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6.28.화요일 성 이레네오 주교 학자(130-200) 기념일 

아모3,1-8;4,11-12 마태8,23-27

 

 

 

믿음의 푸른솔(靑松) 

-믿음은 은총이자 분투의 노력이다-

 

 

 

“주님은 나의 힘, 내 기쁨이시도다.”

 

“주님은 온유한 자, 의義를 따라 걷게 하시고,

 주님은 겸손한 자, 당신 도道를 배우게 하시나이다.”

 

성무일도중 제 좋아하는 계응송입니다. 참 한결같고 아름답습니다. 늘 봐도 늘 좋고 새롭고 놀랍습니다. 바로 믿음의 청송(靑松) 푸른솔이 그러합니다. 오늘 알렐루야 복음 환호송 다음 시편 말씀이 흡사 푸른솔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나 주님께 바라네. 주님 말씀에 희망을 두네”(시편130,5)

 

불암산 바위산의 소나무들은 제 믿음의 스승입니다. 불암산 기슭 요셉 수도원에 정주하기 34년 동안 한결같이 여전히 바위에 믿음의 뿌리내린 은은한 솔향의 푸른솔들입니다. 아주 예전 24년전 써놨던 푸른솔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절망하지 말자

가난과 절망의 바위 틈바구니

집요히 믿음의 뿌리내려 

희망을 피어내는 생명의 푸른솔

온갖 풍상 고초에도 언제나 한결같다.

 

하늘 사랑은 이처럼 강하고 질긴 것

언젠가 죽어 사라질 때까지

한마디 말도 없이

계속되는 믿음의 뿌리내림이다.

 

삶이 고달플 때 바위틈에 뿌리내린

푸른솔을 보라.

하늘위 푸른솔만 보지 말고

아래 바위틈 좌우사방으로 파고드는

부드럽고 강인한 믿음의 뿌리들을 보라

말없는 말을 들으라.

 

그리고 그 누구에도

그 어떤 환경에도 절망하지 말라

잘 보면 절망의 바위에도 그 틈이 있나니

그 틈에 뿌리내려 희망으로 자라나는

생명의 푸른솔이 될지니.”-1998.1.18.

 

믿음은 은총이자 분투의 노력이자 주님께 부단한 뿌리내림입니다. 생명의 푸른솔을 볼 때마다 심기일전 백절불굴의 믿음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기도함은 주님께 계속 믿음의 뿌리내리기 위함입니다. 

 

오늘은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참으로 믿음의 용사, 믿음의 대가로 70년 한평생 믿음의 전사로 분투의 노력을 다하다 순교했던 동서방 모든 신자들이 우러러 보는 2세기 성인입니다. 성인은 130년경 지금의 터키인 스미르나에서 태어나, 요한 사도의 제자인 성 폴리카르보 주교를 통해 사도적 정통성을 이어받았으며, 후에 프랑스 리옹의 두 번째 주교가 되어 영지주의 이단과 피나는 싸움을 통해 정통 교리를 수호한 대표적인 호교교부로 손꼽힙니다. 성인의 대표적 저서는 ‘이단논박’과 ‘사도적 가르침의 증명’입니다.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 ‘주님에게서 오는 평화’라는 이름 뜻처럼, 일생을 평화와 일치를 위해 헌신한 목자요 교부로서 동방과 서방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 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2년 올해 1월21일 ‘일치의 박사Doctor unitatis’라는 칭호를 부여하고, ‘교회학자’로 선포하였습니다. 이로서 이레네오 성인은 교회의 37번째 ‘학자’가 됩니다.

 

얼마나 뿌리 깊은 믿음의 성인인지 감동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물론 믿는 이들을 감동시키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믿음입니다. 새삼 믿음은 은총의 선물이지만 분투의 노력의 산물임을 깨닫습니다. 여기 수도공동체 형제들이나 오늘 모임을 갖는 예수성심자매회 회원 자매들의 책임을 다해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통해, 또 20년 이상 한결같이 제 강론집을 매달 제본해다 주는 한 자매를 통해 감동하는 겸손한 믿음입니다. 제가 늘 감동하고 배우는 바도 이런 믿음입니다.

 

이점에서 오늘 복음의 제자들과 제1독서 아모스 예언서의 이스라엘 자손은 실패했습니다. 모두가 우리 믿음의 현주소를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오늘 복음의 ‘호수에 큰 풍랑이 일어 배가 파도에 뒤덮이는 상황’이 상징하는 바, 때로 반복되는 두렵고 불안한 오늘의 현실입니다. 당시 제자들의 교회공동체가 처한 불안하고 두려운 현실을 반영합니다. 바로 이런 혼돈의 중심에 살아 계신 주님을 잠시 망각忘却한 무지無知의 제자들입니다. 

 

“주님, 구해 주십시오. 저희가 죽게 되었습니다.”

 

곤히 잠자고 계신 예수님을 깨우는 제자들의 절박한 기도입니다. 이런 혼란한 상황중에도 숙면을 취하고 계신 주님의 믿음이 참 놀랍습니다. 애당초 타고난 믿음도 없고 믿음의 완성도 없습니다. 삶의 믿음의 여정입니다. 이런 절박한 기도와 더불어 주님의 응답이요, 이런 배움과 깨달음의 체험을 통해 날로 견고해지는 믿음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이 믿음이 약한 자들아!”

 

주님은 말씀하신후 일어나셔서 바람과 호수를 꾸짖으시니 사방이 아주 고요해집니다. 폭풍을 미풍으로 바꾸시는 주님이십니다. 바로 이런 주님께 날마다 평생 끊임없이 믿음의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주님께 믿음의 뿌리내림이 날로 깊어지면서 우리는 폭풍暴風을 미풍微風으로 바꿀수 있고 미풍에서 폭풍으로 빠지는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니, 바로 주님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당시 제자들은 물론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화두같은 말씀입니다. “이분이 어떤 분이시기에”, 바로 하느님이신 예수님으로 늘 우리와 함께 계신 분이시며,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늘 새롭게 모시는 분입니다. 좌우간 이런 믿음의 체험을 통해 날로 성장, 성숙하는 믿음임을 깨닫습니다. 육신은 노쇠해가도 믿음은 갈수록 주님께 깊이 뿌리내려 늘 “푸른솔” 영혼으로 살았으면 소원所願이겠습니다.

 

오늘 아모스서 말씀이 우리 믿음에 충격과 더불어 좋은 깨우침을 줍니다. 아무리 은총의 축복을 받아도 분투의 믿음이, 노력이 없으면 하느님 은총의 축복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됨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호의favor가 편애favoritism는 아닙니다. 우리가 분투의 노력으로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하느님의 호의도 회수됩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일체의 기득권도, 특권도 없습니다. 보십시오. 여지없이 죄로 인해 무너져 망가지는 이스라엘 자손들을 말입니다.

 

“나는 이 땅의 모든 씨족 가운데에서, 너희만 알았다. 그러나 그 모든 죄를 지은 너희를 나는 벌하리라. 나 하느님이 소돔과 고모라를 뒤엎은 것처럼 너희를 뒤엎어 버리니, 너희가 불속에서 끄집어낸 나무토막처럼 되었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아, 너의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여라.”

 

그대로 오늘 우리의 즉각적인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끝까지 결코 방심해서는 안되며, 끊임없이 깨어 챙기고 가꾸고 돌봐야하는,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믿음임을 깨닫습니다.과연 여러분은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순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뜨거운 그리움으로 기대되는 날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모두 오매불망寤寐不忘 분투의 노력을, 믿음을 다하다가 주님을 맞이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이 되도록 합시다.

 

“오, 주 하느님!

일편단심一片丹心, 당신만을 믿고 사랑하나이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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