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3.연중 제1주간 목요일                                                           1사무4,1ㄴ-11 마르1,40-45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

 

 

어제 참 오랜만에 의정부교구 서품식에 참석했습니다. 의정부주교좌 성당에 거의 17년 전, 그러니까 이한택 요셉 주교님 재임중에 방문후 처음이었던 듯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습니다. 젊었던 사제들의 검은 머리가 많이들 흰머리로 변해 있었고 동안童顔의 얼굴도 노년의 얼굴로 변모되어 있었습니다. 이젠 저보다 나이 많은 사제는 주교님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원래 젊은 사제들의 교구로 시작한 의정부교구였습니다.

 

우리 수도원의 정영훈 아브라함 수도사제를 비롯한 의정부교구 소속의 4분 사제품이, 7분 부제품이 있었습니다. 서품식 끝 무렵 부제품을 받은 7분이 부모님을 모신후, 또 사제품을 받은 5분이 부모님을 모신후 주교님의 소개와 더불어 격려와 축하의 박수가 있었습니다. 곱게 차려 입은 모든 부모들이 저보다 한참 다 젊어 보였습니다. 

 

문득 이런 부부 사이에서 이런 잘난 사제와 부제 자식들이 태어났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하느님과 부모들이 정성을 다 기울였겠나, 결코 우연이 아닌 신비로운 하느님 섭리의 선물임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연은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당시는 몰랐지만 세월이 흐른후 삶의 뒤안길을 렉시오 디비나 해보면 굽이굽이 그리운 추억들과 더불어 하느님 섭리의 발자취를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힘들었을 때 주님은 태풍을 미풍으로 바꿔 주셨고, 태풍이 될 상황도 미풍이 되도록 지혜와 인내를 주셨음을 깨닫습니다. 

 

앞으로의 확실한 다짐은 주님의 도움으로 미풍은 결코 태풍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며, 태풍은 즉시 미풍으로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주님의 섭리를 제 대표적 기도문에서도 깨달았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좌우명 기도는 2012년 수도원 설립 25주년에 나왔고, 다다음해 2014년 자치수도원으로 승격됨과 더불어 저는 원장직에서 내려왔고, 그 이후 알게 모르게 힘들었던 상황에서 이 기도문이 저를 지켜줬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저에게는 우선적이 과제가 되었고 그리하여 죽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날마다 강론을 쓰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 되었습니다.

 

이어 칠순이 되던 2018년에는 ‘행복기도’가 나왔고, 나이 70부터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12월8일 원죄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에 “오소서 주 하느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 기도시가 선물처럼 탄생되었고, ‘2022년 새해 소원’ 기도문이 되었습니다. ‘아, 이 기도시는 죽음을 앞둔 선종을 위한 기도구나!’ 어제 서품식 도중 벼락같은 깨달음이었습니다. 대부분 나이 90전후로, 85-90사이에 세상을 떠나니 이제 남은 햇수를 헤아려 보니 많아야 15년입니다. 일일일생으로 하면 오후 4시, 일년사계로 하면 초겨울쯤 위치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 하루하루가 새롭고 좋고 고맙습니다. 이제 하루하루 살아 가는 일이 절실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당신이 되게 하소서-’로 정했습니다. 계속 추가하다보니 기도시가 길어졌습니다. “당신의 거룩함이 되게 하소서” 와 “당신의 뜻이 되게 하소서” 또 2개가 추가되었습니다. 잠깨면 일어나 읽고 잠들기 전에 읽습니다. 그러니까 이 기도시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칩니다. 바로 이 기도시가 오늘 말씀에 대한 답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하느님의 백성인 이스라엘이 필리스티아인들에게 무참히 패배한 일을 많이 묵상했습니다. 어찌하여 만군의 주님의 계약 궤 까지 모셔왔는데 참혹하게 패배하였느냐 말입니다. 필리스티아인들은 죽기 살기로 싸웠고 마침내 이스라엘은 대패하여 자기 천막으로 도망칩니다.

 

‘이리하여 대살육이 벌어졌는데, 이스라엘군은 보병이 삼만이나 쓰러졌으며, 하느님의 궤도 빼앗기고 엘리의 두 아들 호프니와 피느하스도 죽었다.’

 

바둑 프로 고수高手들은 바둑을 두면 꼭 복기復棋를 하며 승패의 원인을 탐구합니다.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날마다 ‘삶의 복기復棋’도 필수입니다. 이런 삶의 복기란 관점에서 이스라엘 패배의 원인을 규명합니다. 주님의 계약 궤 자체가 승리의 보장이 되지 못합니다. 전적으로 주님의 계약 궤에 의존함은 미신행위이자 우상숭배행위입니다. 이러면 하느님은 떠나고 이런 계약궤와 같은 성물은 유명무실해집니다. 성물聖物을 대할 때는 견월망지見月忘指,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말씀을 꼭 연상하시기 바랍니다. 성물 넘어 하느님을 보라는, 관상觀想하라는 말입니다.

 

하느님이 함께 하실 때 계약궤도 권능의 원천이 되는 것인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를 몰랐습니다. 엘리의 두 아들 호프니와 피느하스의 죄가 결정적 패착이었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하느님의 뜻에 따라 기도하지 못했고 최선을 다하지 못했음이 패인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깨달음이 부족했고 진인사대천명의 자세에 많이 미흡했습니다. 100% 하느님께 달린 듯이 기도해야 되고 100% 나한테 달린 듯이 최선을 다해 싸워야 하는데 그리하지 못했습니다. 

 

철저한 회개의 복기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아무리 주님의 계약 궤가 좋고 기도 많이 해도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주님의 뜻대로 삶을 새롭게 하지 않으면 그 좋은 성물도, 기도도 완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되어 버립니다. 하느님이 함께 하시기 않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꾸준하고 한결같은 말씀공부와 실천이, 그리고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의 훈련이 절대적입니다. 이래서 ‘2022년 새해 기도시’가 절실히 마음에 와닿습니다.

 

우리가, 대패한 이스라엘의 처지에서 복기해 볼 때, 오늘 복음이 답을 줍니다. 바로 복음의 예수님께 치유받은 나병환자가, 또 나병환자를 고쳐준 예수님이 우리에겐 참 좋은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나병환자처럼 주님 앞에 완전히 자기를 비운 겸손과 경청, 환대와 순종과 믿음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릎을 꿇고 간청하는 나병환자의 간절하고 절실한 믿음입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나병환자의 믿음에 감동하신 주님은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말씀하시니 나병은 가시고 그는 깨끗해 집니다. 참으로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남으로 죄의 용서는 물론 나병의 육신의 치유는 물론 영혼까지 치유되었음이 분명합니다. 

 

여기서도 ‘1.가엾이 여기는 마음, 2.사랑의 스킨쉽, 3.권능의 말씀’의 삼박자 구원의 치유 원리를 배웁니다. 이어 치유받은 나병환자는 떠나가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니 복음 선포자가 되었고, 완전한 치유의 구원이 이뤄졌음을 증거합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처신이 참 신속하고 지혜롭습니다. 예수님은 결코 선동적이지도 않고 군중의 인기에 영합하지도 않습니다. 노자의 말씀대로 생이불유生而不有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입니다. 생은 과정이니 공을 이루면 결코 거기 머물지 않고 떠나야 합니다. 예수님은 노자의 말씀대로 공을 이루면 거기 머물지 않고 곧장 하느님 아버지와의 만남의 자리인 외딴곳으로 피신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파스카의 예수님은 우리 삶의 중심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파스카의 주님께서 계시니 주님을 찾아 나설 필요가 없습니다.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겠다’(마태28,20ㄴ)고 약속하신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주님과의 일치를 갈망하며 끊임없이 호흡에 맞춰 드릴 짧은 기도는 ‘오소서, 주 예수님!’ 하나 뿐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과 일치된 삶을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 당신 자애로 저희를 구원하소서.”(시편44,27ㄴ). 아멘.

 

  • ?
    고안젤로 2022.01.13 09:21
    언제나 항상 지금 이자리에
    같이 계시는 주님과
    함께 오늘 하루도 시작 합니다
    "오소서, 주 예수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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