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21.주님 부활 대축일                                                                사도10,34ㄱ.37ㄴ-43 콜로3,1-4 요한20,1-9

 

 

파스카의 기쁨

-사랑하라, 함께하라, 천상의 것을 추구하라-

 

 

예수님,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부활하였습니다. 부활의 기쁨이, 파스카의 기쁨이 온누리에 가득합니다. 때맞춰 피어난 만개한 봄꽃들과 바야흐로 우거지기 시작한 연초록 생명의 나뭇잎들이 파스카의 기쁨을 노래합니다.  마침 아주 예전에 써놨던 ‘예수는 봄이다’라는 시가 생각났습니다.

 

-예수는 봄이다/봄은 사랑이다

 봄이 입맞춘 자리마다/환한 꽃들/피어나고

 봄의 숨결 닿은 자리마다/푸른 싹 돋아난다

 예수는 봄이다/봄은 사랑이다-1999.4.

 

예수님 부활하심으로 비로소 살 희망의 생겼습니다. 파스카의 주님으로부터 샘솟는 기쁨과 희망입니다.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은 얼마나 흥겨웠는지요. 화답송 후렴도, 시편 내용도 파스카의 기쁨을 가득담고 있습니다.

 

“이 날이 주께서 마련하신 날, 이 날을 기뻐하자 춤들을 추자.”

화답송에 이어지는 찬미시편도 파스카의 기쁨과 신비를 잘 표현합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집짓는 자들 내버렸던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이다.

 주께서 이루신 일이옵기에, 우리 눈에 놀랍게만 보이나이다.”

 

복음에 앞서 함께 부른 부속가는 얼마나 흥겨웠는지요. 어제는 성가연습시 마르꼬 수사에게, “수사님의 18번이네요.”말하며 웃었습니다. 수십년간 부활대축일 때마다 부속가를 부른 마르꼬 수사입니다. 

 

“내 희망 그리스도 살아계시니 그 제자들 앞에서 갈릴래아로 가시리라.”

 

부속가 내용 그대로 우리 희망, 그리스도 살아나시어 우리 삶의 현장, 갈릴래아에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이제 남은 것은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과 하나되어 파스카의 기쁨을 누리며 사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첫째, 사랑하십시오.

사랑이 답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들은 한결같이 주님을 사랑했고 주님께 사랑받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바로 부활의 증인들인 사도들의 고백 그대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사흘만에 일으키시어 사람들에게 나타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미리 증인으로 선택하신 우리에게 나타나셨습니다. 그분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뒤에, 우리는 그분과 함께 먹기도 하고 마시기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주님은 당신을 사랑했던 사도들에게 나타나셔서 이들을 당신 부활의 증인들이 되게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 서두의 묘사에서도 주님을 극진히 사랑했던 마리아 막달레나의 면모가 약여합니다.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아직도 어두울 때에 예수님 무덤을 찾았던 사랑의 여제자, 마리아 막달레나 였고,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말을 듣자 마자 빈무덤을 향해 힘껏 달렸던 사랑의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 요한이었습니다. 여기서 애제자의 사랑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달렸는데, 다른 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려 무덤에 다다랐다. 그는 몸을 굽혀 아마포가 놓여 있는 것을 보기는 하였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애제자가 베드로보다 빨리 달리게 한 것은 바로 사랑이었고, 수제자 베드로를 앞세운후 무덤에 들어간 평범한 사실에서도 애제자의 분별의 사랑을 감지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랑의 절정은 애제자의 믿음입니다. 빈무덤을 보는 순간 전광석화 사랑의 눈이 열린 애제자는 즉시 주님 부활을 믿었습니다. 다음 짧은 묘사가 참 강렬합니다.

 

“그리고 보고 믿었다.”

 

사랑의 봄과 직결되는 믿음입니다. 탓할 것은 주님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 부족임을 깨닫습니다. 사랑할 때 눈이 열려 주님을 만나고 주님을 닮아갑니다. 이런 주님 사랑 역시 평생과정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여정은 만남의 여정이요 하여 점차 파스카의 주님을 닮아가는 우리들입니다.

 

 

둘째, 함께하십시오.

부활하신 주님께서 발현하실 때는 꼭 함께의 제자공동체 안에서 였습니다. 혼자만의 주님 체험은 환상이나 착각이기 십중팔구입니다. 부활의 증인들은 모두가 공동체에 속해 있던 제자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십시오. 마리아 막달레나, 베드로, 애제자 얼마나 하나로 깊이 결속되어 있는 공동체의 모습인지요. 주님을 중심으로 하나의 일치를 이루고 있는 공동체입니다. 서로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주님을 만났지, 아마 각기 혼자 였다면 결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지 못했을 것입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의 속담도 있습니다. 혼자 열 걸음 가는 것보다 열사람이 한걸음 가는 것이 진정한 진보라는 글도 본적이 있습니다. 어제 아침 식사시 평범한 체험도 잊지 못합니다. 한솥 가득하던 맛있던 죽이 순식간 사라졌습니다. 함께 나누는 것이 사랑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독점이 죄/함께 나누는 것이 사랑

 기쁨도/행복도 함께 나누는 것

 한솥밥/한식구이구나

 한솥 가득하던/혼자 먹으면 몇날 먹어야 할

 맛있는 죽이/함께 먹으니/순식간 사라졌다

 밥은 함께 먹어야 하는구나.”-

 

함께 나누는 사랑, 바로 성체성사의 원리입니다. 이렇게 함께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에 참여하여 주님을 만나 주님의 축복을 가득 받는 우리들입니다. 

 

셋째, 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

공동체가 천상의 것을 추구해야 천박해지지 않습니다. 깊이와 품위를 지닐 수 있습니다. 세상에 속화俗化되지 않고 세상을 성화聖化시키는 거룩한 공동체가 됩니다. 하여 끊임없이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며 천상의 것을 추구하는 수도공동체입니다. 오늘 부활 대축일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한 바오로 사도의 간곡한 권고입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났으니, 저 위에 있는 것들을 추구하십시오. 거기에는 그리스도께서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아 계십니다. 위에 있는 것을 생각하고 땅에 있는 것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렇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우리도 다시 살아났습니다. 그러니 이제 죽으시고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파스카의 신비, 파스카의 생명, 파스카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결코 지상의 실체들에 대한 무시나 경시가 아닙니다. 철저히 파스카 예수님을 중심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사랑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이다the more spiritual---the more real’라는 말이 있습니다. 천상의 것들을 추구할수록 초연한 이탈의 삶이요, 역설적으로 땅의 현실에 집착하지 않고 충실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뭇가지들 하늘 높이 향할수록 땅 깊이 뿌리내리는 이치와 똑같습니다. 이어지는 바오로 사도의 말씀도 심오합니다.

 

“여러분은 이미 죽었고, 여러분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 참 나의 자아실현은 파스카의 주님과 일치될수록 가능함을 깨닫게 됩니다. 파스카의 예수님을 닮아갈수록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는 참 나의 모습도 점점 또렸해 질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알고 나를 알아가는 평생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하여 우리 삶은 선물이자 평생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파스카의 예수님은 하느님 오른 쪽에 초월해 계시면서, 동시에 언제 어디서나 내재해 계십니다. 초월과 내재의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 다음 대목의 영적 해석을 특별히 나누고 싶습니다. 언젠가 소개했던 내용인데 생각할수록 새롭습니다. 빈무덤에 대한 묘사중 한 대목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쌌던 수건은 아마포와 함께 놓여 있지 않고, 따로 한 곳에 개켜져 있었다.”

 

바로 애제자가 예수님의 부활을 직감적으로 믿게 했던 장면입니다. 이제 예수님은 부활하셔서 하느님 오른쪽에 앉아 계시며 하느님을 지복직관하게 되었으니 베일의 수건은 필요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모세가 하느님을 뵙고 났을 때 빛나는 얼굴을 수건으로 가렸다는 일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마찬가지 하느님을 직접 뵈온 후 예수님 역시 수건으로 빛나는 얼굴을 가렸어야 했다는 의미심장한 기발한 해석입니다. 그러나 이제 부활하여 하느님 곁에 가시게 되었으니 수건은 필요없게 되어 벗어 한 곳에 가지런히 개켜져 있었던 것입니다.

 

하느님곁에 초월超越해 계시면서 동시에 우리와 함께 계신 편재遍在와 내재內在의 파스카의 주님이십니다. 이제 수건 대신 우리 얼굴이 파스카 예수님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은 말씀과 성체뿐만 아니라 형제 각자의 얼굴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파스카의 주님을 만나러 밖으로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형제들의 얼굴이 주님의 얼굴이요, 형제들과의 만남이 파스카의 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바로 이것이 진정한 신비주의입니다. 말씀과 성체를 통해 주님을 만날 뿐만 아니라 형제들을 통해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성체성사의 완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제 읽었던 영어 주석의 한 구절이 이런 묵상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For Jesus now has the face of Everyone”

 

왜냐하면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은 이제 모두의 얼굴을 지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파스카의 예수님과 함께 부활한 우리의 진면목입니다. 참으로 파스카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의 얼굴을 지닌 존엄한 품위의 인간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창조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파스카의 기쁨을 선사하시면서 우리의 내적여정중 당신을 닮을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십니다.

 

1.사랑하십시오.

2.함께하십시오.

3.천상의 것을 추구하십시오.

 

부활하신 주님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길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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