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8.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 

미카5,1-4ㄱ 마태1,1-16.18-23

 

 

믿는 이들의 영적 족보

-전통의 뿌리, 정체성-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5세기 말 성모 마리아 탄생 성당(성녀 안나의 집에 지었다고 함) 봉헌에서 유래합니다. 이 축일은 7세기에 콘스탄티노플과 로마로 확대되었으며, 15세기부터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신 축일은 팔일 축제와 더불어 대축일이 되었고 단식을 지키며 전야제를 지냈습니다. 이어 1955년 교황 비오 12세의 전례 개혁때 단순한 축제로 축소됩니다. 그러니까 오늘 성모님 탄생 축일은 작년 12월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을 지낸후 만9개월만에 맞이하는 축일입니다.

 

새삼 뿌리 깊은 전통의 가톨릭 교회임을 깨닫게 합니다. ‘늘 옛스러우면서도 늘 새로운(ever old, ever new)’가톨릭 교회 전통의 뿌리입니다이런 깊은 전통의 뿌리가 있어 정체성 뚜렷한 교회요 신자들입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믿는 이들의 영적 족보-전통의 뿌리, 정체성-’으로 정했습니다. 오늘 입당송 내용도, 본기도 내용도 은혜롭고 축일의 의미를 잘 드러냅니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탄생을 기뻐하며 경축하세.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그분이 낳으셨네.”

 

“주님, 복되신 동정녀께서 성자를 낳으시어 저희 구원이 시작되었으니, 동정녀 탄생 축일을 지내는 저희에게, 천상 은총의 선물을 내려 주시어, 길이 참 평화를 누리게 하소서.”

 

입당송, 본기도의 내용이 참 깊고 아름답습니다. 초점은 성자 에수 그리스도이심을 깨닫습니다. 하여 우리는 오늘 그리스도를 낳으신 뿌리와도 같은 성모님 탄생을 기립니다. 탄생 축일을 지내는 분은 예수님과 세례자 요한, 그리고 성모님 셋뿐입니다. 예수님 탄생에 앞서 하느님은 얼마나 주도면밀하게 그 배경의 뿌리들을 마련했는지 깨닫습니다. 

 

과거의 뿌리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전통의 뿌리를 잃으면 정체성의 위기요 현실의 어려움을 견뎌내기 힘듭니다. 믿는 이들의 오늘은 결코 단절된 하루가 아닙니다. 과거와 미래가 하나로 이어진 영원 속의 하루임을 깨닫게 하는 구상 시인의 ‘오늘’이란 시입니다.

 

-“오늘도 신비의 샘인 하루를 맞는다

 

이 하루는 저 강물의 한 방울이

어느 산골짝 옹달샘에 이어져 있고

아득한 푸른 바다에 이어져 있듯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하나다

 

이렇듯 나의 오늘은 영원 속에 이어져

바로 시방 나는 그 영원을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죽고 나서부터가 아니라

오늘서부터 영원을 살아야 하고

영원에 합당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

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하나로 관통한 ‘영원한 오늘’의 하루임을 깨닫게 하는 시입니다. 과거의 뿌리 없는 오늘은 없습니다. 전통의 뿌리가 깊고 튼튼하고 좋아야 뚜렷한 정체성에 좋은 꽃과 열매들입니다. 이런 면에서 1500년 수도 전통의 뿌리를 지닌 우리 분도 수도자들은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많이 강조하는 것 역시 전통의 뿌리입니다. 

 

“사람들이 그 뿌리의 감각을 잃으면, 그의 정체성을 잃는다. 그러니 오늘날 우리에게 참 중요한 것은 우리가 속한 전통을 잘 돌보는 것이다. 그래야 열매도 좋다.”

 

참 좋은 전통의 뿌리에서 참 좋은 꽃과 열매로 표현되는 정체성입니다. 바로 오늘 성모님 탄생 축일, 우리는 제1독서 미카서와 복음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그 깊은 뿌리를 다시 새롭게 확인합니다. 제1독서 미카 예언자가 아득한 그 옛날에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합니다. 그리스도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보여 줍니다. 

 

“그의 뿌리는 아득한 시절로 올라간다. 그러므로 해산하는 여인이 아이를 낳을 때까지, 주님을 그들을 내버려 두리라. 그는 주님의 능력에 힘입어 목자로 나서리라. 그리고 그 자신이 평화가 되리라.”

 

오늘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와 탄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는 우리 믿는 이들의 영적 족보이기도 합니다. 완전히 끝난 족보가 아니라 가톨릭 교회 역사를 통해 면면히 계속되고 있는 영원한 현재 진행형의 영적 족보입니다. 

 

영예롭게도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됨으로 영적 족보에 편입된 우리들이요 하여 가톨릭 신자로서 정체성 뚜렷한 삶을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참으로 뿌리깊은 나무와 같이 깊고 튼튼한 전통의 뿌리를 지닌 우리 가톨릭 교회입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은 관계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상호관계속의 존재입니다. 오늘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봐도 참으로 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사람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인내와 치밀한 준비를 봅니다. 

 

어느 누구도 쓸모 없다 버리지 않고 모두 각자의 자리에 배치하여 구원자 탄생의 배경과 뿌리로 삼습니다. 참으로 디테일이 강한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우리 성베네딕도 요셉수도원 족보의 역사를 봐도 디테일에 강한 이런 하느님 섭리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결코 아닙니다. 하느님의 무한한 인내와 겸손, 지혜의 결정체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입니다. 하느님 섭리의 손길이 참 오묘합니다, 마침내 참 의롭고 거룩한 부부, 순종과 겸손의 사람 성 마리아와 성 요셉이 그 역할을 다함으로 임마누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이뤄집니다.

 

“보아라, 동정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임마누엘은 번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뜻이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입니다. 참으로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어머니들인지! 오늘 성모님의 탄생 축일은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탄생 축일처럼 생각됩니다. 하느님의 참 좋은 배경의 뿌리 역할에 충실하심으로 참 좋은 아드님을 낳아 주신 성모님이십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의 영적 족보를, 우리의 근원적 뿌리인 주님을 새롭게 확인하고 모시는 우리들입니다. 끝까지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의 영원한 생명의 뿌리가 되시겠다는 주님의 선언이자 약속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 ?
    고안젤로 2020.09.08 08:44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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