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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21.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도16,1-10 요한15,18-21

 

 

 

예수님의 제자답게 사는 삶

-앞문은 세상에, 뒷문은 사막에 열려 있는 삶-

 

 

 

지난 양일간 사랑에 대한 주제와는 아주 상이한 오늘의 복음입니다. 바로 제자들이 예수님 때문에 겪게 될 세상의 ‘증오’가 주류입니다. 사랑의 공동체가 증오의 세상에 직면하게 된 것입니다. 요한복음에 12번 나오는 단어 “미워하다”가 이 짧은 단락에 7번(15,18-25) 나옵니다. 

 

공동체 외부에서 오는 박해는 초대교회가 처음부터 경험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박해는 초대교회뿐 아니라 조선시대 후기 천주교 박해시기에도 우리에게 흔히 있었던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순교자들도 많았고 나라 곳곳에 순교성지도 많습니다. 사실 오늘날 처럼 예수님 믿기가 좋았던 세상도, 또 박해없던 세상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 준비가 힘들었습니다. 평신도 해방신학자 김근수 선생의 해설을 일부 인용합니다.

 

“나는 요한이 세상보다 교회를 나무랄 것같다. 지금 한국에서 예수님께 대한 세상의 ‘불신’보다 예수님께 대한 교회의 ‘배신’이 큰 문제다. 요한 저자는 세상의 불신을 경험했지만 교회의 배신은 알지 못했다. 돈없으면 교회나 성당에 못 다닌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온다. 요한 공동체가 세상에서 ‘미움’을 받았다면, 지금 교회는 세상에게 ‘실망’을 더 많이 주고 있다. 교회밖에서 비롯된 ‘박해’가 요한의 주제중 하나라면 교회 안에서 생기는 ‘부패’가 우리 시대 그리스도교의 주제중 하나다.”

 

참으로 세상의 빛이요 세상의 소금으로서, 예수님의 제자답게 예수님을 증언하면서 살아가야 할 절호의 시점같습니다. 문제는 외부의 박해가 아니라 내부의 부패와 타락, 분열이 문제입니다. 사실 교회는 박해시대에는 깨어 있었고 신앙도 순수했습니다. 

 

박해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부의 부패와 분열입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공동체 내부의 분열과 부패가 문제입니다. 박해하지 않아도 물질적으로 부요한 삶이라면 저절로 부패하여 망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교회의 개혁은 언제나 세속화가 극심할 때 사막의 ‘고독’을 택했고, 물질적 부유함으로 타락이 시작될 때는 ‘가난’을 택해 순수를 회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자발적 고독과 가난의 선택입니다. 

 

요즘은 빈부의 격차와 더불어 교회공동체는 물론 나라공동체에 심각한 문제는 좌파와 우파의 이념을 통한 극단화와 내적분열입니다. 참으로 좌파도 우파도 아닌 그리스도파가 어떻게 이를 통합하고 치유할 것인가가 우리 교회의 중요한 책무가 되었습니다. 다음 말씀에서 우리의 신원이 잘 드러납니다.

 

“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종은 주인보다 높지 않다’고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을 기억하여라.”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주님이 세상에서 선택한 우리의 신원이요 다행히도 우리는 세상의 미움이나 박해는 받지 않습니다. 문제는 공동체의 세속화입니다. 세상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세상을 성화해야할 교회공동체가 세상에 속화되는 것이 문제요, 그리하여 끊임없는 회개와 쇄신으로 거룩해져야 할 우리 교회공동체입니다. 

 

세상을 성화해야 할 공동체가 세상에 속화된다면 이보다 큰 재앙도 불행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목숨을 걸고 매일, 평생, 끊임없이 우리 삶의 중심인 거룩한 주님의 성전에서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 수행에 올인하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세상에 닫힌 섬같은 공동체가 아니라 세상에 활짝 열려 있는 빛과 소금과 같은 공동체가 될 때 부패하지도 타락하지도 변질되지도 분열되지도 않습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선교입니다. 선교활동은 공동체의 숨통과 같습니다. 바로 이런 선교의 모범이 바로 제1독서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그 일행입니다. 살아있는 교회는 이처럼 선교하는 교회입니다.

 

물론 선교활동에 전제되는 바, 교회 공동체의 절대적인 후원이요, 바오로와 그 일행이 선교활동에 헌신할 수 있었던 것도 안티오키아 교회 공동체 덕분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향한 사랑의 열정이 그대로 선교활동을 통해 드러납니다. 내적 타락과 분열, 나태함에 대한 최고의 처방도 이런 주님 향한 열정과 순수임을 깨닫습니다. 

 

관상이든 선교활동이든 결정적 역할을 하는 분이 성령입니다. 바오로의 눈부신  2차 선교여행중에도 성령의 인도가 결정적입니다. “성령께서 아시아에 말씀을 전하는 것을 막으셨으므로”, “예수님의 영께서 허락하지 않으셨다.”, “어느 날 밤 환시 체험에서” 대목에서 보다시피 바오로 일행의 선교사들은 늘 성령께 깨어 열려있음을 봅니다. 

 

성령의 인도에 활짝 깨어 열려 있을 때 공동체나 개인은 결코 부패하거나 타락하거나 분열되지 않습니다. 회개한 성인은 있어도 부패한 성인은 없습니다. 성령의 효소가 활발히 작용할 때 발효인생에 발효공동체요 성령에 닫혀 있어 성령의 효소가 없으면 곧장 부패인생에 부패공동체로의 전락일 것입니다. 

 

새삼 우리 수도자들의 정주생활을 생각하게 됩니다. 참된 정주는 안주가 아닙니다. 샘솟는 우물같은 정주의 삶이라면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 같은 안주의 삶입니다.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정주의 삶입니다. 예전에 써놨던 산과 강이라는 짧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밖으로는 정주定住의 산

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

안으로는 유동流動의 강

천년만년 임향해 맑게 흐르는 강”

 

끊임없이 강처럼 흐르는 내적여정의 회개와 쇄신의 정주생활일 때 부패와 변질, 타락과 분열도 예방될 수 있습니다. 제자의 관상과 선교사의 활동은 믿는 이들 모두의 영적 삶의 리듬입니다. 그리하여 정주의 삶을 사는 우리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라면, 앞문은 선교의 세상에, 뒷문은 관상의 사막에 열려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요약한 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좌우명시중 한 연을 나눕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찬미받으소서.”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의 정주는 바로 환대와 직결됩니다. 환대의 집인 수도원이자, 환대의 사람인 수도자들이요, 이런 환대를 통한 치유와 평화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정주의 환대를 통한 선교를 ‘존재론적 복음 선포’라 일컫기도 합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환대의 삶을, 또 제자의 관상과 선교사의 활동이 조화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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