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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11.사순 제2주간 토요일                                           미카7,14-15.18-20 루카15,1-3.11ㄴ-32

 

 

자비하신 아버지의 사랑

-하느님의 기쁨-

 

 

"주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

오늘 새벽 성무일도 시편136장 26절까지 매절마다 반복된 후렴이 긴 여운으로 남아있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온 피조물에게 미치는 자비하신 아버지의 사랑을 노래한 시편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영원토록 노래하리라."

제가 자주 즐겨부르는, 사제서품 미사시 화답송 시편입니다.

 

오늘 복음은 복음중의 복음이요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보다 자비하신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잘 드러내는 복음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에 정통하신 유일무이한 외아드님이신 예수님께서 친히 드러내 보여 주시는 자비로운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나 영원한 감동을 선사하는 복음입니다. 

 

제 집무실 벽에는 렘브란트의 이 복음을 요약한 자비로운 아버지의 명화가 수십년 걸려 있습니다. 면담고백 성사시 제 배경의 그림이요 고백성사를 보는 형제자매들은 저절로, 돌아온 자녀를 반가이 맞이하고 있는 자비하신 아버지를 보게 됩니다. 돌아갈 아버지가, 아버지의 집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요! 

 

참으로 우리를 환히 비춰주는 거울같은 복음이요 끊임없이 회개를 불러 일으키는 복음입니다. 이 복음을 대할 때 마다 떠오르는 ‘산처럼!’ 이란 자작시입니다. 언제나 늘 거기 그 자리에서 한없이 기다렸다 맞이하는 아버지의 품같은 불암산을 보며 2000년 11월에 쓴 고백시입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에 머물러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는

아버지 산 앞에서 서면

저절로 경건 겸허해져 모자를 벗는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살 수는 없을까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늘 행복할 수는 없을까

산처럼!”-2000.11.17.

 

너그럽고 자비하신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늘 거기 그 자리 정주의 불암산입니다. 또 하나의 불암산을 소재로 한 “온 세상 제대로 삼아”란 자작 고백시도 생각납니다. 가슴 활짝 열고 있는 불암산을 향해 동녘에서 떠오르는 해가 흡사 성체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자비하신 주님께서도 

아침마다 미사를 드리신다

산 가슴 활짝 열고

온 세상 제대로 삼아

모든 피조물 품에 안고 미사를 드리신다

 

하늘 높이 들어 올리신

찬란한 태양 성체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가슴마다 

태양 성체 모시고

살아 있는 태양 성체 되어 살아가는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이다.”-2007.11

 

오늘 복음의 자비로운 아버지의 모습은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영원히 배워야할 롤모델입니다. 미카 예언자가 제1독서에서 고백하는 하느님은 바로 이런 자비하신 아버지를 가리킵니다.

 

“그들의 허물을 용서해 주시고, 죄를 못 본 체해 주시는, 

당신 같으신 하느님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분은 분노를 영원히 품지 않으시고, 

오히려 기꺼이 자애를 베푸시는 분이시다. 

그분께서는 다시 우리를 가엾이 여기시고, 

우리의 허물들을 모르는 체해 주시리라.

당신께서 저희의 모든 죄악을, 바다 깊은 곳으로 던져 주십시오.”

 

바로 이런 자비하신 하느님의 모습을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봅니다. 자비하신 아버지는 회개한 자녀들의 과거는 결코 묻지 않고 영원히 불문에 붙이십니다. 화답송 시편도 이런 자비하신 주님을 닮을 것을, 결코 잊지 말고 찬미와 감사와 사랑을 드릴 것을 촉구합니다.

 

“주님은 자비로우시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내 안의 모든 것도 거룩하신 그 이름 찬미하여라.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

 

시편 103장 화답송이 온통 자비하신 아버지께 드리는 찬미로 가득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집을 떠난 작은 아들의 귀환에 기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십시오. 너무나 실감나는 묘사입니다.

 

‘그가 아직도 멀리 떨어져 있을 때에 아버지가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달려가 아들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아버지는 종들에게 일렀다. “어서 가장 좋은 옷을 가져다 입히고 손에 반지를 끼우고 발에 신발을 신겨 주어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아라. 먹고 즐기자. 나의 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도로 찾았다.’

 

바로 하느님의 기쁨은 이런 것입니다. 이어지는 즐거운 잔치가 흡사 이 거룩한 미사잔치를 닮았습니다. 거지처럼 되어 버린 작은 아들이 아버지의 환대를 받으며 완전히 존엄한 인간 품위를 회복한 모습입니다. 참으로 아버지께 돌아와 자기를 찾을 때 거지같은 초라한 존재에서 왕자같은 품위의 존재가 됩니다.

 

아, 이게 우리의 진면목입니다. 너무나 아버지를 떠나 무지와 허무속에 세상맛에 중독되어 살아 가기에 존엄한 품위의 진면목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작은 아들의 환대 잔치에 격렬하게 분노하는 큰 아들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큰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작은 아들은 물론 이 큰 아들의 모습 또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지칭하는 큰 아들이지만 동시에 오늘날 종교 지도자들 또는 모범적 신자들의 내면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큰 아들의 분노와 항의 또한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이또한 우리 인간의 한계요 이를 넘어서야 진정한 회개이겠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여러 해 동안 종처럼 아버지를 섬기며 아버지의 명을 한 번도 어기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저에게 아버지는 친구들과 즐기라고 염소 한 마리 주신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창녀들과 어울려 아버지의 가산을 들어먹은 저 아들이 오니까, 살진 송아지를 잡아 주시는 군요.”

 

속 시원한 내면의 토로입니다. 아버지곁에서 자녀답게 산 것이 아니라, 종처럼 살았다니 아버지를 참으로 몰랐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아버지 곁에 가까이 살면서 자비하신 아버지와의 관계가 얼마나 허약했는지 깨닫습니다. 작은 아들에 대한 연민이 추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우라 하지 않고 저 아들이라 합니다. 이 또한 우리의 죄스런 부정적 내면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여기에 감정적으로 대응해 아버지가 함께 화를 냈다면 수습 불가능한 태풍으로 변했을 것이나, 아버지의 한량없는 자비가 큰 아들의 태풍같은 화를 미풍으로 가라 앉혔습니다. 새삼 자비는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태풍을 미풍으로 바꾸는 자비입니다. 대자대비하신 아버지의 모습이 감동적입니다. 조용히 간절히 호소하시는 진정성 가득한 아버지입니다.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고 내 것이 다 네 것이다. 너의 저 아우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고 내가 잃었다가 되찾았다. 그러니 즐기고 기뻐해야 한다.”

 

큰 아들에 대한 사랑 역시 한결같았음을 고백하는 아버지입니다. 늘 아버지와 함께 아버지의 집인 수도원에 살면서 아버지의 진면목을 몰랐던 바로 우리 수도자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잃었던 아들을 찾은 당신의 기쁨에 동참해 달라는 아버지의 간곡한 호소입니다. 참으로 주님곁에서 모범적으로 산다는 이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일화입니다. 큰 아들의 반응이 복음에는 생략되었지만 제 추측으로는 회개하여 작은 아들의 환대 잔치에 참여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의 거울에 비춰본 나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자비로운 아버지를 닮았습니까? 무자비한 모범생 큰 아들을, 또는 아버지의 집에 돌아 온 회개한 작은 아들을 닮았습니까? 정도의 차이일뿐 모두가 우리에게 해당됩니다.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았는가 하면 때로는 옹졸하고 편협한 큰 아들을 닮았고, 또 때로는 작은 아들처럼 탈선하여 죄를 짓기도 합니다. 아, 여기 자비하신 아버지를 꼭 닮은 아들이 있으니 바로 예수님입니다. 그러니 자비하신 아버지에게는 큰 아들, 작은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예수 아들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는 평생과제가 평생회개의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날로 예수님을 닮아감으로 자비하신 아버지를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 하닮의 여정이 우리에게 평생과제로 주어진 것입니다. 날로 자비하신 주님을 닮아 자비로운 아버지의 자녀로 사는 것, 그리하여 참나의 성인이 되는 것, 바로 이것이 우리 삶의 유일한 목표요 보람이요 행복입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 환대 잔치 은총이 날로 자비하신 주님을 닮아가게 합니다. 다시 한번 주님께 고백하고 싶은 사랑입니다. 참으로 예수 아드님을 닮게 하는 기도입니다.

 

“주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찬미와 감사와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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