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9.연중 제4주일(해외 원조 주일)

스바2,3;3,12-13 1코린1,26-31 마태5,1-12ㄴ

 

 

 

참행복한 성인들

“찾으라, 회개하라, 행복하라”

-선택, 훈련, 습관-

 

 

 

새벽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제 첫시집 ‘하늘과 산’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러니까 1997년 손수 제본하여 만든 것이니 26년전 작품입니다. 모두 제가 지금도 아끼는 시이고 그중 ‘하늘과 산’은 자주 인용했고 지금도 여전히 좋아하는 시입니다.

 

-“하늘

 있어

 산이 좋고

 

 

 있어

 하늘이 좋다

 

 하늘은

 산에 

 신비를 더하고

 

 산은

 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1997.2

 

불암산 기슭, 요셉 수도원에 정주하기 35년 동안 가장 많이, 하루에도 수없이 바라본 수도원 배경의 불암산과 하늘입니다. 바로 하늘과 불암산의 관계를 주님과 나의 관계로 빗댄 시입니다. 정말 날로 주님과의 관계, 형제들과의 관계가 깊어졌으면 소원이겠습니다. 

 

혼자서는 못삽니다. 혼자의 구원이 아니라 더불어의 구원입니다.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오늘은 연중 제4주일이자 해외 원조 주일입니다. 한국천주교회는 2003년부터 매해 1월 마지막 주일을 해외 원조 주일로 정해 이날 특별헌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돕는데 쓰고 있습니다. 이 또한 더불어 삶의 사랑 실천입니다.

 

어제 오랜만에 9명의 소규모 젊은 남녀들의 피정팀에게 ‘명상기도’방법을 가르치고 실습도 했습니다. 모두가 신자인줄 알았는데 후에 알고보니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등 다양한 구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강의로 공통적이고 보편적인 명상기도 방법을 택하여 청했던 것 같습니다. 좌우간 이분들에게 강조한 것도 영성생활에서 선택과 훈련, 습관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참 좋은 선택을 하셨으니 아름다운 수도원에 피정을 온 것입니다. 삶은 선택입니다. 행복도 선택입니다. 좋은 선택 또한 은총입니다. 명상기도 참 좋은 선택입니다. 선택에 이어 한결같은 훈련입니다. 도대체 수행생활에서 훈련아닌 것이 없습니다. 명상기도를 부단한 훈련하여 습관화하십시오. 성격이 바뀌고 운명이 바뀝니다. 부정적 비관적 수동적 인생관에서 긍정적 낙관적 적극적 인생관으로 바뀝니다.”

 

요지의 내용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참행복입니다. 참행복 역시 은총에 이어 우리의 선택과 훈련, 습관에 달렸습니다. 세 구체적 방법을 나눕니다.

 

첫째, 찾으십시오.

무엇보다 주님을 찾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 삶의 궁극의 목표이자 방향이요, 중심이자 의미입니다. 주님과 나의 탐구는 함께 갑니다. 주님을 찾으며 주님과의 관계도 날로 깊어집니다. 이렇게 주님과의 관계가 우리 영적 삶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제1독서의 스바니야 예언자의 권고가 고맙습니다.

 

“주님을 찾아라. 그분의 법규를 실천하는, 이 땅의 모든 겸손한 이들아! 의로움을 찾아라. 겸손함을 찾아라. 그러면 주님의 분노의 날에, 너희가 화를 피할 수 있으리라.”

 

참으로 주님을 찾는 이들은 구체적으로 의로움을, 겸손함을 찾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참으로 주님을 찾는 이들은 의롭고 겸손합니다. 수도자를 하느님을 찾는 사람이라 정의합니다. 수도원은 하느님의 집이요, 수도자는 하느님을 찾는 하느님의 사람이라 합니다. 어찌 수도자뿐이겠습니까? 마음 깊이에서는 누구나 진리이신 하느님을 찾는 수도자입니다. 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좌우명 애송시 중 한연이 생각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이 고백에서처럼 하루 이틀이 아닌 죽을 때까지 하루하루 날마다 하느님을 찾으며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사랑의 맑은 강으로 사는 것입니다. 이래야 방황하지 않습니다. 일일시호일, 늘 좋은 날에 늘 새로운 날입니다. 이래야 안주가 아닌 정주의 삶입니다. 주님을 찾는 일 역시 우선적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임을 깨닫습니다.

 

둘째, 회개하십시오.

회개 또한 참 좋은 날마다의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이 살아계시기에 회개입니다. 하느님 거울에 날 들여다 보는 회개입니다. 회개를 통해 참나의 발견이요 제자리에서 제대로 제정신으로 살 수 있습니다. 회개에 따른 참 겸손입니다. 자기를 아는 겸손이요 지혜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겸손한 고백은 그대로 회개의 열매입니다. 회개를 통한 이런 깨달음이 겸손이요 이런 겸손이 참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다음의 고백은 얼마나 겸손하며 삶의 진실을 직시하고 있는지요! 꼭 저를 두고 하는 말씀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지혜로운 자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어리석은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강한 것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이 세상의 약한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있는 것을 무력하게 만드시려고, 이 세상의 비천한 것과 천대받는 것 곧 없는 것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어떠한 인간도 하느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살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에게서 오는 지혜가 되시고, 의로움과 거룩함과 속량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역설의 진리를 통해 일하십니다. 신의 한 수는 이토록 오묘합니다. 굽은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참으로 보잘 것 없는 무명의 이들이 교회를, 수도원을, 세상을 지킵니다. 참으로 회개로 겸손한 이들만이 이렇게 일하시는 하느님을 체험합니다.

 

셋째, 행복하십시오.

주님은 오늘 복음에서 참행복의 비결을 보여주십니다. 죽을 때까지 끝없는 노력의 훈련을 요하는 결코 완성이 없는 미래로 활짝 열려 있는 수행의 참행복입니다. 바로 성인이 되는 길은 이 참행복의 길뿐입니다. 

 

십계명은 너무 소극적입니다. 금령만 지키다 보며 거기서 끝나지 이웃과의 적극적 사랑의 관계는 맺을 수 없습니다. 모세의 한계입니다. 모세도 예수님의 이런 경지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모세와는 차원이 다릅니다. 새삼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모세를 격하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진상을 제대로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십계명을 지켜서는 좋은 신자가 될수는 있어도 하느님을 닮은 거룩한 신자. 자비로운 신자, 온전한 신자가 되기는 불가능합니다. 결코 참행복도 없고 성인도 될 수 없습니다. 이웃에 열려 있는 삶이 아니라 자기 안에 닫혀진 이기적 삶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십계명을 전제로 하고 적극적 자기개방의 나눔과 사랑이 절대적이요, 바로 오늘 산상설교중 진복팔단 참행복이 의도하는 바입니다. 

 

“1.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2.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3.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4.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5.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6.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7.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8.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이런 삶자체가 참행복이니 바로 하느님이 직접적 배경이, 보상이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인도의 성자 간디, 불가의 성철 큰 스님은 물론 종파를 초월하여 대영성가들이 공감하며 극찬한 참행복의 내용들입니다. 영원히 하느님의 나라로 열려 있는, 완성이 없는 영원한 현재 진행형의 참행복입니다. 

 

아무리 오르고 올라도 저 멀리 높이 있는 하늘처럼 느껴지는 참행복의 수행들입니다. 참으로 끝까지 한결같은 열정으로 참행복을 위해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이들이 성인입니다. 마지막 말씀이 우리의 분투의 노력에 불을 붙입니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자신의 성덕 점수가 어떻게 되는지 한번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100점 만점에 20점은 기본으로 하고 8개 항목을 각자 10점 만점으로 계산해 합산해 보는 것입니다. 영원히 미완성의 참행복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이 참행복의 절정에 하느님 곁에 계신 예수님이요 우리가 예수님을 닮아 성인이 되는 유일한 참행복의 길이겠습니다.

 

참행복한 성인이 되고 싶습니까? 선택과 훈련, 그리고 습관화하는 분투의 노력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부단히 주님을 찾는, 부단히 회개하는, 부단히 참행복을 추구하는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화입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결정적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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