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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8. 수요일(뉴튼수도원 79일째) 

                                                               성 토마스 사제 학자(1225-1274) 기념일

                                                                                                                                  히브10,11-18 마르4,1-20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내 한평생을 예수님 안에, 내 온전하게 그 말씀 안에

 내 결코 뒤를 바라 봄 없이, 그분만을 따릅니다.-


오늘 아침미사시 입당성가 445장이 새삼 감회에 젖게 합니다. 1989.7.11일 성 베네딕도 대축일, 왜관수도원에서 제 사제서품식 미사 때 입당성가입니다. 당시 입당성가에 주르르 흘렀던 눈물의 추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온전한 사랑, 온전한 믿음으로 그분만을 따를 때,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이든 좋은 땅이든 환경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늘은 성 토마스 사제 학자 기념일입니다. 성인들의 기념일을 맞이할 때 마다 '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감동하며 위로와 힘을 받습니다. 신선한 자극에 내 자신의 삶을 뒤돌아 보게 됩니다. 하느님이 계시다는 생생한 증거인 성인들은 말그대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성인들의 축일을 지낼 때 마다 확인하는 것이 생몰연대입니다. 


예외 없이 죽지 않은 성인들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 또한 위로입니다. 가장 확실한 죽음인데 살다보면 까맣게 잊고 지냅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1225년에 태어나 1274년에 돌아가심으로 49세까지 사셨으니, 현재의 저는 성인보다 무려 17년을 더 살고 있는 셈입니다. 성인은 49세까지 인생 숙제를 마쳤으나, 저는 아직 마치지 못해 17년 이상 계속 연장되는 나날 같습니다. 이런 묵상이 더욱 자신을 분발, 겸손하게 만듭니다. 성인의 말년에 대한 삶의 묘사가 독특하고 아름다워 많은 부분을 인용하여 나눕니다.


-아퀴나스는 매일 가르쳤고, 글을 썼고, 토론을 했으며, 강의를 했다. 참으로 그는 부지런했으며 위대한 작품인 신학대전을 작업했다. 그는 대주교로 또 아빠스로 초대되었을 때도 모두 거절했다. 그는 당대인들에게 사고의 깊이는 물론 '순수한 사람, 소박하고 단순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관상가, 온건한 사람, 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정 받았다. 그는 한 때 어눌하여 '벙어리 황소(The Dumb Ox)라는 별명도 지녔다.-


얼마나 매력적인 인품에 대가(大家)의 풍모인지요. 얼마전 현대의 영성가라 일컬어지는 안셀름 그륀 신부에 대한 인터뷰 때의 묘사(분도계간지 2014. 겨울호 8쪽)와도 흡사합니다.


'안셀름 그륀 신부는 예상만큼 입담이 좋거나 말주변이 좋지 않았다. 말보다는 글이, 글보다는 삶이 돋보이는 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대로 토마스 아퀴나스에 적용되는 묘사같습니다. 그러나 그의 스승 성 알벨토는 이를 강력히 반박합니다.


-"너희들은 그를 '벙어리 황소'라 부른다. 그러나 나는 너희들 앞에서 선언하마. 그는 머지않아 교의로 크게 명성을 떨칠 것이고, 그의 소리는 온 세상에 울려 퍼질 것이다."-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천재성을 알아본 성 대 알벨토의 혜안(慧眼)이 놀랍습니다. 이어 계속되는 성인에 대한 묘사입니다.


-아퀴나스의 외관을 보면 어둔 안색, 큰 머리에 약간 대머리였고 몸은 몹시 비만했다. 그는 품위있고 온화하고 사랑스러웠으며 식성 또한 단순했다. 생애 말년 그는 자신의 작품에 깊이 불만을 지녔다. 1273.12.6.일 그의 마지막 말이 전해진다. "이런 비밀이 나에게 계시되었다. 내가 썼던 모든 것이 지금 보니 많은 지푸라기들(much straw)에 불과했다.“-


하여 1323.7.18.일 교황 요한 22세는 그를 성인으로 선포했고, 이어 1567년 교황 비오 5세는 그를 위대한 4대 라틴교부들(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예로니모, 그레고리오)의 반열에 올려 놓았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물론 모든 성인들의 특징은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입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라는 명언 그대로의 삶을 사셨던 성인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 중 '씨뿌리는 사람'이 바로 그러합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낙관적 면모를 반영합니다. 


어떤 것은 길에, 어떤 것은 돌밭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어떤 것은 좋은 땅에 떨어져 풍부한 열매들의 수확입니다. 추호도 밭을, 환경을 탓하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무엇을 요구하거나 피하지도 않습니다.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이밭 저밭 가리지 않고 다만 씨를 뿌릴 뿐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측량할 수 없는 믿음과 희망, 사랑의 깊이를 감지합니다. 


완벽한 삶은 없습니다. 언제나 화창한 날씨만도 아닙니다. 위의 다양한 밭들이 상징하는바 우리의 삶일 수도, 우리의 내면일 수도, 공동체의 현실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공동체를, 나라를 보면 절망할 때도 많지만 하느님을 보면 희망이, 사랑이, 믿음이 샘솟습니다. 


어제의 깨달음도 새롭습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안식년 중에 썼던 매일강론을 점검해 봤습니다. 2014.3.25.일,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에 요셉수도원을 떠난 후 2015.1.27일 까지 안식년의 여정이 참 파란만장(?)했습니다. 20일 동안의 단식피정, 수녀원 피정지도, 국내 성지순례, 산티야고 순례에 이은 뉴튼수도원에서의 내적순례 등 오늘 복음의 씨뿌리는 비유에 나오는 밭들처럼 참 다양한 환경의 밭들이었습니다. 


길바닥 같은 때도 있었고, 돌밭 같은 때도 있었고, 가시덤불 같은 때도 있었고, 좋은 땅의 때도 있었지만, 저에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환경에 개의치 않고 매일 새벽 마다 그날의 강론을 쓰며, 말 그대로 '하루하루' 힘껏 살았기 때문입니다. 지나고 보니 모두가 좋은 땅의 나날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

주님은 우리 모두의 깨달음을 촉구하십니다. 이어지는 비유해설 역시 풍부한 묵상감입니다. 초대교회 깊은 영성가들이 예수님의 비유를 렉시오디비나 한 결과임이 분명합니다. 


결국 비유를 결론하면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절망은 없다.'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대로 예수님 삶의 요약이요, 이런 예수님의 삶을 고스란히 인정하신 하느님은 그를 부활시키시어 당신의 오른쪽에 앉히셨고 우리의 영원한 대사제로 삼으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죄를 없애시려고 한 번 제물을 바치시고 나서, 영구히 하느님의 오른쪽에 앉으셨습니다. 한 번의 예물로, 거룩해지는 이들을 영원히 완전하게 해주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주님의 은총이,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의 마음 밭을 옥토로 변화시켜 주시며, '씨뿌리는 삶'의 평범한 일상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십니다.


"씨앗은 하느님의 말씀, 씨뿌리는 이는 그리스도이시니, 그분을 찾는 사람은 모두 영원히 살리라."(오늘 복음 환호송).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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