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8.15. 주일 성모 승천 대축일 낮미사

요한묵11,19ㄱ;12,1-6ㄱㄷ.10ㄱㄴㄷ 1코린15,20-27ㄱ 루카1,39-56

 

 

 

영적 승천의 여정

-승리의 삶, 희망의 삶, 기쁨의 삶-

 

 

 

입추가 지난 후로는 완연한 가을입니다. 줄기차게 맹렬히 울어대던 매미들 찬미 소리도 주춤해지고 과일도 점차 익어 꼴을 갖춰 갑니다. 어제는 서늘한 오후 풍경이 흡사 어머니 자연 품처럼 푸근 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며칠전 강원도에 있는 수녀님으로부터 선물 받은 어머니 흙같은 어머니 품에서 잘 자란 듯한 참 크고 잘 생긴 감자 형제들을 보면서 언뜻 하늘 아버지에 흙 어머니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래저래 자연 어머니를 통해 우리 어머니들이 많이 생각나는 기도와 수확의 계절 가을이 시작된 것입니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입니다. 어머니들중의 어머니인 우리 믿는 이들 모두의 참 좋은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요 교회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님이십니다. 비오 12세 교황은 1950년 11월 1일 회칙 <지극히 관대하신 하느님>을 통해 성모님의 승천을 믿을 교리로 장엄하게 선포하셨습니다. 오늘은 1945년 8월15일 우리나라가 일제의 35년 동안 식민통치의 압제로부터 해방된 제76주년 광복절이기도 하니 하느님의 섭리가 참 오묘합니다. 성모님과 우리나라의 깊은 인연에 또 감격하게 됩니다. 가톨릭 교리서의 성모님 승천에 대한 요약된 가르침이 은혜롭습니다.

 

“마침내, 원죄의 온갖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시어 티없이 깨끗하신 동정녀께서는 지상 생활의 여정을 마치시고, 육신과 영혼이 하늘의 영광으로 올림을 받으시고, 주님께 천지의 모후로 들어 높여지시어, 군주들의 주님이시며 죄와 죽음에 대한 승리자이신 당신 아드님과 더욱 완전히 동화되셨다. 거룩한 동정녀의 승천은 당신 아들의 부활에 특별히 참여한 것이며, 다른 그리스도인들의 부활을 앞당겨 실현하신 것이다.”(교리966).

 

어제 성무일도시 성모 승천 대축일 제1저녁기도시 성모님이 하늘에 올리셨음에 대한 승리의 기쁨을 한껏 노래한 가사들과 찬미가도 참 은혜로웠습니다.

 

“기뻐하라, 오늘 동정녀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다스리시는도다.”

“동정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거기에 왕중의 왕께서 별빛 찬란한 옥좌에 앉아 계시는도다.”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으니 천사들이 기뻐하며 주를 찬미하는도다.”

 

참 아름답고 기쁨 가득 선사하는 후렴들도 좋고 다음 찬미가 역시 좋습니다. 두절만 소개합니다.

 

“세상의 기쁨이여 하늘의 샛별, 창조주 어머니신 동정 마리아

 손길을 펼치시어, 버려진 이와 빗근길 가는이들 도움주소서.

 

 하느님 지어내신 사다리시며, 이세상 지존께서 내린 사다리

 우리를 당신통해 올려주시어, 천상의 귀한선물 얻게 하소서.”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은 평생 헌신의 사랑을 쏟으며 사시다가 세상을 떠나 성모님과 함께 승천하신 우리 어머니들 역시 천상 생신날이라 저는 하느님 자비에 힘입어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이 되면 오늘 영명축일을 지냈던 이미 16년 전 작고하신 저의 모친이 생각납니다. ‘어머니를 그리며’ 란 돌아가시기 두 달 전에 썼던 자작 고백시 후반부를 나눕니다.

 

-“그 흔한 종교나 신앙없이도 한결같이 사셨던 내 어머니

삶자체가 기도였고 종교였고 스승이셨다

이리저리 감정에 연약하게 흔들렸던 분이셨다면

그 험한 세상 세월에 다섯 남매 어떻게 키웠을 것인가

 

‘외롭다’ 거니 ‘그립다’ 거니 감정 표현 없이도

따사로운 남편 사랑 없이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오신

전형적인 조선 여자 같았던 우리 어머니

내 수도원 들어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만하게 되었는데 늦은 나이 서른 넷에 또 고생길에 접어드냐'고

참 안타까우셨을 어머니

그러다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얘,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 들어가라’고 허락해 주셨다

이불 둘러쓰고 온종일 누워있던 자식이 참 딱했을 것이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지금은 극도로 쇠약해 지셔서 온 종일 방에 누워 계신 내 어머니

정신은 여전히 맑으시고 마음도 깊고 고요하시다

 

그냥 계시기만 해도 마냥 좋은 어머니 

‘신 마리아!’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철이 들었나 보다”-2005.3

 

가을 문턱에 들어선 자연 어머니같은 분위기에 맞이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이 참 평화와 위로를 줍니다. 영적 승천의 여정중인 우리들에게 영적 승리의 삶을 살도록, 또 희망과 기쁨의 삶을 살도록 우리를 북돋웁니다. 그대로 오늘 강론 제목이자 성모 승천 대축일에 주시는 주님의 가르침이자 깨달음입니다. 

 

첫째, 승리의 삶입니다.

날마다 영적 승리의 삶중에 날로 영적 승천의 여정중에 날로 하느님께 가까워지는 우리들입니다. 자꾸 자기속으로 들어가지 마십시오. 지옥의 길이요 영적 패퇴의 길입니다. 반대로 날로 하느님을 향해 자아초월의 삶을, 영적 승천의, 승리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삶은 영적전쟁이요 우리 믿는 이들은 예외없이 주님의 전사들입니다. 구체적으로 믿음의 전사, 사랑의 전사, 평화의 전사입니다. 영원한 도반이자 주님이신 주님이 함께 계시기에 천하무적, 백전백승의 주님의 전사들인 우리들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그리스도의 승리, 하느님의 승리를 장엄하게 고백합니다.

 

“그러고는 종말입니다. 그때에 그리스도께서는 모든 권세와 모든 권력과 권능을 파멸시키시고 나서 나라를 하느님 아버지께 넘겨 드릴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원수를 그리스도의 발아래 잡아다 놓으실 때까지는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할 원수는 죽음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습니다.”

 

최종 죽음에 대한 승리의 열쇠는 그리스도 예수님뿐입니다. 아드님의 승천에 참여하신 성모님도 우리를 위해 끊임없이 전구하고 계십니다. 승천하심으로 언제 어디서에나 영원히 살아 계셔서 우리의 어머니가 되고 계신 성모 마리아님이십니다. 우리의 영적 전의를 북 돋우시는 주님의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ㄴ).

 

둘째, 희망의 삶입니다.

희망의 반대는 절망입니다. 희망없는 절망의 곳이 지옥입니다. 정말 대죄는 자포자기의 절망입니다. 하느님 사전에 없는 말이 절망입니다. 하느님은, 그리스도 예수님은, 우리 성모 마리아님은 우리 궁극의 희망입니다. 이런 희망이 백절불굴의 인내의 믿음을 가능하게 합니다. 희망보다 더 좋은 영약도 없고 주님의 전사들에게 우선적 갖춰야 할 자질입니다. 아브라함처럼 희망이 없음에도 희망하는 것이 진짜 희망입니다.

 

돌아 갈 곳이, 본향집이 있다는 희망이 얼마나 고마운지요! 요즘 몇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영성의 정상에 도달한 대가의 경지에 이른 분들인데 소스라치게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아, 이들은 돌아갈 집이 없구나! 문패가 없구나!” 승천하신 성모님을 통해 하늘이 상징하는 바 우리 궁극의 희망인 본향집 아버지의 집입니다.

 

아주 예전에 읽은 일화가 생각납니다. 곱게 차려 입힌 수의를 입은 친구의 시신을 보며 탄식처럼 외쳤다는 어느 분의 고백입니다. “옷은 잘 차려입었는데 갈 곳이 없구나. 어디로 가나?” 아마 영원한 목표의 지향없이 살아 오다 불의의 죽음을 맞이했던 분인가 봅니다. 희망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님은 오늘 하느님의 위업을 통해 희망을 고백합니다.

 

“전능하신 분께서는 당신 팔로 권능을 떨치시어, 마음 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셨습니다.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고,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셨으며, 굶주린 이들을 좋은 것으로 배불리시고, 부유한 자들을 빈손으로 내치셨습니다.”

 

오늘 제1독서 요한 묵시록도 그리스도의 승리가 우리의 희망을 고무시킵니다. 새삼 그리스도는 우리의 희망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윽고 여인이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 사내 아이는 쇠지팡이로 모든 민족들을 다스릴 분입니다. 그 때에 나는 하늘에서 큰 목소리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승천하신 성모님 역시 영원한 희망의 표징이 되는 바, 바로 다음 대목이 이를 입증합니다. ‘태양을 입고 발밑에 달을 두고 머리에 열두 개 별로 된 관을 쓴 여인’, 바로 희망의 표징인 성모 마리아님을, 순례 여정중인 우리의 교회를 보여 줍니다. 화답송 후렴 역시 희망의 표징인 성모님을 노래합니다.

 

“오피르 황금으로 단장한 왕비, 당신 오른쪽에 서 있나이다.”

 

셋째, 기쁨의 삶입니다.

영적 승리의 기쁨이요 희망의 기쁨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은 물론 오늘 승천하신 성모 마리아님 역시 기쁨의 샘입니다. 기쁨과 감사, 찬미는 진정 영적 삶의 빛나는 표지입니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감사하는 것입니다. 찬미하는 것입니다.

 

성모 마리아님 말 그대로 기쁨의 어머니, 감사의 어머니, 찬미의 어머니입니다.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성모 마리아님과 함께 오늘 복음의 찬미와 감사의 마니피캇을 저녁 성무일도때 마다 노래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참 영원한 참 기쁨은 찬미의 기쁨, 감사의 기쁨뿐입니다. 이런 기쁨은 하느님의 힘이자 우리의 힘이 됩니다. 잘 먹어서 힘나는 것이 아니라 찬미와 감사의 기쁨이 참 힘의 원천임을 깨닫기 바랍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일컬으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이런 찬미의 기쁨보다 영육의 치유에 좋은 명약도 없습니다. 성모님의 영적 도반인 세례자 요한의 어머니 엘리사벳 역시 기쁨의 여인이었음을 봅니다. 성모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의 기쁨, 만남의 축복임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영적 승천의 여정중에 날로 하늘 하느님께 가까워지는 우리들입니다. 날마다 평생, 승리의 삶, 희망의 삶, 기쁨의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 참 좋은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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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8.15 09:35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일컬으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고, 그분의 자비는 대대로,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미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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