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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2.연중 제2주간 목요일(뉴튼수도원 73일째)             

                                                                                                                              히브7,25-8,6 마르3,7-12


                                                                                      예수님의 공동체

                                                                                       -오래된 미래-


아침 영어미사중 입당송의 느낌이 각별했습니다.

"Take up your cross and follow me, mine is the way to life"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내 생명의 길이다.)

나름대로 주어진 공동체의 십자가란 짐을 충실히 지고 주님을 따라 책임적 존재로 사는 것이 바로 생명의 길이자 구원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 장면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의 공동체가 떠오릅니다. 

갈릴래아 호수를 중심으로 모두를 포함한 자연친화적 공동체입니다. '오래된 미래'의 공동체요 교회공동체의 원형처럼 생각됩니다. 외딴 곳의 산에서 기도하시고 갈릴리아 호수에서 고기잡이 하던 어부들을 제자로 부르시고 갈릴래아 호수 주변 언덕에 앉은 많은 이들을 가르치시고 치유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습니다. 요셉수도원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아쉬웠던 것 하나는 호수였는데 여기 뉴튼수도원엔 호수가 있어 수도원을 참 풍요롭게 합니다.


얼굴 하나야/손바닥 둘로/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호수만 하니/눈 감을 수 밖에


호수곁을 지나며 바라볼 때 떠오르는 정지용의 호수라는 시입니다. 생각할수록 감사하고 신기합니다. 지난 1.17일(토;미국시간) '호수위에서 기적!'이라는 사진을 찍지 않았더라면 기회는 영영 오지 않을 뻔했습니다. 그 날은 몹시 추운 맑은 날씨에 호수는 약 20cm두께의 얼음으로 덮여있었고 마침 호수 한 복판에서 얼음을 깨고 낚시 하던 맘씨 좋은 미국 형제가 하나 있었기에 핸드폰 사진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은 확 풀린 영상의 날씨에 온종일 장마처럼 비가 내렸고, 이후의 계속 풀려가는 날씨로 호수를 걷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주님은 저에게 참 좋은 추억을 선물하셨습니다. 한국에 가도 뉴튼수도원의 묘지와 호수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갈릴리 호수 같아요.-

"듣고 보니 갈릴리 호수 같네요!“


주고 받은 카톡 대화 내용도 생각납니다. 크기는 갈릴래아 호수보다 훨씬 작지만 평화로운 정경(情景)은 갈릴래아 호수를 꼭 닮았습니다. 예수님의 활동무대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민초(民草)들의 삶의 터전, 갈릴래아 호수는 그대로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의 마음 역시 모두를 받아 들이고 살리는 넓은 연민(compassion)의 호수와 같았을 것입니다.


갈릴래아 호숫가, 오늘 복음의 예수님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흡사 예수님의 공동체를 연상케 합니다. 그러니 제 카톡 역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현대문명이 선물한 기적의 공동체입니다. 예수님의 공동체나 예수님을 중심으로 모인 제 카톡의 공동체는 결코 엘리트 공동체가 아닙니다. 이런저런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공동체, 바로 예수님의 공동체이자 제 카톡의 공동체입니다. 


어제의 아주 평범한 체험도 저에겐 깊은 깨달음이었습니다.

"어, 안경 나사가 어디있지?“

돋보기는 책 보거나 기도서를 보는데 필수인데 돋보기를 들으니 안경다리가 뚝 떨어졌습니다. 참 암담했습니다. 그 미세한 안경다리 나사를 찾을 길이 막막했으니 말입니다. 한참만에 눈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나사를 방바닥에서 찾아 조립하니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하던지요. 아무리 좋은 제품도 시시해 보이는 작은 부품 하나만 빠져도 쓸모없어 집니다. 바로 공동체가 그러합니다. 모두가 모여 더불어 함께 살도록 되어있는 공동체입니다. 


소수정예를 부르짖는 공동체주의자들이 얼마나 오만하고 비인간적인지 깨닫습니다. 예전 풋열심으로 철없을 때는 소수정예를 말했지만 이젠 완전히 철회했습니다. 힘들어도 모두를 품에 안은 연민의 공동체가 바로 예수님의 공동체입니다. 여기 뉴튼수도원엔 대 보수공사가 한창 진행중입니다. 일하는 미국 노동자들의 공동체도 참 보기 좋습니다. 대부분 구김살이 없고 밝고 활달합니다. 이색적인 것은 20대 처녀 여럿도 함께 일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주님은 혼자 일등으로 오는 이가 있다면 분명 말씀하실 것입니다.

"얘야, 네 동료들은 어디 있느냐? 좀 기다렸다가 같이 들어와라.“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가 어디있는지 담박 드러납니다. 상호치열한 경쟁 속에 상호보완과 협력의 공동체 형성을 어렵게 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입니다. 이럴수록 공감과 연대의 실천공동체 형성이 절실합니다. 


뉴튼수도원 게시판에 붙은 왜관본원의 인사명령지를 보면서도 연민의 공동체를 발견합니다. 모든 수도형제를 살게하는, 살리는 배려 가득한 인사명령처럼 느꼈습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바 능율과 효율의 엘리트 소수만의 공동체가 아니라 이런저런 모든 이들이 함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연민의 공동체입니다. 


'그러자 갈릴래아에서 큰 무리가 따라왔다. 또 유다와 예루살렘, 이두매아와 요르단 건너편, 그리고 티로와 시돈 근처에서도 그분께서 하시는 일을 전해 듣고 큰 무리가 그분께 몰려왔다.‘


오늘의 복음 장면은 그대로 예수님의 연민의 공동체를 상징합니다. 있는 이나 없는 이나, 의인이나 죄인이나, 강한 이나 약한 이나, 건강한 이나 병든 이나 모두 함께 더불어 사는 연민의 공동체입니다. 예나 이제나 당신의 공동체의 중심에 자리잡고 계신 대사제이신 주님이십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더러운 영들은 스스로 고백하며 뛰쳐나와 저절로 치유가 이뤄지니 예수님의 내공의 깊이가 놀랍습니다. 바로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대 사제 예수님은 오늘 역시 당신 연민의 공동체의 중심에서 치유의 기적을 행하십니다. 히브리서의 아름다운 묘사 그대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통하여 하느님께 나아가는 사람들을 언제나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분께서는 늘 살아 계시어 그들을 위하여 빌어 주십니다. 그분은 거룩하시고 순수하시고 순결하시고 죄인들과 떨어져 계시며 하늘보다 더 높으신 분이 되신 대사제이십니다. 곧 하늘에 계신 존엄하신 분의 어좌 오른쪽에 앉으시어, 주님께서 세우신 성소와 참 성막에서 직무를 수행하시는 분이십니다.“

바로 이런 대사제 예수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위해 빌어주시며 우리 모두 당신의 연민의 공동체를 만들어 주십니다.


"주님, 보소서, 당신 뜻을 이루려 제가 왔나이다."(시편40,8.9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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