로 베드로입니다. 예수님의 난해한 말씀에 많은 제자들이 실망하여 예수님을 떠나자 열두 제자에게 묻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묻는 듯 합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다음 시몬 베드로의 대답이 바로 우리 정주 수도승들은 물론 주님 안에 정주하는 모든 믿음의 사람들의 답입니다. 우리의 답은 이 하나뿐입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자 영원한 정주처인 예수님이십니다. 일편단심, 주님안에 믿음으로 정주하면서 주님과의 우정을 깊이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방금 예수님의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한 말은 영이며 생명이다.”


육적 삶이 아닌 영적 삶을 지향하며 주님과의 우정을 깊이하라는 것입니다. ‘영이며 생명’이신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지니신 예수님이신데 우리가 이런 예수님을 두고 누구에게 갈 수 있단 말입니까? 예수님을 떠나 갈 곳은 세상 어디도 없습니다.


마침내 주님과 정주의 우정에 항구했던 베드로의 신바람 나는 놀라운 활약이 오늘 사도행전 독서에서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의 깊은 일치에서 나오는 치유의 기적입니다. 8년 동안 중풍에 걸려 침상에 누워있던 에네아스가 부활합니다.


“애네아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고쳐주셨습니다. 일어나 침상을 정돈하십시오.”


일상에 좌절하여 잠시 무너져 내릴 때 즉시 ‘애네아스’ 이름 대신 ‘내’ 이름을 넣고 스스로 외치며 벌떡 일어나야 하겠습니다. 부활하신 똑같은 주님은 지금도 정주의 믿음에 항구한 이들에게 이런 치유의 기적을 일으키십니다. 야포에 타비타라는 여제자가 병이 들어 죽었다는 소식에 긴급 출동한 베드로는 무릎을 꿇고 간절히 기도한 다음 말씀하십니다.


“타비타, 일어나시오.”


바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일어나시오.’란 말마디 바로 부활을 상징합니다. 좌절감으로 의기소침해질 때 마다, 즉시 일어나는 삶이 바로 파스카의 삶입니다. 자주 인용했던 예화도 생각납니다. 오랫동안 수도원에서 살아온 노수도승에게 한 방문자가 ‘어떻게 사느냐?’ 물었을 때의 답입니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넘어지면, 일어나고,---그렇게 살아갑니다.”


바로 이것이 참으로 영적탄력이 좋은 파스카의 삶, 부활의 삶, 승리의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 안에 항구히 정주하면서 당신과의 우정을 날로 깊게 해주십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 주님의 이름 부르리라.”(시편116,12-1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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