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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7.연중 제14주간 목요일                                                        호세11,1-4.8ㅁ-9 마태10,7-15

 

 

사랑의 학교

-주님의 평생 학인學人인 우리들-

 

 

예전 학교에 꽤 오래 교사로 근무한 탓인지 어디를 가든 정문에 “(초등, 중, 고등)학교”란 문패만 봐도 반갑습니다. 우리 수도원 정문에는 ‘성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이란 문패가 있습니다. 다른 명칭의 문패를 붙이라면 ‘사랑의 학교’란 문패를 붙이고 싶습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말도 있듯이 사랑도 평생 사랑의 학교에서 겸손한 마음으로 공부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학교’ 참 좋은 명칭입니다. 믿는 이들 누구나 평생 사랑의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제 즐겨 쓰는 용어가 주님의 전사에 이어 주님의 학인입니다.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이듯이 영원한 학생의 주님의 학인입니다. 매일 강론도 학생이 공부하는 마음으로, 숙제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죽어야 제대인 평생 주님의 전사이듯 죽어야 졸업인, 사랑의 학교에 재학중인 평생 주님의 학인입니다. 아무리 공부해도 사랑에는 영원한 초보자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 뭐든지 알고보면 초보자라는 말은 이미 토마스 머튼이 사용한 말마디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할 일은 죽는 그날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노력을 다해 사랑을 공부하고 훈련하는 길뿐임을 깨닫습니다. 

 

아마 제 거의 대부분의 강론도 사랑이 주제일 것입니다. 강론대로만 살았다면 진즉 성인이 되고도 남았을 것입니다. 오래전 써놨던 사랑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영원한 사랑없다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 어디 있는가

결국 한때의 사랑이다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나

다 변한다

변하는 게 생명이요 자연이다

슬퍼할 것도 실망할 것도 없다

그러나 어찌 꽃사랑만 사랑인가

뿌리내림의 숨겨진 사랑도 있고

푸른잎들 열정의 사랑도 있고

익은 열매 성숙한 사랑도 있다

살아 있음 자체가 사랑이다

요구하지도 피하지도 말고 

가만히 들여다 보라

환하게 타오르는 사랑 보리라

사랑에서 나와 사랑 안에서 살다가

하느님 사랑 안으로 사라져 가는 인생이다

영원한 사랑이다.”-2001.4.28.

 

무려 21년전 시詩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은 그대로입니다. 사람 사랑에는 식품처럼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지만 하느님 사랑은, 참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없어 무한입니다. 하느님을 닮아갈수록 유효기간 없는 평생 사랑의 학인이 되어 살 수 있습니다. 예전 토마스 머튼에 관한 피정시 주제가 생각납니다.

 

Becoming Love(사랑이 되기)

 

존재론적 변화중에 예수님을 닮아 사랑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하느님 사랑을 닮아가며 성화聖化되고 신화神化되는 우리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삶의 여정을 하닮의 여정, 예닮의 여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말씀에서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배웁니다. 그 하느님 ‘사랑의 대가大家’가 바로 제1독서의 호세아 예언자이며 복음의 우리 예수님입니다.

 

오늘 호세아 예언자 참 매력적인 호감이 가는 하느님 마음에 정통한 사랑의 예언자입니다. 참으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난 사람입니다. 두 성서의 소주제가 재미있습니다. “배신당한 하느님의 사랑”에 또 하나는 “하느님은 이스라엘을 못 버리신다.” 부모의 자녀 사랑과 흡사합니다. 자식이기는 부모없듯이 당신 자녀들 이기는 하느님은 없습니다. 자식은 부모를 떠나도 부모는 자식을 못 떠나듯 하느님도 그러합니다.

 

배신당한 하느님의 사랑이지만 결코 배신한 당신 자녀들을 떠나지 못해 애착愛着하는, 회개를 촉구하는 하느님의 구구절절 심금을 울리는 하느님 사랑의 고백입니다. 전체중 그 일부만 인용합니다.

 

“나는 인정의 끈으로, 사랑의 줄로 그들을 끌어당겼으며, 젖먹이처럼 들어 올려 볼을 비비고, 몸을 굽혀 먹여 주었다. 내 마음이 미어지고, 연민이 북받쳐 오른다. 나는 타오르는 내 분노대로 행동하지 않고, 에프라임을 다시는 멸망하지 않으리라. 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다.”

 

하느님답게 사랑하려고 온갖 힘을 다하는 하느님 마음을 알아 챈 호세아입니다. 이런 호세아가 하느님 청춘기의 사랑을 반영한다면, 예수님은 참으로 성숙한 하느님의 사랑을 반영합니다. 호세아가 사랑의 학교에 재학중인 청춘기의 고등학생 같다면, 예수님은 이미 사랑의 학교를 졸업한 성인의 경지에 이른 완숙完熟한 수준입니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을 하느님 사랑의 사도로 파견하시며 말씀하십니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앓는 이들을 고쳐 주고 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나병환자들을 깨끗하게 해주고, 마귀들을 쫓아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최소한의 소유로, 소유에 소유되지 않는 본질적 ‘존재의 삶’중에, 민폐를 최소화하며 순전히 주님 사랑의 도구로, 평화의 도구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받아들이지도 않을 때는 집착함이 없이 미련없이 훌훌떠나라 말씀하십니다. 역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결과는 당신께 맡기라는 말씀이겠습니다.

 

참으로 추상적이거나 애매모호한 사랑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의 사랑입니다. 만병의 근원이 사랑 결핍이요 만병 통치약이 사랑입니다. 모두가 사랑이 필요한 결핍 존재의 병자들이요 죄인들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깊이 잘 들여다 보면 참으로 가련한 연민의 대상인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중 배워야 할 사랑이, 특히 경청의 사랑, 인내의 사랑이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상에서도 이런 지혜와 사랑을 배웁니다. 대가의 반열에 있는 소설가 황석영의 시인 김지하에 관한 내용중 일부만 인용합니다.

 

-“김지하는 투옥되어 있던 나에게 면회도 왔고, 내가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일산에 살고 있었다. 그의 담론은 어느 부분 번쩍였지만 늘 비약의 연속이었다. 그의 말과 현실은 늘 어긋나고는 했다. 그의 외로움은 깊어만 갔다. 그의 비약적인 담론을 견딜수가 없다고 누군가 불평하면 시인 최민은 간단하게  타일렀다. 

 

”그냥 진지하게 들어주면 되잖아.“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일체의 판단이나 비판의 반응을 유보한채, 잠자코 들어주면 김지하의 격앙된 정서는 가라앉았다.”-

 

때로 무조건 ‘그냥 진지하게 들어주는’ 지극한 인내의 경청의 사랑이 참으로 대단한 실천적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공해로 오염 가득한, 광기狂氣 가득한 혼탁한 세상에서 건강하고 온전한 무공해無公害의 삶을 살기는 하늘에 별따기 일것입니다. 

 

사실 잘 들여다 보면 영적으로도 넷중 하나에 속할 것입니다. ‘1.앓거나, 2.죽어있거나, 3.영적 나병환자이거나, 4.마귀들에 사로잡혀 있거나’ 하나 일것입니다. 소비주의, 쾌락주의, 물질만능주의 사조에 온갖 거짓된 이념들로 중독된 사회 역시 일종의 마귀들린 세상입니다. 

 

바로 이런 이들에게 하늘 나라를 선포하며 하느님 사랑을 전하는 복음 선포입니다. 얼마전 심한 가뭄으로 누렇게 죽어가던 정원 풀밭이 흠뻑 내린 하늘 은총의 비로 초록빛 사랑으로 빛납니다. 바로 하느님 사랑으로 치유되고 구원된 건강한 영혼을 상징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하느님 사랑의 은총이 우리의 영육을 온전히 회복시켜 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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