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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4.연중 제1주간 토요일                                                            히브4,12-16 마르2,13-17

 

 

 

제자의 길

-갈망, 따름, 배움-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우심을 빌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시편119,147)

 

이 시편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문득 떠오른 성규 머리말이 새롭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만일 네가 참되고 영원한 생명을 원하거든, 네 혀는 악을 삼가고 네 입술은 간교한 말을 하지 말라. 사악을 멀리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찾아서 뒤따라 가라”(성규,머리17)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할 금과옥조의 가르침입니다. 제자의 길은 평화의 길입니다. 이어 토마스 머튼의 사제서품 상본시 성구가 생각납니다. 구약에서 승천한 인물 셋은 에녹, 모세, 엘리야가 있는데, 에녹의 삶에 대한 영어 묘사로 제가 참 좋아하는 성구(창세5,2)입니다.

 

“Then Enoch walked with God, and he was no longer here, for God took him”(에녹은 하느님과 함께 살다가 사라졌다. 하느님께서 그를 데려가신 것이다).

 

주목되는바 직역하면 하느님과 함께 ‘걷다’인데 의역하여 하느님과 함께 ‘살다’입니다. 새삼 ‘걷는 것’은 ‘사는 것’이요 ‘기도하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2014년도 800km 2000리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도 걷는 것이 사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매일 1시간 4km 정도, 적게는 하루 20km, 많이는 32km 거리를 33일 정도 기도하며 걸었습니다.

 

“걸어야 삽니다. 걷지 못하면 죽습니다. 저는 하루 6시간 정도의 택시 운전이 끝나면 오후 매일 3시간 정도 걷습니다. 장단지와 종아리의 근육도 탄탄합니다.”

 

어제 잠시 병원에 택시로 가다가 들은 기사의 힘찬 설명입니다. 올때는 40분 정도 걸어서 귀원했습니다. 그러니 에녹처럼 주님과 함께 걷는다 생각하고 평생 도반인 주님과 함께 매일 일정시간 걸으시기 바랍니다. 걷는 것이 사는 것이자 기도하는 것이며 걷는 운동보다 더 좋은 운동도 없습니다. 

 

그러니 혼자가 아닌 평생 도반 주님과 함께 걸어야 합니다. 걸어야 삽니다. 저도 평생 매일 강론 쓰기가 끝나면 4:00-4:30분까지 주님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 여정의 연장으로 생각하고 수도원 경내를 묵주기도하며 걷는 것이 완전히 습관화되었습니다.

 

오늘은 ‘제자의 길’에 대한 묵상입니다. 레위를 부르시고 세리들과 음식을 드시는 복음 장면이 제자의 길에 대한 가르침을 잘 보여줍니다. 제자의 길에서 뚜렷이 부각되는 세요소입니다.

 

첫째, 갈망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선행하는 레위의 갈망입니다. 예수님은 길을 지나가시다 세관에 앉아있던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먼저 부르십니다. 예수님께는 일체의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습니다. 길에서 길이신 주님을 마음 깊이 갈망하며 기다렸던 레위요 누구보다 우리의 속마음을 잘아시는 주님은 레위의 갈망을 알아챘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을 찾는 갈망과 배움에 대한 사랑’은 수도승의 기본적 자질입니다. 어디 수도승뿐이겠는지요! 주님을 따르는 제자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우선적 자질이 주님을 찾는 갈망이자 열정이자 배움에 대한 사랑입니다. 이런 열정과 더불어 함께 가는 순수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주님을 찾는 갈망의 불이 타오르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따름입니다.

“나를 따라라.” 주님의 부르심에 지체없이 따라나선 레위입니다. 당신을 따르라는 주님의 부르심은 한두번이 아니라 평생 날마다 계속됩니다. 날마다 하루하루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주님을 만나 주님을 따라 나선 ‘따름의 여정’중인 우리 제자들입니다.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레위가 주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 무의미한 일상을 어떻게 보냈을까요. 우리 역시 주님께 부름받지 않았다면? 새삼 은총의 부르심이 우리 삶에 얼마나 결정적인 사건인지 깨닫습니다.

 

무엇인가 찾고 따라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궁극의 찾고 따라야 할 우리 주 예수님이야 말로 우리 삶의 목표와 방향이요 삶의 중심이자 의미입니다. 이런 삶의 궁극의 목표와 방향, 중심과 의미를 잃고, 말그대로 길을 잃고 두려움과 불안중에 뿌리없이 표류, 방황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예수님은 세리 레위를 부르시어 당신의 제자공동체에 합류시키시고 함께 음식을 나누십니다. 바로 우리 주님은 당신을 찾는 누구에게나 활짝 열린 구원의 문같은 분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가 위대한 대사제이신 예수님께 대한 소개도 참 은혜롭고 힘이 되어 전문을 인용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굳게 지켜 나갑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며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

 

하느님곁에 계시면서 동시에 우리 곁에 함께 하시는 초월과 내재의 대사제 예수님 친히 당신 사제를 통해 미사를 집전하십니다. 흡사 은총의 어좌에서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는 미사전례처럼 생각됩니다.

 

셋째, 배움입니다.

우리가 평생 따라야 할 분은, 평생 보고 배워야 할 분은 우리의 평생 주님이자 스승이요 도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입니다.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은 주님께 평생 배움뿐입니다. 배워야 삽니다. 공부해야 삽니다. 평생 졸업이 없는 평생 주님의 학교에서 주님께 배워야 하는 죽어야 졸업인 평생제자이자 평생학인인 우리들입니다.

 

이래서 주님의 평생제자이자 평생학인의 기본적 덕목이 침묵과 경청, 겸손과 순종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배움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배움에 대한 사랑은 호학好學을 주장한 공자의 사상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참으로 평생 스승이신 주님께 배워야 할 것도 무궁무진입니다.

 

주 예수님은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우리의 생명과 빛이자 희망이신 예수님이십니다. 한결같이 온유와 겸손, 섬김으로 일관된 삶을 사신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자 주님인 예수님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의 학교로 정의하기도 합니다. 다음 복음의 주님 말씀도 우리가 깊이 새겨할 가르침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왔다.”

 

세상에 병자아닌 사람, 죄인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최고의 명의이신 주님께 치유받아야 할 우리들이요 부단한 회개를 통해 용서받아야 할 회개한 죄인들, 바로 우리의 신원입니다. 하느님 공부, 예수님 공부는 바로 말씀 공부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분이 바로 예수님이니 사람의 본질은 말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진리의 말씀 공부의 여정에 충실할 때 비로소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그러니 말씀의 사람, 진리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 말씀이 참으로 통쾌하고 명쾌합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떠한 피조물도 감추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그분 눈에는 모든 것이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러한 하느님께 우리는 셈을 해 드려야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의 힘은 얼마나 놀랍고 경이로운지요! 살아 있는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우리들이요, 이런 말씀 수행이 늘 주님 앞에서 살게 합니다. 오늘 화답송 후렴도 온통 말씀 예찬입니다. ‘주님 당신의 말씀은 영이며 생명이십니다’의 화답송 후렴에 이어지는 다음 시편 고백도 참 좋습니다.

 

“주님의 법은 완전하여 생기를 돋우고,

 주님의 가르침은 참되어 어리석음 깨우치네.

 

 주님의 규정 올바르니, 마음을 기쁘게 하고,

 주님의 계명 밝으니, 눈을 맑게 하네.”(시편19,8-9)

 

제자의 길은 평화의 길입니다. 주님 제자의 길은 평생입니다. 평생 영원한 스승이자 도반인 주님과 함께 걸으면서 한결같이 배움의 여정에 충실해야 할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 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께 대한 갈망을, 배움에 대한 사랑을 북돋아 주시고 한결같이 주님을 따르게 하십니다.

 

"주님 사랑 우리 위에 꿋꿋하여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셔라."(시편117,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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