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4.금요일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1567-1622) 기념일

사무상24,3-21 마르3,13-19

 

 

 

삶에 본질적인 것은 주님과 관계의 깊이다

-기도와 삶의 중심-

 

 

 

참으로 믿는 이들의 삶에 본질적인 것이 주님과 관계의 깊이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삶의 중심이신 주님과의 관계도 날로 깊어집니다. 엊그제부터 실행에 옮긴 영적 수행이 있습니다. 취침전, 또 기상후 시편 한 장을 낭송하고 성가 한장을 부르는 것입니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아니 잊으시나이까/그 종락 무엇이기에 따뜻이 돌보시나이까

천사들 보다는 못하게 만드셨어도/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나이다”(시편8,5-6).

 

마음에 와닿은 시편 구절입니다. 참으로 주님은 존엄한 품위의 인간의 존립 근거임을 깨닫습니다. 새벽에 부른 성가 5장 2절도 좋았습니다.

 

-“어둔 밤 지나 찬란한 이 아침 나 삶의 그늘 벗어나리라

저 하늘은 드맑고 참 아름다워 잠깨면 기뻐 주와 만나리”-

 

더불어 아주 예전에 써놓고 자주 인용했던 주님과 믿는 이들과의 관계를 상징한 ‘하늘과 산’이란 자작 애송시가 생각납니다. 32년 동안 수도원에 정주하면서 날마다 바라보며 위로와 힘을 받는 불암산과 그 배경의 하늘입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산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1997.2.

 

성인들은 물론이요 믿는 모든 이들의 삶에 본질적인 것이 바로 삶의 중심이신 주님과 관계의 깊이입니다. 오늘은 그 유명한 ‘신심입문’과 ‘신애론’의 작가이자 살레시오 수도회의 주보 성인인 영성의 대가, 성 프란치스코 살레시오 주교 학자 기념일입니다. 

 

종교개혁시대의 혼란기에 제네바의 주교로써 교회를 수호한 성인의 업적은 실로 놀랍습니다. 성녀 요안나 마리아 프란치스카 드 샹탈과의 영적 우정 역시 교회 역사상 널리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에 속합니다. 참으로 만45세까지 치열하게 살았던 성인의 마지막 유언도 감동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예수, 내 하느님, 나의 전부여!”

 

참으로 주님과 깊은 일치 관계에 있던 유능하고 용감하고 온화한 성인임을 깨닫게 됩니다. 새삼 내 나이와 삶을 비교하게 되고 분발심奮發心을 갖게 됩니다. 무엇보다 주님과 깊은 관계에 대한 갈망의 청정욕淸淨慾은 얼마든 좋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 크게 도움이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산에 오르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 열둘을 부르시어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십니다. 주님께 산이나 외딴곳은 하느님 아버지를 만나는 기도처였습니다. 필경 기도후 사도들을 선택하셨음이 분명합니다. 다음 구절에서 주님의 공동체내에서 제자들의 신원이 잘 드러납니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다.’

 

주님과 함께 지낼 때는 주님의 제자들이 되어 서로간에는 형제애의 친교가 이루어지며, 파견될 때는 구마驅魔와 더불어 복음 선포의 사도가 됩니다. 안으로는 친교의 제자, 밖으로는 선교의 사도, 바로 뽑힌 열두 사도의 신원이자 우리의 신원이기도 합니다. 

 

배반자 유다만 제외하고 주님과 관계가 깊었던 참 다양한 제자들이자 사도들입니다. 참으로 주님과의 깊은 ‘친교’의 관계가 복음 선포의 ‘선교’에 마르지 않는 샘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사무엘 상권에서 다윗과 사울이 참으로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결정적 차이는 주님과의 관계에 있음을 봅니다. 다윗은 삶의 중심이 뚜렷하고 삶의 중심이신 주님과의 관계도 깊은 반면, 사울은 이점에서 너무나 허약합니다. 사울의 감정 기복이 심한 모습에서 그의 자존감 낮고 열등감 많은 내면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울이 참으로 삶의 중심이신 하느님과의 관계가 깊었다면 이렇게 질투심의 감정에 휘둘려 존엄한 품위를 잃고 다윗을 쫓는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참 좋은 반면교사 역할을 하는 다윗과 사울입니다. 다음 둘이 주고 받는 대화에서도 이들의 믿음의 깊이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다윗;“주님께서 재판관이 되시어 저와 임금님 사이를 판가름하셨으면 합니다. 주님께서 저의 송사를 살피시고 판결하시어. 저를 임금님 손에서 건져 주시기 바랍니다.”

-사울;“내 아들 다윗아, 네가 나보다 의로운 사람이다. 내가 너를 나쁘게 대하였는데도, 너는 나를 좋게 대하였으니 말이다.---이제야 나는 너야말로 반드시 임금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스라엘 왕국은 너의 손에서 일어날 것이다.”-

 

말은 이러했지만 사울의 속은 참으로 쓰렸을 것입니다. 다윗과의 라이벌 의식에, 또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으로 인한 내적 갈등에 참 많이도 시달렸을 사울의 처지에 동정이 갑니다. 이 모두가 전적으로 삶의 중심이신 주님과의 빈약한 관계에서 기인함을 봅니다. 무엇보다 사울은 다윗처럼 기도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삶의 중심이신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이 얼마나 믿는 이들에게 본질적이요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의 친교를 깊게 하시고 복음 선포의 사도로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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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1.24 06:30
    사랑하는 주님, 저희가 저희 삶의 중심인 주님을 향한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 있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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