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5.19.부활 제5주간 목요일                                                        사도15,7-21 요한15,9-11

 

 

 

사랑은 분별의 잣대

-사랑은 은총, 선택, 공부, 훈련이다-

 

 

 

아마 사랑만큼 많이 쓰이는 단어도 없을 것입니다. 아마 제 평생 강론중 가장 많이 사용한 주제이기도 할 것입니다. 사랑의 삶을 살아서 사람입니다. 사랑-삶-사람, 흡사 한 어원에서 기인한듯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본질은 사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만병통치약이 사랑이요 만병의 근원은 사랑 결핍에서 시작됩니다. 사랑받고 사랑할수록 정체성 또렷한 삶에 자존감 높은 삶일 것입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라는 제 졸저의 책명입니다. 사랑밖엔 답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 공부에는 끝이 없어 사랑에는 우리 모두는 언제나 초보자라 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그 유명한 사랑의 찬가, 코린토 1서 13장 앞 몇구절입니다.

 

“내가 인간의 언어와 천사의 언어로 말한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요란한 징이나 소란한 꽹가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가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가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 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나에게 사랑이 없으면

나에게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1코린13,1-3)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랑이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참으로 공허하고 허무할 인생일 것입니다. 인간 무지와 허무에 대한 궁극의 답도 사랑뿐이니 사랑은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의 성사, 사랑의 관상, 사랑의 기적, 사랑의 찬미, 사랑의 순종, 사랑의 분별, 사랑의 침묵, 사랑의 신비, 사랑의 선교등 사랑이 붙는 단어도 참 많습니다. 

 

희망의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1885-1977)는 <희망의 원리>라는 책에서 희망에 대해 다섯으로 정리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희망대신 사랑을 넣어도 그대로 통합니다. 사랑으로 바꿔 읽어 봅니다.

 

1.인간은 빵을 먹고 사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랑을 먹고 산다.

2.사랑을 잃어버린 사람은 이미 삶자체를 잃어버린 사람이다.

3.사랑이 힘이다. 사랑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좋은 조건에서도 삶을 포기하지만 사랑이 있는 사람은 최악의 상태에서도 극복하게 된다.

4.사랑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

5.사랑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행복을 약속해 준다.

 

사랑과 깊은 결속 관계에 있는 희망입니다. 참으로 희망이 있을 때 사랑도 싱싱할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하는 바 사랑도 희망처럼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평생 배워야 하는 사랑이요 평생 훈련해야 하는 사랑입니다. 그러니 특히 우리 믿는 이들은 사랑에 있어 평생학인이요 평생훈련병임을 깨닫습니다. 

 

사실 깊이 들여다 보면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바치는 사랑의 찬미와 감사의 미사와 시편성무일도 공동전례기도시간은 그대로 사랑의 공부시간이자 훈련시간입니다. 그러니 사랑은 은총이자 선택이요, 공부이자 훈련입니다. 평생 사랑을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사랑의 학인인 우리들입니다. 오늘 말씀의 주제도 사랑입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회자되는 말도 있듯이 정말 날마다 배우고 공부해야 하는 사랑이요, 사랑에는 예외없이 평생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사랑이라고 다 사랑이 아닙니다. 눈먼 맹목적 사랑, 이기적 사랑, 광신적 사랑도 많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끊임없이 아가페 사랑으로, 즉 집착없는 초연한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으로 정화되어야 할 우리의 육적, 이기적 사랑입니다. 

 

이래서 사랑 공부요 훈련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사랑은 바로 이런 아가페 사랑입니다. 어제의 참포도나무 비유에 곧장 이어지는 사랑 안에 머무르라는 말씀입니다. 포도나무 공동체를 이루는 결정적 요소가 바로 이런 아가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다. 너희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

 

사랑의 기준은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의 순수한 아가페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 안에 머무르라는 것입니다. 고요히 머무르는 시간은 바로 하느님 사랑 안에 머무른다 믿고 머무름의 훈련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대문호이자 시성이라 칭하는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파우스트의 마지막 고백도 참 감동적입니다. 파우스트의 고백이지만 괴테의 고백입니다.

 

“순간이여 머물러라. 너는 참 아름답구나.”

 

순간의 머무름에서 사랑의 하느님을 체험한 괴테같습니다. 참으로 하느님 사랑의 순간에 머무를 때 우리 역시 아름다워집니다. 모든 관상기도 시간이 바로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치유 받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런 사랑은 저절로가 아닌 계명을 지키는 수행이 전제되고 있습니다.

 

“내가 아버지의 계명을 지켜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무르는 것처럼, 너희도 내 계명을 지키면 내 사랑 안에 머무를 것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지킬 때 비로소 예수님 사랑 안에 머물러 살게 될 것이란 말씀입니다. 사랑의 계명을 지키며 사랑 안에 머물러 사는 것이니 참으로 사랑밖에 길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사랑의 기쁨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

 

사랑의 기쁨, 사랑의 충만입니다. 텅빈 허무를 텅빈 충만의 기쁨으로 바꾸는 아가페 사랑입니다. 바로 이런 맑고 깨끗한 순수한 사랑은 자체가 지혜입니다. 바로 사랑에서 분별의 지혜도 나옵니다. 

 

바로 이런 사랑의 대가, 분별력의 지혜의 대가가 바로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두 사도 베드로와 야고보입니다. 두분의 분별력의 지혜가 참 통쾌하고 고맙습니다. 불필요한 짐을 덜어 가볍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눈밝은 지혜로운 사랑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에게도 절대적 공감을 갖게 하는 두 사도의 사랑의 판단입니다. 

 

“지금 여러분은 왜 우리 조상들도 우리도 다 감당할 수 없던 멍에를 형제들의 목에 씌워 하느님을 시험하는 것입니까? 우리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주 예수님의 은총으로 구원을 받는 다고 믿습니다.”

 

사랑의 대가, 베드로 사도의 권위있는 말씀에 온 회중은 쥐죽은 듯이 잠잠해졌다 합니다. 이어 바르나바와 바오로가 하느님께서 자기들을 통해 일으키신 표징과 이적들에 대해 증언하자 지체없이 분별의 대가 야고보 사도가 상황을 깔끔히 정리합니다. 다른 민족 사람들의 부담을 최소화한 아주 적절한 절충의 타협안입니다.

 

“내 판단으로는, 다른 민족들 가운데에서 하느님께 돌아선 이들에게 어려움을 주지 말고, 다만 그들에게 편지를 보내어, 우상에게 바쳐 더러워진 음식과 불륜과 목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피를 멀리하라고 해야 합니다.”

 

두 사도의 분별의 사랑이, 분별의 지혜가 얼마나 멋지고 통쾌한지요! 두분 사도는 바로 늘 주님의 계명을 지키며 주님 사랑 안에 머물러 살았기에 이런 멋진 판단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당신 사랑 안에 머물러 살게 하시며 참 좋은 분별력의 지혜도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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