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7.화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 기념일      

히브6,10-20 마르2,23-28

 

 

 

분별의 지혜

-사랑은 분별의 잣대이다-

 

 

 

오늘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 새벽 성무일도 초대송 후렴이 기분좋게 하루를 활짝 열어 주었습니다.

 

“당신 성인들 안에서 찬란히 빛나시는 주님께,

 어서와 조배 드리세.”

 

생각없이, 의식없이, 자기를 잊고 살 때 치매입니다. 끝까지 ‘내가 누구인지?’, ‘왜 사는지?’ 치열히 물으며 ‘참으로 살려고’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이들에게 치매는 없을 것입니다. 바로 사막 수도자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우리 가톨릭 교회의 참 좋은, 참 자랑스러운 보물이 성인들입니다. 우리 삶의 좌표가 되고, 끊임없이 회개의 표지, 희망의 표지, 구원의 표지가 되는 성인들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밤하늘에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같은 존재가 성인들입니다. 성인들이 없다면 우리 가톨릭 교회는 얼마나 쓸쓸하고 가난할까요? 가톨릭 교회는 성인들로 가득한 보물창고라 할 수 있습니다.

 

기억하고 기념할뿐 아니라 우리 모두 분발奮發하여 성인이 되라 있는 성인축일입니다. 사실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모두는 참나의 성인이 되라고 불림받고 있으며 이보다 더 중요한 평생과제도 없을 것입니다. 제가 성인 축일마다 확인하는 습관이 생몰生沒 연대를 통한 나이요 이어 꼭 제 나이와 비교합니다. 

 

오늘은 사막 ‘수도승들의 원조’요 ‘은수자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성 안토니오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또 오늘은 우리 요셉 수도 공동체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김도완 안토니오 수사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동방의 4대 교부는 아타나시오, 대 바실리오, 요한 크리소스토모, 나지안즈의 그레고리오입니다. 이중 아타나시오가 쓴 ‘성 안토니오의 전기’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된 성 안토니오 아빠스입니다.

 

놀라운 것은 안토니오 아빠스의 장수長壽입니다. 356년 빼기 251년이면 무려 만 105세 장수를 누린, 아마 가톨릭 교회의 성인들중 최고의 기록일 것입니다. 장수의 비결이 무엇일까요? 물론 하느님의 은총을 전제로 하고 지혜가 그 비결임을 깨닫습니다. 

 

인간의 고질적 마음의 질병이 바로 무지입니다. 무지의 병, 무지의 죄, 무지의 악이라 할 만큼 참으로 뿌리 깊은 불치의 병이 무지입니다. 불가의 삼독三毒이라 일컫는 탐진치(貪瞋癡;탐욕, 성냄, 어리석음) 역시 무지의 결과입니다. 

 

끊임없는 전쟁, 과소비의 탐욕으로 망가져 가는, 하나뿐인 공동의 집인 지구를 지속불가능하게 만드는 원흉의 뿌리에는 무지의 탐욕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탐욕이나 전쟁 역시 무지의 두려움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무지에 대한 답이 지혜이니 삶의 지혜, 분별의 지혜입니다. 사막 수도자들의 빛나는 특징이 그 지혜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지에 대한 유일한 답은 지혜뿐입니다. 우선 성 안토니오 아빠스에 관한 38가지 예화중 둘만 인용합니다.

 

“누구든지 유혹을 체험하지 못한 자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 유혹 없이는 어느 누구도 구원받을 수 없다.”

 

“어떤 이들은 고행으로 자신을 괴롭힌다. 그러나 그들은 분별력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은 하느님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그리하여 시공을 초월하여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는 사막교부들의 지혜를 모은 금언집입니다. 흡사 불가의 고승의 선사들이 남긴 일화도 이와 비슷합니다. 촌철살인寸鐵殺人 같은 삶의 지혜와 더불어 유머가 정신 번쩍 들게 합니다. 어제 재미있었던 일화에 크게 웃었습니다. 매일 규칙적으로 산행山行을 하는 수도형제가 아름다운 풍경 사진과 곁들여 털모자를 쓴 자신의 사진을 올렸고 주고 받은 대화입니다.

 

-“아름다운 사진 선물 감사합니다! 산악인이자 탐험가 같습니다!”

“개장수”-

 

유머로 번뜩이는 바로 ‘개장수’, 이런 말마디가 선사禪師들의 용어입니다. 사막 수도자들의 원조인 성 안토니오 아빠스가 남긴 지혜 가득한 일화는 참 많습니다. 무엇보다 성인을 결정적 회심으로 이끈 다음 예수님 복음 말씀이 주목됩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19,21)

 

복음에서 재산이 많은 젊은 부자는 슬퍼하며 떠났지만, 안토니오는 지체없이 재산을 처분하여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주님을 따랐습니다. 아마 이 말씀은 안토니오의 평생 삶의 중심을 잡아 주는 지혜로운 말씀이 되었을 것입니다. 말그대로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에 나오는 ‘희망의 닻’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께 몸을 피한 우리가 앞에 놓인 희망을 굳게 붙잡도록 힘찬 격려를 받게 하셨습니다. 이 희망은 닻과 같아, 안전하고 견고하며 또 저 휘장 안에까지 들어가게 해 줍니다. 예수님께서는 멜키체덱과 같은 영원한 대사제가 되시어, 우리를 위하여 선구자로 그곳에 들어가셨습니다.”

 

과연 여러분에게 희망의 닻이 될 수 있는 말씀이 있습니까? 제가 고백성사시 보속으로 써드리는 말씀 처방전 역시 희망의 닻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세상에 우리를 천상의 지성소로 이끌어줄 예수님보다 더 좋은 희망의 닻은 없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예수님인지요!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의 삶의 지혜, 분별의 지혜가 빛납니다. 말그대로 하느님의 지혜이신 예수님입니다. 어제의 단식논쟁에 이어 오늘 사건의 발단은 제자들이 안식일에 밀 이삭을 뜯는 것에 시비를 건 바리사이들로 인해 시작됩니다.

 

예수님은 다윗의 예를 들면서 자신의 처신을 옹호합니다. 다윗처럼 예수님이 얼마나 하느님 마음에, 사랑에 정통해 있는지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신뢰를 한몸에 받고 있다는 자신감이 아니면, 하느님 사랑의 마음에 정통해 있지 않으면 다음같은 대답은 불가능합니다. 

 

예수님께 답은 너무 자명했습니다. 분별의 잣대는 안식일법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새삼 분별의 잣대는 사랑이요, 사랑에서 나온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사랑만이, 사랑의 법만이 모든 율법을 상대화하는 절대적 법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무지에 대한 답은 하느님의 사랑이자 지혜요, 하느님의 사랑이자 지혜이신 예수님이야 말로 분별의 잣대이자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의 천상 지혜로 빛나는 오늘 복음 말씀입니다.

 

“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생긴 것이지,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생긴 것은 아니다.”

“사람의 아들은 또한 안식일의 주인이다.”

 

안식일의 주인인, 하느님 지혜와 사랑의 화신인 예수님이야말로 유일한 분별의 잣대이자, 무지에 대한 궁극의 답이요, 참 좋은 희망의 닻입니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예수님이 분별의 최종 잣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날로 당신과 사랑과 신뢰의 관계를 깊게 하시며 참 좋은 사랑과 지혜를 선물하십니다.

 

"네 앞길 주께 맡기고 그를 믿어라.

 몸소 당신이 해 주시리라."(시편37,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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