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16.수요일 성녀 제르트루다 동정(1256-1302) 기념일 

묵시4,1-11 루카19,11ㄴ-28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삶은 선물膳物이자 과제課題입니다-

 

 

오늘 강론은 이런저런 묵상 나눔으로 시작합니다. 요즘 제 물음은 계속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한 물음으로 모아집니다. 그러니까 1992년 1월15일 왜관수도원 종신서원 미사 강론시 제가 한 강론 제목입니다만, 만 30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우니 여전히 떠나지 않는 물음입니다. 그당시 제 나이 44세였는데 지금은 74세이니 많이 지났습니다. 아주 오래전 수도원을 방문했던 목사님들중 한분이 물었습니다. 예전에는 목사님들도 많이 수도원을 찾았습니다. 

 

“신부님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잘 살다가 잘 죽는 것입니다.”

 

대답에 지극히 흡족했고 지금 묻는대도 이 대답 하나뿐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다 오늘 지금부터 잘 사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잘 죽는 선종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의지대로 되는 죽음이 아니기에 그렇게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하여 베네딕도 성인은 물론 사막 수도승들의 공통적 충고가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였습니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바로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탄생한 것이 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자작 좌우명 애송 고백기도입니다.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막바지입니다. 우리 인생 여정이 어느 시점에 위치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하는 계절입니다. 제가 산티아고 순례 여정후 자주 상기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삶의 여정을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하면 오전, 오후 어느 시점에 위치해 있겠는가? 또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어느 시점의 계절에 위치해있겠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피정오는 분들 대부분이 가을, 특히 지금같은 만추의 계절에 속한 분임을 자주 확인하곤 합니다.

 

이렇게 우리 삶의 시점을 확인할 때 환상이나 거품은 걷히고 오늘 지금 여기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 수 있게 됩니다. 새삼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은 하느님의 선물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삶을 조용히 성찰할 수 있는 계절의 흐름과 잘 어울리는 교회의 전례력이 참 고맙습니다. 11월 위령성월이 끝나면 주님 오심을 기다리는 대림의 기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회색빛 어둠은 걷히고 기다림의 환희로 빛나는 대림시기입니다.

 

요즘 만추의 날씨가 참 깊고 아름답습니다. 어제 예수성심자매회 모임시 밝게 빛났던 자매님들의 아름다운 모습도 잊지 못합니다. 11월 위령성월은 11월 1일 모든 성인의 대축일로 시작되었기에 저는 우리의 희망인 성인들을 기리는 11월은 희망성월, 성인성월로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제 회개의 여정이란 제하의 강론을 하면서 회개성월이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우리 영혼의 고질병인 무지에 대한 최고, 최선의 처방은 참된 회개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11월은 성인성월로 부르고 싶습니다. 성인이 되라 부름받은 우리 모두를 위한 성인성월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즘 자주 부르는 짧은 기도 노래가 모든 성인의 대축일 저녁 성무일도시 부른 마리아의 노래 후렴입니다. 요한 묵시록에 근거한 가사로 곡도 깊고 아름다워 잔잔한 위로와 기쁨을 선사합니다.

 

“성인들이 그리스도와 함께 

 기뻐하는 그 나라가 얼마나 영광스러운가, 

 흰옷을 입고 어린양을 따라가는도다.”

 

11월은 성인성월답게 성인축일도 많습니다. 오늘 우리는 서울 베네딕도 수녀원의 주보성녀로 베네딕도회 수녀였던 13세기 독일의 가장 위대한 신비가 성녀 대 젤투르다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성녀의 신심의 특징은 예수성심에 대한 강렬한 사랑 체험과 헌신이었고 영성사에서 에수성심의 신학자, 예수성심 공경을 시작한 선구자 혹은 첫 사도로 여겼습니다. 오랫동안 중병으로 고통받던 성녀 젤투르다는 만46세 선종시 아름다운 임종어, “아! 신랑이 오신다.”라고 외치면서 세상을 떠납니다.

 

오늘 제1독서 묵시록은 우리의 ‘영원한 희망’의 천상예배 장면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옥좌와 하늘나라 예배가 영적 삶의 마르지 않는 샘이되고 영적 활력의 원천이 됩니다. 지상 삶이 마지막이 아니라 천상 삶에 대한 열린 희망이 우리 영혼의 아픔을 치유하고 위로하면서 영원한 기쁨의 삶을 살게 합니다. 

 

특히 천상예배를 반영하는 평생 하루하루 날마다 바치는 지상예배인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 은총이 우리 순례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평생 매주간 화요일 저녁성무일도 찬미가 앞 두 구절은 바로 오늘 묵시록의 천상예배에 나오는 것입니다.

 

“주님이신 우리 하느님, 당신은 영광과 영예와 권능을 누릴 만한 분이시나이다. 당신은 모든 것을 창조하셨고, 만물은 당신 뜻에 의해 생겨났고 또 존재하나이다.”(묵시4,11)

 

또 지상전례인 미사시 ‘거룩하시다’도 천상전례의 거룩하시다를 그대로 연상케 합니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거룩하시다, 전능하신 주 하느님, 전에도 계셨고, 지금도 계시며, 또 앞으로 오실 분!”

 

그러니 천상전례를 그대로 반영하며 맛보게 하는 이 지상전례인 미사은총이 우리 순례 여정의 삶을 더욱 희망차고 역동적이 되게 합니다. 삶은 하느님의 선물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 오늘 복음의 ‘미나의 비유’가 참 적절합니다. 우리 모두 똑같이 한 미나의 인생 선물을, 똑같이 하루하루의 선물을 받습니다. 어떻게 인생선물을, 하루하루의 선물을 잘 활용하고 선용하는가는 우리 손에 달린 과제입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됩니다. 오늘 잘 살면 내일은 내일대로 잘 될 것이니 내일의 걱정은 안해도 됩니다.

 

복음의 종들이 똑같은 하나의 미나를 선물받았듯이 우리는 똑같은 하루를 선물로 받습니다. 그러나 활용과 선용에는 개인차가 있을 것입니다. 하루하루 허무하게 시간과 정력을 탕진하고 낭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알뜰히 요리하며 알차고 꽉차게 사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자기 능력껏 일해 한 미나로 열 미나를 벌어들인 이와 다섯 미나를 벌어들인 이는 똑같이 주인으로부터 “잘하였다, 착한 종아! 네가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하였으니” 말씀과 더불어 큰 책임의 선물을 받습니다만, 한 미나 그대로 바친 종은 “이 악한 종아, 나는 네 입에서 나온 말로 너를 심판한다.” 호된 질책과 더불어 완전 퇴출됩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 마저 빼앗길 것이다.”

 

우리 영성생할에 그대로 적용되는 부익부, 빈익빈의 진리입니다. 풍요로운 영적 삶을 위해 한결같은 항구하고 충실한 노력과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고 용감히 앞장서서 파스카의 신비가 이루어질 예루살렘 등정 길에 오르십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받은 선물에 대해 주님께 헴바쳐야 합니다. 죽음 앞에서, 너무 늦습니다. 하루하루 헴바치며 사는 것이 안전하고 확실합니다. 이래야 죽음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날마다의 삶을 헴바치는 은총과 구원의 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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