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5.25.화요일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2/673-735) 기념일

집회35,9-15.20 마르10,28-31

 

 

 

예수님 중심의 삶

-떠남, 버림, 나눔, 비움, 따름-

 

 

 

엊그제에 이어 어제도 하루내내 행복한 마음이었고 지금 역시 계속되는 행복감입니다. 44년전 초등학교 교사시절 가르쳤던 6학년때 제자들 여러명이 엊그제 수도원을 방문하여 늦었지만 ‘스승의 날’을 축하해 줬고, ‘스승의 은혜’에 이어 여러 동요들의 축가들(?)을 열창해 줬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노래들을 담아 동영상으로 보내줬고, 어제는 산책 중 내내 들었고, 이어 많은 사랑하는 지인들과 나눴습니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 감동과 감격을 좀더 널리 나눠 행복을, 감동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행복과 감동, 아름다움과 기쁨의 나눔이 우리를 행복하게, 기쁘게 하고, 마음을 정화하여 순수하게 합니다. 감동의 나눔을 통한 마음의 순수입니다. 동영상을 전한후 받은 메시지입니다.

 

“신부님, 많이 행복하셨겠어요. 하늘같은 마음을 지닌 선생님이 계시기에 그 은혜를 아는 착한 제자들이 있네요! 감사, 감동, 감격입니다. 저도 사랑합니다. 신부님”

 

“프란치스코 신부님, 참 따스하네요. 갈수록 가열加熱차게 열심히 부르는 게 넘 좋아요. 신부님 흐뭇해 하시는 모습이, 어린이처럼 활짝 웃으시는 모습이 넘 좋아 캡쳐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무수한 감사와 감격, 감동의 메시지였습니다. 나눌수록 커지는 행복과 기쁨이요 나눌수록 작아지는 불행과 슬픔입니다. 행복과 불행, 천국과 지옥은 선택입니다. 주님을 선택하여 주님 중심의 삶이, 주님 관계의 삶이, 떠남과 버림, 나눔과 비움의 삶이 깊어질수록 행복이요 천국이지만, 내 중심의 고립단절의 삶이 깊어질수록, 모음, 쌓음, 채움의 삶이 깊어질수록 불행이요 지옥입니다. 

 

삶은 선물이냐 짐이냐? 주님을 택해 주님을 따를수록 삶은 선물이지만 내 중심의 삶이 깊어질수록 삶은 무거운 짐이 되어버립니다. 과연 살아 갈수록 삶은 가벼운 선물의 삶이 되는지요, 혹은 갈수록 무거워지는 짐같은 정주의 삶은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우선 두가지 예화를 나눕니다.

 

부끄럽지만 크게 깨달았고 크게 배웠습니다. 참 좋은 수녀님이 무차와 쑥차를 선물하면서 두 잔을 타줬습니다. 마음에 드는 차를 마시라 했고 무차에 이어 쑥차를 천천히 마실 생각에 무차를 마셨습니다. 그런데 이어 쑥차는 수녀님이 들고 마셨습니다. 서로 한 잔씩 나눌 차를 저는 혼자 두 잔을 마시려 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자기 중심의 이기적 나인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아주 예전 저보다 훨씬 어린 젊은 조카 사위가 딸 아이에게 밥을 떠먹이며 천천히 식사하고 있을 때, 이미 밥그릇을 다 비운 내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또 하나는 어제 읽은 예화로 전에도 언젠가 나눴었지만 새롭게 느껴져 또 나눕니다. 지옥과 천국에 관한 예화입니다. 천사의 인도로 지옥에 갔더니 크고 둥근 진수성찬 가득한 식탁인데 모두가 우울하고 어두운 표정에 바짝 마른 모습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팔은 굽힐 수 없었고 모두가 긴젓가락을 갖고 각자 먹으려 하니 도저히 먹을 수 없어 그렇게 굶주려 말라있었고 끊임없이 반복하여 저만 먹으려 하더랍니다. 완전히 자기 중심의 지옥에 대한 적나라한 예화입니다. 

 

이어지는 천국의 일화도 재미있습니다. 천국에 갔더니 밝고 환한 분위기에 웃음이 끊어지지 않는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분위기였다 합니다. 똑같은 진수성찬의 크고 둥근 식탁에 똑같은 사람들인데, 팔을 굽힐 수 없고 긴 젓가락을 가진 것도 똑같은데, 웬 차이인가 잘 살펴 봤더니 각자 맞은 편의 사람들에게 자기 긴 젓가락으로 집어서 서로 먹이더라는 것입니다. 지옥과는 반대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한 사랑의 상대방 중심이었던 것입니다.

 

새삼 천국과 지옥도, 행복과 불행도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천국같은 환경에서 내 중심의 고립단절의 지옥과 불행을 살 수 있고, 지옥같은 환경에서도 서로 연대와 나눔으로 더불어 천국의 행복을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관계입니다. 크고 둥근 식탁이 상징하는 바 모두가 높낮이가, 위아래가 없는 서로 평등한 수평관계에 있는 형제관계임을 상징합니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가 되고 꼴지가 첫째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하느님 앞에서는 크고 둥근 식탁에서처럼 모두가 평등한 관계임을, 세상에서의 첫째와 꼴찌가 참으로 무의미함을 일깨우는 말씀입니다. 첫째의 자리, 꼴찌의 자리는 환상이자 착각입니다. 있지도 않고 하느님 앞에서는 모두 하나하나가 똑같은 중심 자리가 됩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더도 덜도 아닌 나일뿐입니다. 

 

참으로 이를 깨달아 알 때 섬김의 겸손으로 즐겨 ‘구원의 꽃자리’ 꼴찌의 자리를 택할 것입니다. 바로 복음의 주님을 위해, 복음을 위해 모두를 버린 베드로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주님을 따라 부단히 떠남의 삶을 살았던, 쌓음이 아니 버림의 삶을, 모음이 아닌 나눔의 삶을, 채움이 아닌 비움의 삶을, 순전히 예수님 중심, 형제 중심의 삶을 살았던 베드로와 그 일행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역설적으로 주님을 위해 모두를 버림으로 모두를 소유한, 무엇보다 영원한 참 보물인 영원한 생명인 주님을 지닌 참 행복하고 부유하고 자유로운 제자들임을 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남성적인 권위의 아버지만 빼고는 다 받는 다는 것입니다. 사실 아버지는 하늘의 아버지 한분뿐이요 모두는 아버지의 자녀들임과 동시에 형제들이기 때문에 아버지를 받을 필요가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참으로 삶의 중심인 예수님을 따라 버리고 나누고 비울수록 날로 주님과 사랑과 신뢰 깊어지는 충만한 삶임을 깨닫습니다. 텅빈 허무의 삶이 아니라 주님으로 가득한 텅빈 충만의 행복과 기쁨의 천국의 삶입니다. 죽어서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시작된 영원한 생명의 천국임을 깨닫습니다.

 

전례와 삶은, 신앙과 삶은, 기도와 일은,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날씰과 씨줄로 짜여진 피륙과 같습니다.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실재입니다. 바로 집회서의 말씀이 이를 증명합니다. 구구절절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생략하기가 너무 아까와 거의 다 인용합니다.

 

“말씀을 지키는 것이 제물을 많이 바치는 것이고, 계명에 충실한 것이 구원의 제사를 바치는 것이다. 은혜를 갚는 것이 고운 곡식 제물을 바치는 것이고 자선을 베푸는 것이 찬미의 제사를 바치는 것이다. 악을 멀리하는 것이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고, 불의를 멀리하는 것이 속죄하는 것이다. 

 

주님 앞에 빈손으로 나타나지 마라. 의로운 이의 제물은 제단을 기름지게 하고 그 향기가 지극히 높으신 분께 올라간다. 외로운 사람의 지사는 받아들여지고, 그 기억은 잊히지 않는다.

 

기꺼운 마음으로 주님께 영광을 드리고 인색하지 마라. 제물을 바칠 때는 언제나 즐거운 얼굴로 기쁘게 봉헌하여라. 네게 주신대로 바치고, 기꺼운 마음으로 능력껏 바쳐라. 일곱배로 갚아 주시리라.

 

그분에게 뇌물을 바치지 마라. 받아 주시지 않으신다. 불의한 제사에 기대를 갖지 마라. 주님께서는 심판자이시고, 차별대우를 하지 않으신다.“

 

미사전례 따로 삶 따로가 아니라, 미사전례와 삶이 하나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느님 사랑과 형제 사랑이, 전례와 삶이 하나로 만나는 구원의 꽃자리임을 깨닫습니다. 하루로 확산擴散되는 미사전례은총이요 미사전례로 수렴收斂되는 나날의 하루임을 깨닫습니다. 도대체 하느님과 분리되어 고립단절되어 살 수 있는 우리들임을, 하느님 구원섭리의 수중에 있는 우리들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은 성 베다 학자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이미 지상에서 천국을 살았던 천사와 같은 7-8세기 걸쳐 살았던 영국의 성인입니다. 7세에 수도원에 들어와 몇 차례의 짧은 여행을 제외하고는 늘 수도원에 정주하면서 성경연구와 교육과 저술 활동애 몸을 바쳤습니다. 성인은 평생을 수도원에서 기도하고 노동하며 단순하게 살고자 노력한 수도자로 뛰어난 학자이면서도 참으로 겸손하였고 영국 교회사를 저술함으로 ‘영국 역사의 아버지’로도 불렸습니다. 

 

1899년 교황레오 13세는 성인을 교회학자로 선언하였고, 성 보니파시우는 성인을 ‘성령의 빛이자 교회의 빛’, ‘우리 스승이자 베다 존자로’라 불렀습니다. 성인인 단테의 신곡중 천국편에 등장하는 유일한 영국인이기도 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베네딕도회 수도사제 성 베다였습니다. 평생 온전히 주님을 따라 자기를 완전히 비웠기에 이런 충만한 삶을 살았던 베다 성인입니다. 

 

기념, 기억하라고만 있는 성인축일이 아니라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성인의 삶을 살라고 선물로 주어지는 성인축일입니다. 주님과 형제들을 위해 부단히 자기를 버리고 나누고 비워가면서 한결같이 ‘떠남과 주님 따름의 여정’에 충실할 때 주님을 닮아 각자 고유의 성인이 될 것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시편50,23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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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5.25 13:03
    "사랑하는 주님, 주님 주신
    거룩한 이시간을 주님사랑으로 만들어
    갈수 있도록 저희의 부족함을
    깨어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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