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연중 제1주간 화요일                                                                히브2,5-12 마르1,21ㄴ-28

 

 

 

사랑이신 하느님은 참 권위의 원천

-“사랑밖엔 길이 없네”-

 

 

 

지금도 묵직한 감동으로 남아있습니다. 한동안 계속될 것입니다. 어제 하늘병원에 진료차 들렸다가 원장님께 고백성사를 드린후 붉게 젖었던 눈시울을 잊지 못합니다. 참 순수하고 성실한 분으로 성인이 되시라 격려해 드렸고 강론집도 선물로 드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을 내어, 전번 성 김대건 안드레아 주인공의 영화 ‘탄생’에 이어 뮤지컬 영화 안중근 도마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윤제균(마티아) 감독의 ‘영웅’을 봤습니다. 저는 주저없이 두분을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의 자랑스런 순교자로 꼽고 싶습니다. 

 

특히 나문희가 열연한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역은 짧았지만 감동의 절정이었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참 오랜만의 감동의 눈물이었습니다. 길다 싶지만 조마리아 어머니의 사형을 앞둔 안중근 아들에 대한 편지와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노래를 인용합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公憤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마땅히 죽어야 한다면 딴 맘 먹지 말고 죽어라.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마라.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天父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이어지는 조마리아 어머니의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라 울며 기도하듯 노래한 내용도 감동이었습니다.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떠나갈 시간이 왔구나

두려운 마음 달랠길 없지만

큰 용기 내 다오.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낼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말고

큰뜻을 이루렴.

 

십자가 지고 홀로 가는 길

함께 할 수 없어도

너를 위해 기도하리니

힘을 내 다오.

 

천국에 니가 나를 앞서 가거든

못난 이 에밀 기다려 주렴

모자의 인연 짧고 가혹했으나

너는 영원한 내 아들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너를 안아 봤으면

너를 지금 이 두 팔로

안고 싶구나.”

 

흡사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아드님을 향한 마리아 성모님의 노래처럼 들렸습니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 새삼 이런 어머니의 사랑의 권위는 사랑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참권위임을 깨닫습니다. 윤제균(마티아) 감독의 인터뷰중 다음 대목도 잊지 못합니다.

 

-‘국제시장’이 아버지를 위한 영화였다면, ‘영웅’은 어머니를 위한 영화라 한다. 이 작품을 통해 어머니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나?

 

“2015년 간암 판정을 받고 2017년 6월에 보내드렸다. 1년반 동안 살리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결국 돌아가셨다. 더 효도를 못한게 너무 후회된다. 나문희 선생님이 노래를 부를 때 정말 많이 울었다. 돌아가시고 나니 더더욱 애툿하고 애잔하다. 내가 감독이 된다고 했을 때 감독은 배고픈 직업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해 흔쾌히 응원해 줘서 고맙다. 엄마가 정말 그립다.”

 

저도 신마리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나이 들어 갈수록 더해 갑니다.  생각할수록 끝없이 이어지는 회개하는 마음입니다. ‘어머니를 그리며’ 고백시중 다음 대목이 생각납니다.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슬프고 아픕니다.

 

“따사로운 남편 사랑 없이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 오신 내 어머니 ‘신마리아’

내 수도원 들어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만하게 되었는데 또 고생길에 접어드느냐?’고

그러다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얘,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 들어가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사랑의 권위, 어머니의 권위요 사랑이신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권위입니다. 어제 주님 세례 축일에 이어 오늘부터 시작되는 연중시기 첫날 복음은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더러운 영을 쫓아내시는 일화입니다. 문득 어제 복음에서 예수님 세례 받을 때 하늘로부터 들려온 말씀이 생각납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아, 바로 여기 하느님 아버지에서 기원하는 예수님의 사랑의 권위, 섬김의 권위임을 깨닫습니다. 이뿐 아니라 사랑은 모두라 할 만큼 앞에 사랑이 붙습니다. 사랑의 기적, 사랑의 침묵, 사랑의 치유, 사랑의 신비, 사랑의 성사, 사랑의 순종, 사랑의 수행, 사랑의 관상, 도대체 사랑이 붙지 않은 참덕목은 하나도 없습니다. 또 어제 주님 세례 축일 저녁기도시 마리아의 노래 후렴은 얼마나 은혜롭고 아름답고 깊었는지요!

 

“묵은 사람을 세례의 물을 통해서 새롭게 하시고, 우리에게 불멸의 옷을 입혀주신 우리 구원자께서 오늘 요르단강에 오시어, 요한에게서 세례를 받으셨도다.”

 

아, 이런 겸손한 사랑이 예수님의 참 권위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권위부재의 시대, 참권위가 목마르게 그리운 시절, 바로 참권위의 원천은 사랑의 하느님 아버지임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의 권위있는 가르침에 사람들은 몹시 놀랐고, 더러운 영은 소리 지르며 예수님을 고백합니다.

 

-“저희를 멸망시키러 오셨습니까? 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입니다.”

“조용히 하여라. 그 사람에게서 나가라.”-

 

권위 있는 명령에 더러운 영은 혼비백산 달아났고 사람들은 모두 놀라 고백합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새롭고 권위 있는 가르침이다. 저이가 더러운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것들도 복종하는 구나.”

 

심지어 더러운 영들인 마귀까지 하느님 사랑의 힘에 복종합니다. 새삼 사랑밖엔 길이 없음을, 무지와 허무뿐 아니라 마귀에 대한 답도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사랑의 힘’뿐임을 깨닫습니다. 

 

더구나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이야 말로 영원한 천하무적의 구원의 영도자임을 히브리저자는 장엄하게 시편을 인용하여 고백합니다. 하느님의 권위의 힘은 파스카 예수님을 통해 완전히 실현됩니다. 이런 주님과 날로 깊어가는 사랑의 일치야 말로 참권위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천사들보다 잠깐 낮아 지셨다가’ 죽음의 고난을 통하여 ’영광과 존귀의 관을 쓰신’ 예수님을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음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만물은 하느님을 위하여 또 그분을 통하여 존재합니다. 하느님께서 많은 자녀들을 영광으로 이끌어 들이시면서, 그들을 위한 구원의 영도자를 고난으로 완전하게 만드신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존엄한 품위의 권위를 회복하는 길은 날로 깊어가는 파스카 예수님과 사랑의 일치의 삶뿐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시편8장의 오늘 화답송과 이를 바탕한 히브리서의 고백이 파스카의 예수님은 물론 우리의 참 신원을 밝혀 줍니다. 바로 우리 인간의 소명이 파스카의 신비안에서 충만히, 완전히 실현됨을 봅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 사랑에 뿌리 내린 참권위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시편 8장의 화답송 시편 고백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이 거룩한 주님의 파스카 미사은총이 이 고백대로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서 권위있는 존엄한 품위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저희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크시옵니까!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기억해 주시나이까?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시나이까?

 

 천사들 보다는 조금 못하게 만드셨어도,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나이다.

 당신 손으로 지으신 작품들을 다스리게 하셨나이다.”(시편8,2-7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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