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1.4.2. 주님 수난 성 금요일 

이사52,13-12 히브4,14-16;5,7-9 요한18,1-19,42

 

 

 

품위있는 삶과 죽음을 위하여

-진리, 공부, 순종-

 

 

 

요즘 참 나라 안팎이 어지럽기 짝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입니다. 좀처럼 악순환의 질곡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건 비단 우리의 경우뿐 아니라 온 세상 대부분 나라들이 겪는 현상입니다.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도 온통 부정적 어둔 뉴스들 뿐입니다. 

 

결국은 사람이 문제입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 첨단 문명의 시대라 해도 사람은 그대로 인 것 같습니다. 좀처럼 변하지 않는 탐욕의 무지의 사람들같습니다. 참으로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사는 일이 평범한 듯 하지만 얼마나 본질적이고 중요한 일인지 깨닫습니다.

 

제 좋아하는 말중 불가의 용어가 청정욕淸靜慾입니다. 맑고 깨끗한 욕망입니다. 추하고 더러운 탐욕이 아니라 잘 살다 잘 죽고 싶은 거룩한 욕망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잘 사랑하고 싶은 욕망, 기도를 잘하고 싶은 욕망,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성인이 되고 싶은 욕망 등 끝이 없습니다.

 

하여 오늘 주님 수난 성 금요일 강론 제목은 ‘품위있는 삶과 죽을을 위하여’로 정했습니다. 누구나의 마음 깊이 잠재해 있는 참 좋은 욕망이 맑고 향기로운 품위있는 삶과 죽음일 것입니다. 나라에는 국격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인격이 있고, 꽃에는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습니다. 과연 내 인격의 향기는 어떠할런지요.

 

요즘 파스카의 봄꽃들이 한창입니다. 참으로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다. 때되면 여지없이 만발한 봄꽃들의 향기가 수도원 공기를 가득 채워 꽃향기를 숨쉬는 느낌입니다. 꼬박 일년을 기다렸다가 때가 되자 일제히 피어난 파스카의 봄꽃들, 꽃처럼 반가운 만남 되려면 인고忍苦의 기다림이 꼭 필요하다는 좋은 진리를 배웁니다. 

 

참으로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파스카의 봄꽃들 만발한 계절에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분 파스카의 예수님의 성삼일 전례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주님이자 스승이신 주님의 삶과 죽음을 기리며 우리의 삶과 죽음을 새롭게 점검해 보는 절호의 시기입니다. 죽음은 삶의 요약입니다. 죽음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삶입니다. 바로 오늘 요한의 수난복음이나 독서의 말씀을 통해서 잘 드러나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입니다. 

 

그냥 기억하고 기념하라 있는 성삼일 파스카의 전례가 아니라 예수님을 배우고 닮아 예수님처럼 파스카의 삶을 살라고 선물처럼 주어진 파스카 성삼일의 전례입니다. 어떻게 하면 예수님처럼 맑고 향기로운, 품위있는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는지 그 방법을 나눕니다.

 

첫째, 진리입니다.

진리가 사랑입니다. 사랑이 지혜입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진리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진리의 연인이라 명명했던 아우구스티노 성인이요, 진리의 협력자라 명명했던 베네딕도 교황 16세입니다. 진리를 향한 청정욕은 얼마든 좋습니다. 진리야 말로 구도자들이자 수행자들인 우리 믿는 이들의 영원한 화두입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진리를 깨달아 알아 갈수록 마음의 순수요 자유로운 삶입니다. 세상것들을 소유하면 자유로울 것 같지만 점차 소유의 노예, 탐욕의 노예가 되어 자유를 잃습니다. 참으로 진리의 맛을 본 사람들은 탐욕의 맛, 세상 맛, 돈맛을 잃어 버려 무욕의 지혜로운 사람이 됩니다. 진리의 맛으로 살 때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지혜의 사람, 빛의 사람, 하느님의 자녀로서 참 나를 삽니다.

 

“진리는 무엇이오?”

어리석은 빌라도는 진리이신 주님을 앞에 두고 진리가 무엇인지 묻습니다. 진리와 하나되어 온전히 하느님의 진리를 사신 우리 파스카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알아 듣는다.”

 

참으로 진리를 사랑할 때, 진리 말씀을 실행할 때 주님의 목소리를 알아들을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평생 사랑할 유일한 대상은 길이자 진리이자 생명이신 파스카의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우리 삶의 영원한 목표이자 방향이 되시는 분은, 중심이자 의미가 되시는 분은 진리이신 주 예수님뿐입니다.

 

둘째, 공부입니다.

평생공부가 진리이신 예수님 공부입니다. 예수님 사랑, 예수님 공부, 예수님 닮기가 우리의 평생과제입니다. 공부해야 비로소 무지에서 벗어나 참 사람이 됩니다. 공부의 모범은 예수님이십니다. 평생 진리 탐구와 공부에 전념했던 예수님이셨기에 수난의 와중에서도 마음이 지극히 고요하고 평온합니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십자가에 못박으시오!” 광란하는 폭도들의 지옥같은 현장 속에서도 요지부동 평화를 누리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막연한 공부가 아닙니다. 구체적으로 예수님을 닮아가는 진리 공부요, 참 사람이 되는 공부입니다. 공부에 대한 좋은 글을 발견했습니다.

 

“요컨대 인생사에서 공부는 혼자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다. 요즘은 생사도 의료도 도움으로 외부 개입 여지가 있지만, 공부는 그렇지 않다. 맨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단 한가지 공부다. 취업이 안되는 시대라면, 공부를 하면 된다. 여기서 말하는 공부工夫는 글자 그대로 특정 분야에 자기 몸을 훈련하여 장인匠人이 되는 것이다. 거창한 얘기가 아니다. 공부는 내 몸이 세상이라는 공방工房에서 대장장이, 쇳물, 망치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환을 거듭해, 기技와 예藝를 몸에 새기는 것이다.”

 

지식공부가 아니라 이런 장인이 되는 공부가 진짜 산공부입니다.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가 되는 공부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에게는 수도원의 정주터가 공방工房이 됩니다. 이런 수도원 공방의 공부인工夫人의 모범이, 자랑이 바로 우리 수도원의 배밭과 순대방 책임을 겸한 재무 담당의 마르코 수사와 주방장과 채소밭 책임을 겸한 부원장 스테파노 수사일 것입니다. 

 

공부는 우리 분도수도자들에게 전혀 낯선 것이 아닙니다. 바로 성규 제4장, ‘착한 일의 도구들은 무엇인가’라는 장에서는 영적 장인을 위한 구체적 공부 항목이 74개가 나오며 다음 마지막 고무적인 결론 말씀도 투철한 장인정신으로 살 것을 촉구합니다.

 

“보라! 이런 것들이 영적 기술의 도구들이니, 우리가 이것들을 밤낮으로 끊임없이 채워 실천하고 심판의 날에 그것을 돌려드리면, 주께서 친히 약속하신 그 상급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 모든 것을 부지런히 실행할 장소는 수도원의 봉쇄 구역과 수도회 안에 정주하는 것이다.”

 

비단 정주의 분도회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각자 제자리에 정주하면서 공부의 장인이 되고자 영적으로 육적으로 기와 예를 갈고 닦아야 할 것입니다. 기도에는 신비가神祕家가 되고 공부에는 학자學者가 되고, 일에는 전문가專門家인 수도자가 된다면 정말 영육으로 온전한 장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믿는 이들에게 우선적인 것은 예수님을 공부하고 닮아 ‘사랑의 장인匠人’, ‘사랑의 달인達人’이 되는 것이며 이런 청정욕은 왕성할수록 좋습니다.

 

셋째, 순종입니다.

진리를 사랑하고 공부를 사랑하듯 순종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우리의 수도생활을, 모든 수행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정결을 사랑하고 가난을, 고독을, 침묵을, 경청을, 겸손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수행을 사랑하면 저절로 마음은 순수해지고 삶은 자유로워집니다. 이런 자유는 마침내 섬김의 사랑에서 완성됩니다.

 

침묵과 경청의 겸손도 결국은 순종을 위한 것입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에 순종할 때 마지막 죽음의 순종도 잘 하여 선종의 죽음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순종의 모범은 예수님이십니다. 수난복음 전반의 예수님께 감지되는 사실은 진리에 순종입니다. 마지막 임종어가 순종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참 깊은 울림을 주는 두 말마디입니다.

 

“목마르다”

평생 늘 진리를, 하느님을 사랑했고 늘 목말라했던 주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마지막 순종을 통한 사명의 성취임을 보여줍니다. 히브리서 역시 예수님의 순종을 찬양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의 근원이 되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의 넷째 노래 역시 그대로 죽기까지 철저히 자신을 비운 수난 복음의 예수님께 대한 묘사처럼 들립니다. 사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수난당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에서 주님의 종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 그가 찔린 것은 우리의 악행때문이고, 그가 으스러진 것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다. 우리의 평화를 위하여 그가 징벌을 받았고 그의 상처로 우리는 나았다.”

 

바로 주님의 종으로서 예수님의 철저한 자기비움의 순종은 그대로 우리의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아침성무일도 독서후, “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기까지 순종하셨도다.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셨도다.” 라는 응송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믿는 이들 누구나의 마음 속 깊은 갈망은 참으로 하느님 자녀다운 삶, 품위있는 삶과 죽음일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에 대한 답을 주셨습니다. 진리에 대한 사랑, 공부에 대한 사랑, 순종에 대한 사랑으로, 진리의 사람, 공부의 사람, 순종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바로 이의 모범이 우리 주 예수님이십니다. 히브리서의 우렁한 권고 말씀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에게는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굳게 지켜 나아갑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이런 대사제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늘 우리와 함께 하시며 도와 주십니다. 그러니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한 때에 도움이 되도록 합시다.”(히브4,14-16). 아멘.

 

 

  • ?
    고안젤로 2021.04.02 08:46
    "사랑하는 주님,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인간으로써 겪는 모진 고통과 죽음앞에서도 순종하셨기에 세상을 구원하셨습니다


    저희도 세상속에서 생각차이로 일어나는 모든것에 순종의 삶을 통해 주님 구원의 삶을 살게 하소서."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302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님 중심의 균형과 조화, 일치의 공동체(삶)-2021.4.17.부활 제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17 97
2301 분별력의 지혜와 사랑 -“건들이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십시오”-2021.4.16.부활 제2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16 107
2300 순종의 여정 -순종을 사랑하십시오-2021.4.15.부활 제2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15 109
2299 구원은 선물이자 선택이다 -빛이냐 어둠이냐, 생명이냐 죽음이냐, 진리냐 거짓이냐-2021.4.14.부활 제2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14 118
2298 유토피아 하늘 나라 공동체 꿈의 실현 -배움, 비움, 섬김-2021.4.13. 부활 제2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13 101
2297 배경의 힘 -기도와 말씀, 찬미와 감사의 전례 공동체- ​​​​​​​2021.4.12.부활 제2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12 123
2296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예수님 사랑, 공동체 사랑, 주님의 전사-2021.4.11.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 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4.11 112
2295 복음 선포의 삶 -갈망, 만남, 선포-2021.4.10.부활 팔일 축제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10 90
2294 더불어 순례 여정중의 공동체 -예수님 중심의 삶-2021.4.9.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9 130
2293 주님의 전사, 회개의 전사 -무지의 탐욕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다-2021.4.8.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8 147
2292 참 아름다운 삶 -예닮의 여정-2021.4.7.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7 135
2291 개안開眼의 은총, 개안의 여정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2021.4.6.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6 131
2290 예수님은 부활하셨습니다 -파스카의 삶-2021.4.5.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5 123
2289 진짜 신자信者의 삶 -만남, 증언, 추구-2021.4.4.주님 부활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4.04 128
2288 예수님과 더불어 우리도 부활하였습니다! -빛과 생명과 희망으로-2021.4.3. 성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3 159
» 품위있는 삶과 죽음을 위하여 -진리, 공부, 순종-2021.4.2. 주님 수난 성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2 123
2286 성체성사적 파스카의 사랑과 삶 -기억, 전례, 섬김-2021.4.1.주님 만찬 성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4.01 122
2285 배움의 여정 -회개, 겸손, 경청, 순종-2021.3.31.성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31 103
2284 파스카의 신비, 파스카의 기쁨, 파스카의 승리 -절망은 없다-2021.3.30. 성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30 102
2283 주님의 종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2021.3.29.성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3.29 138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