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 연중 제2주간 금요일                                                            히브8,6-13 마르3,13-19

 

 

 

성인(聖人)다운,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

-“성소(聖召) 역시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과제이다”-

 

 

“주 내 하느님은 나의 힘이시며, 

 나를 사슴처럼 달리게 하시고,

 산봉우리로 나를 걷게 하시나이다."(하바쿡3,19)

 

아침 성무일도중  하바쿡 찬미가 마지막 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제 저는 1시간 54분 9.1km를 걸었고 열량 소비는 384칼로리라는 만보기의 기록이었습니다. 또 휴대폰 만보기에서는 꽃비가 내리고 “당신 최고의 날”이라는 말마디가 나왔습니다. 정말 어제는 걷기의 기쁨과 행복을 실감했던 제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2016년부터 8년째 무릎 연골 파열로 하늘병원에서 받은 치료 효과와 더불어 끊임없이 매일 걸었던 효과인 듯 싶습니다.

 

어제 별내 신도시에 소재한 피부과 병원에 마지막 치료차 왕복 80분 걸으면서 제 최고의 운동이자 취미활동은 ‘걷기’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걸으면서 걷기의 유익함에 대해, 또 얼마전 수도회를 퇴회한 형제를 생각하며 성소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습니다. 수도자 신분의, 사제 신분의 옷이, 삶이 그렇게 불편하고 그 짐이 무거웠나 많이 생각했습니다. 

 

삶은 100m 단거리 전력 질주의 경주가 아니라 평생 장거리 걷기입니다. 성소 역시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 과제입니다. 도중하차 하지 말고, 자기 페이스대로 목표 지점까지 완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무슨 형태의 삶이든 자유롭고 행복해야 합니다. 억지로 마지못해 의무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행복하게, 찬미하고 감사하며, 평화롭고 기쁘게, 자발적으로 살아야 합니다. 

 

삶은 선물인가 짐인가? 자주 자문해봐야 할 물음입니다. 과연 내 성소는 선물인가 짐인가? 선물이라 믿고 생각할 때는 찬미 감사와 더불어 자발적 분투의 노력이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무겁고 불편한 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자발적 기도와 사랑의 수행이 절대 필수 조건임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되기가, 성인되기가, 하느님의 자녀되기가 참 힘든 세상입니다. 인간답게 너무 막연합니다. 존엄한 품위의 성인답게, 하느님의 자녀답게 아주 분명합니다. 인생 광야 여정 살다 보면 세 부류의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성인, 괴물, 폐인입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지만 잘못 미치면 폐인이나 괴물이 됩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본인은 폐인인지 괴물인지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무지한 괴물같은, 폐인같은 사람들을 곳곳에서 목격합니다. 생각없이 막살면 누구나의 가능성이 괴물이자 폐인입니다. 특히 정치권을 보면 이런 눈살 찌푸리게 하는 괴물같은 이들을 참 많이 보게 됩니다. 

 

참으로 참나의 참사람이 되어 성인다운,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평생과제인지 깊이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어제 격정(激情)에 싸여 “주님, 저희를 도우소서”라는 기도하듯 단숨에 써놓은 글을 나눕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다

옛날에도 성인과 악인이 있었고

오늘날도 그렇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아니 역사의 퇴행이다

 

1회용 소모품처럼 소모품처럼 된 사람들

쓰레기들과 더불어 날로 늘어나는 쓰레기같은 사람들

너무나 자기를 돌볼줄 모른다

 

날마다 일간신문 일별할 때마다 깨닫는 사실

아, 사람들은 점점 사라지고 위로는 괴물들, 아래로는 폐인들뿐이네

 

이렇게 먹고 쓰고 살면

지속가능한 삶은 불가능한데

 

의식없이, 생각없이, 영혼없이, 자기를 잃고 사는

무수한 무지의 사람들

 

사람이 희망이라는데

참 사람 찾아보기 힘드네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모르는 참 뻔뻔한 무지의 후안무치의 사람들

정신 바짝 차릴 일이다

 

답답할 때 마다 

불암산과 그 배경의 하늘을 바라보며

 

주님 사랑의 전사, 평화의 전사로서 

각오를 새로이 한다

존엄한 인간 품위를 새로이 한다

 

하루하루 날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절박한 영적 전투의 삶이다

성인답게,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자!”-2023.1.19. 아침

 

오늘 복음에 연관하여 성소에 관해, 또 성인다운,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됩니다. 성소는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과제입니다. 오늘 복음의 열두 사도로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뿐 아니라 세례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 모두가 넓은 의미로 주님께 불림받은 성소자들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답게, 성인답게 살라고 부름받은 우리들입니다. 복음 서두 말씀은 열두 사도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좋은 참고가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왔다. 그리고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그들을 사도라 이름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그들을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며, 마귀들을 쫓아내는 권한을 가지게 하시려는 것이다.’

 

이 거룩한 미사분위기가 이 장면과 흡사합니다. 바로 주님 앞에서 우리의 성소를 새로이 하는 참 고마운 미사시간입니다. 새삼 우리의 성소는 은총의 선물이요 평생 과제임을 깨닫습니다. 하루의 시작에 앞서, 사도로 파견되기에 앞서 제자로서 주님과 함께 지내면서 친교를 깊이하는 관상의 미사시간이 우리의 성소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열두 사도의 면면이 다양하듯 우리 또한 참 다양한 성소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택한 것이 아니라 주님이 원해서 우리를 부르신 것입니다. 참으로 성소의 신비요, 평생 언제 어디서나 서로 존중과 배려해야 할 각자 고유의 성소임을 깨닫습니다. 저절로 성소의 완성이 아니라 자발적 분투의 노력을 다해 평생 끊임없이 돌보고 가꿔가야할 성소입니다. 복음의 마지막 대목이 우리에게는 경종의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또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 이스카리옷이다.’

 

예수님 제자중에 괴물같은 유다가 있다는 사실이 불가사의입니다. 유다의 신비, 악의 신비입니다. 참으로 성소를 가꾸고 돌보는데 태만했을 때 누구나의 가능성이 바로 배신자 유다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자살에 앞서 베드로처럼 철저한 회개가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나 하는 아쉬움이 참 큽니다. 우리의 성소에 반면교사 역할을 하는 유다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섬기고 따르는데 복음의 열두 사도보다 훨씬 유리합니다. 새계약의 중재자 대사제 예수님께서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바로 예례미야가 예언한 새계약이 대사제 예수님 덕분에 우리를 통해 실현됩니다. 그대로 우리를 두고 하는 예레미아서를 인용한 제1독서 히브리서 말씀입니다.

 

“내가 이스라엘 집안과 맺어 줄 새계약은 이러하다. 나는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리라.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되리라. 그들은 낮은 사람부터 높은 사람까지 모두 나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의 불의를 너그럽게 보아주고, 그들의 죄를 더 이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통해 깨닫는, 실현된 진리입니다. 대사제 파스카 예수님의 중재로 인해 실현된 새계약의 은총이 차고 넘칩니다. 복음의 열두 사도가 누리지 못한 우리들의 특권이자 은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성소를 새롭게 하시고 우리에게 필요한 은총을 넘치도록 주십니다. 끝으로 다음 기도문을 들으며 성소를 새로이 하시기 바랍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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