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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1. 연중 제4주일(뉴튼수도원 83일째) 

                                                                                      신명18,15-20 1코린7,32-35 마르1,21ㄴ-28


                                                            거룩한 삶, 권위있는 삶

                                                                -거룩함 예찬-


거룩함과 권위는 함께 갑니다. 거룩함이란 말마디가 고맙습니다. 거룩함에 대한 원초적 갈망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마음 깊이에는 누구나 거룩한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이 있습니다. 사실 누구나 거룩함에로 불림받고 있는 고귀한 품위의 사람들입니다. 거룩함을 상실해 가는 세상일수록 역설적으로 거룩함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집니다. 


여기 뉴튼수도원에서 함께 살고 있는 아프리카 항가 수도원 소속의 버나닌 수사를 만날 때 마다 덕담을 주고 받으며 유쾌해 할 때가 많습니다. 산책 중 성물방에 들려 제가 먼저 말합니다.

"I come to see you, holy monk(나는 거룩한 수도승인 너를 만나러 왔다)!“

하며 버나딘 수사에게 강복을 주면, 버나딘 수사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오히려 제가 거룩한 수도승이라 하며 손을 내젓습니다. 좀 더 있다 가라 하면 저는 가야 한다 하며 또 기쁜 마음으로 덕담을 나눕니다.

"I always pray for you in my room(나는 언제나 너를 위하여 내 방에서 기도한다)“

짧은 영어지만 이렇게 이심전심 통함으로 크게 웃고 헤어지면 마음이 참 상쾌합니다. 이런 주고 받는 영적 덕담이 거룩함에 대한 원의를 불러 일으킵니다.


신자라면 누구나 미사 중 신명나게 부르는 부분이 '거룩하시다' 일 것입니다. 저 역시 미사 집전 중, 감사송에 이어 마음을 모아 형제들과 함께 힘껏 부르고 나면 속이 다 후련합니다. 이런 거룩함의 기회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거룩하시도다!

온 누리의 주 하느님! 하늘과 땅에 가득 찬 그 영광! 높은 데서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 찬미 받으소서. 높은 데서 호산나!“


아무리 불러도 싫증나지 않는, 끊임없이 부르고 싶은 하느님 거룩함의 찬미입니다. '나 하느님이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간절한 소망도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악(惡)에 대한 처방은 선(善)이 아니라 거룩함(聖)입니다. 악은 거룩함의 빛을  견뎌내지 못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 여실히 입증됩니다. 바로 1독서에서 모세가 말하는 예언자의 출현은 바로 예수님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주 너희 하느님 가운데서 너희 동족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그가 내 이름으로 이르는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은 내가 직접 추궁할 것이다.“


오늘 주님께서 모세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더러운 영에 들린 사람은 예수님을 만나자 더 이상 숨을 수 없어 뛰쳐 나오며 고백합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님,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더러운 영의 고백이 고맙습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으로서의 예수님 정체를 분명히, 정확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거룩한 말씀의 '생명의 빛'만이 악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예수님의 꾸짖음에 즉시 복종하여 떠나는 더러운 영입니다. 새삼 예수님의 거룩한 말씀의 힘만이 더러운 영을 퇴치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를 목격한 자들의 이구동성의 반응이 통쾌합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 구나.“


거룩함과 권위는 함께 갑니다. 거룩하신 주님께서 새롭고 권위있는 말씀으로 명령하시니 더러운 영이 복종합니다. 참 권위를 갈망하고 찾는 사람들입니다. 권위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입니다. 지도자의 신뢰와 권위가 실추됨으로 인한 혼란과 불신의 폐해는 얼마나 큰지요. 


거룩함에 대한 갈망과 참 권위에 대한 갈망을 일거에 충족시켜주는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이분이 아니곤 우리의 거룩함에 대한 갈망을, 권위에 대한 갈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분은 세상 아무 데도 없습니다. 


주님과 신뢰와 사랑의 관계가 우리를 거룩한 사람으로, 존엄한 품위을 지닌 참된 권위의 사람으로 만들어 줍니다. 우리 모두 세례성사를 통해 거룩함의 여정은 시작됐고 이 또한 평생과정입니다. 주님과 우정의 관계가 깊어갈수록 우리 역시 주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 권위있는 사람이 됩니다. 사실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이요, 우리의 유일한 인생 목표입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거룩한 사람, 권위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는지요?


첫째, 온 몸과 마음으로 평생, 끊임없이 성체성사(미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명령이 아니라 주님의 간곡한 당부입니다. 거룩하신 주님을 닮는 으뜸의 수행이자 믿어야 할 신비, 거행하여야 할 신비가 성체성사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무상의 선물이요 교회시작의 원리이며 친교의 토대인 성체성사입니다. 모든 성사들의 중심이요 순례하는 교회를 위한 하느님의 선물인 성체성사입니다. 이런 성체성사에 능동적으로, 적극적으로, 자발적 기쁨으로 참여하는 것이 거룩함의 지름길입니다. 


정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성체성사입니다. 하느님의 거룩하심을,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성체성사입니다. 복음과 똑같은 주님께서 미사를 통해 우리 안의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며 우리를 정화, 성화시켜주시고 위로와 치유를 주십니다. 미사 중 감사송에 이은 성령 청원과 더불어 축성 기원문은 얼마나 장엄하고 은혜로운지요.


"거룩하신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거룩함의 샘이시옵니다. 간구하오니, 성령의 힘으로 이 예물을 거룩하게 하시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되게 하소서.“


늘 경문을 읽을 때마다 감동하는 기도문입니다, 바로 주님의 거룩한 성체와 성혈을 모심으로 날로 깨끗해지고 거룩해지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미사은총이 우리를 부단히 거룩한 삶으로 변모시켜 줍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은퇴하여 양로원에서 노인 신자들을 돌보시는 아빠스님의 말씀도 잊지 못합니다.

"나는 휴가도 못간다. 이 노인분들에게 낙이라곤 미사뿐이 없는데, 내가 미사를 안하고 어떻게 휴가를 갈 수 있겠나!“

정말 미사를 봉헌하는 기쁨이, 낙이 없다면 무슨 기쁨, 무슨 낙으로 사막인생 살아갈 수 있을런지요. 거룩함의 지름길은 온몸과 온맘을 다해 평생, 죽을 때까지 미사를 봉헌하는 것입니다. 거룩함에 저절로 따라오는 참된 권위입니다.


둘째, 찬미와 감사의 시편 성무일도의 수행입니다.

시편보다 더 좋은 기도의 학교도, 기도의 책도 없습니다. 수천년간 검증되어온 시편입니다. 모든 성인들이 이 시편기도를 통해서 하늘나라에 들어가셨습니다.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가 우리를 깨끗하고 거룩하게 합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마음 깊이 찬미와 감사의 갈망이 있고, 끊임없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시편 기도수행으로 참된 수도자는 물론 참된 신자, 참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저절로 '하느님의 모상'의 실현이 아니라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수행이 있어 거룩한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사람이 됩니다. 


찬미의 종교인 그리스도교요 찬미의 사람인 우리들입니다. 특히 우리 수도자들에겐 더욱 그러합니다. 도대체 찬미의 기쁨, 찬미의 힘이 아니곤 무슨 기쁨으로, 무슨 힘으로 사막 같은 인생 살아 낼 수 있을런지요. 하여 사부 성 베네딕도도 당신 수도승들에게 '그 무엇도 하느님의 일보다 앞세우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 하십니다.' 수도자 영성이 보편화되는 시대, 모든 신자들에게 간곡히 권하고 싶은 것이 시편성무일도입니다. 


오늘 2독서 바오로의 말씀은 명령이 아니라 권고입니다. 모두가 결혼하지 않을 수는 없고 이것은 주님의 원하시는 바도 아닙니다. 권고의 핵심은 결혼하든 않든 중요한 것은 갈림없는 마음으로 품위있고 충실하게 주님을 섬기는 일이요,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시편기도가 이를 이루어 줍니다. 


아, 바로 이런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기도가 주님과 사랑의 관계를 깊게하고 주님을 닮아 거룩한 사람으로, 의미 충만한 인생으로 만들어 줍니다. 저절로 허무와 무의미의 영적 질병도 치유됩니다. 진정한 위로와 치유, 평화와 기쁨, 정화와 성화도 순전히 하느님 찬미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거룩한 삶을 살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전례와 삶은 함께 갑니다. '삶의 전례화'요 '전례의 삶화'입니다. 기도하는 만큼 살고 사는 만큼 기도합니다. 찬미와 감사의 전례기도는 삶으로 직결되어야 합니다. 주님의 마음과 말씀과 행동을 본 받는 것입니다. 


거룩한 주님의 권위는 셋으로 요약되며 오늘 복음에서도 분명히 입증됩니다. 마음의 권위, 말씀의 권위, 행동의 권위입니다. 마음의 권위는 연민의 사랑에서, 말씀의 권위는 생명과 빛을 통한 치유에서, 행동의 권위는 섬김에서 잘 드러납니다. 연민의 사랑, 말씀의 권위, 섬김의 행동이 삼위일체 하나가 되어 더러운 영을 쫓아내고 치유를 이뤄줍니다. 주님의 거룩한 권위의 위력이 참으로 큽니다.


주님을 닮아 갈수록 우리의 마음은 예수성심의 사랑이 되고, 우리의 말은 주님의 말씀이 되며, 우리의 행동은 섬김의 행동이 됨으로 거룩한 삶이 성취됩니다. 우리가 참회시 '고백의 기도'를 바칠 때 서두 부분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으며'를 성찰 할 때 생각에다 사랑을, 말에다 말씀을, 행위에다 섬김을 더해보면 우리의 죄도 뚜렷히 부각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예외없이 거룩한 삶으로 불림 받고 있습니다. 바로 교회의 거룩한 칠성사(七聖事)가 의도하는 바입니다. 하여 사랑의 성사, 성사의 교회라 일컫기도 합니다. 거룩한 삶에 저절로 따라오는 거룩한 품위와 참된 권위입니다. 매일, 평생 정성을 다해 바치는 이 거룩한 미사전례의 은총이 우리 모두의 삶을 날로 거룩하게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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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아빠 2015.02.01 05:58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합니다.
    신부님 영육간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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