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13.사순 제3주간 월요일                                                       2열왕5,1-15ㄷ 루카4,24ㄴ-30

 

 

참되고 멋진 믿음

-선입견, 편견이 없는, 겸손하고 순수한 믿음-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 하나이다.”(시편42,2-3ㄱ)

 

끊임없는 기도가, 끊임없는 회개가 인간 무지와 허무에 대한, 참된 믿음에 대한 궁극의 답입니다. 이와 더불어 참되고 멋진 믿음,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겸손하고 순수한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은 절대 혼자의 믿음이 아닙니다. 더불어의 믿음, 더불어의 여정입니다. 

 

섬같은 고립된 믿음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에 자리잡은 활짝 열린 믿음이요 하느님 향한 순례 도상(途上)중의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의 도반들을 만나면 힘이 나고 기분이 좋습니다. 일기를 쓰듯 하루를 여는 강론입니다. 여러 일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아무 걱정 마시고 지극한 인내의 믿음과 희망을 지니고 치료에 전념하시기 바랍니다. 최고의 명의(名醫)이신 주님께서 늘 함께 하십니다. 저의 평생 절친(切親)이신 주님께 특별히 제가 당부해놨습니다.”

“신부님께서 특별히 주님께 당부해놨다는 말씀에 빵 터지는 웃음꽃이었습니다. 신나게 웃었습니다. 당부해주셨다는 말씀에 힘이 납니다.”

 

이또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주님이 흡사 수십년동안 제 절친이란 생각에 아픈 자매님께 힘이 되고자 드린 덕담입니다. 

 

2.강론집이 지체되었다는 소식에 어느 순수한 믿음의 자매님이 답을 주었습니다.

“신부님, 혹시 제가 그 자매님 나으실때까지 제본해 드릴까요?”

“너무 감사합니다. 자매님답습니다. 당분간 보류하고 쉴까합니다. 하게 되면 그 자매님이 하게 될 때까지 자매님께 부탁하겠습니다. 청하는 마음이 너무 곱고 아름다워 감사합니다. 봄꽃 감사 선물로 드립니다.”

“와 꽃이 폈군요!!! 신비롭습니다.”

“매화꽃 수수하고 맑기가 자매님 영혼같아요, 순수하고 겸손한 믿음의 영혼!”

 

3.“매화꽃이 아름답고 우아하네요. 우아한 자태가 울 신부님의 거룩함을 닮았습니다!”

“자매님도 파스카의 봄꽃을 닮았지요! 겸손한 사랑!”

 

4.“예고치 못했던 병마와 싸우려니 지칩니다. 체력이 고갈상태라 고통스럽습니다. 너무 힘들고 괴로워 다 내려놓고 싶은 심정이들었다 바로 참회와 회개했습니다. 신부님 아프지 마세요. 신부님 편찮으시면 저희 모두 무너집니다. 제사랑드립니다.”

 

정말 감동적인 믿음입니다. ‘신부님 아프면 저희 모두 무너진다’라는 말이 마음깊이 새겨졌습니다. 참으로 혼자의 고립된 섬같은 믿음이 아니라 주님과 이웃에 활짝 열려있는 믿음임을 깨닫습니다. 더불어의 믿음, 더불어의 여정, 더불어의 도반들입니다. 

 

5.어제 베네딕도 규칙을 공부하면서 “다함께(All together)”란 대목의 해설에 적극 공감했습니다.

“그리스도는 영원한 생명에로 각자 개별적으로 인도하지 않는다. 우리는 각자 1등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려 노력하는 경주자가 아니다. 성 아우구스티노 말처럼 어느 사람이 다른 이의 월계관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달린다. 수도자는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없이 더 이상 혼자 목표에 도달하려고 노력해선 안된다.”

 

6.조선시대 중기 대학자 화담 서경덕에 대한 소개도 잊지 못합니다. 정말 믿음의 삶에 “신독(愼獨)”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감했습니다.

‘서경덕은 제자들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한 것이 여색(女色)을 멀리하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의리의 출발은 혼자 있을 때 행동에 어긋남이 없어야 하는데, 이를 신독(愼獨)이라했다. 여색을 탐하는 것은 바로 신독을 못한다는 것이고, 신독을 못하는 사람은 다른 일도 옳게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복음 말씀과 제1독서 열왕기 하권에서 참 멋진 믿음의 사람들을 만납니다. 다음 복음의 서두 예수님 말씀은 고향 사람들에 대한 주님의 실망을 반영합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어떠한 예언자도 자기 고향에서는 환영을 받지 못한다.”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 고향 사람들은 질투와 편견, 선입견에 눈이 멀어 예수님을 알아보지도 믿지도 못했습니다. 

 

참으로 순수한 믿음의 사람들은 선입견과 편견에서 많이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하느님께는 이런 편견과 선입견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은 삼년 육개월 동안 하늘이 닫혀 온 땅에 큰 기근이 들었을 때 엘리야를 시돈 지방 믿음 좋은 사렙타의 과부에게만 파견합니다.

 

또 하느님은 엘리사 예언자 시대에 이스라엘에는 나병환자가 많이 있었지만 그들 가운데 아무도 깨끗해지지 않고 시리아 사람 나아만만 깨끗해졌습니다. 하느님께는 모든 경계와 벽이 철폐됩니다. 하느님이 보시는 것은, 감동하시는 것은 인종도, 국적도, 성별도 아닌 순수하고 겸손한 믿음뿐입니다. 

 

오늘 제1독서 엘리사와 나아만의 만남이 멋집니다. 아람 임금의 군대 장수인 나아만은 그의 주군이 아끼는 큰인물이었습니다. 나아만은 힘센 용사였으나 나병환자였습니다. 전화위복입니다. 나병덕분에 겸손하고 순수한 믿음을 지닐 수 있었고 마침내 엘리사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 치유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 혜성처럼 등장한 이스라엘의 포로 소녀가 있습니다. 하느님은 어떻게 일하실지 모릅니다. 깨어있는 믿음의 사람에게 계시되는 하느님의 작은 손길입니다. 소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 응답한 여주인은 나아만에게 엘리사를 찾도록 합니다. 나아만의 등장에 믿음이 없는 이스라엘 임금은 두려워 옷을 찢엊지만 믿음의 예언자, 엘리사의 대응이 참으로 신속하고 기민합니다.

 

엘리사에게는 편견도 선입견도 두려움도 없습니다. 참 순수하고 참된 믿음의 예언자 엘리사입니다. 엘리사의 처신이 얼마나 의연하고 당당한지요. 심부름꾼을 시켜 나아만에게 요르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으면 깨끗해질 거라 말씀하십니다. 나아만의 믿음을 시험하신 것입니다. 요르단강물의 효험이 아니라 믿음의 효험, 하느님 힘의 효험이기 때문입니다.

 

열화같이 성을 내던 나아만은 부하들의 충고에 즉시 회개하여 교만을 내려놓고 겸손히 엘리사의 명령에 순종하여 요르단강에 내려가서 일곱 번 몸을 담갔다 나오니 그는 어린아이 살처럼 새살이 돋아 깨끗해졌습니다. 나아만의 겸손한 믿음에 하느님은 치유로 응답하신 것입니다. 엘리사도 믿음도 멋지고 회개한 나아만의 믿음도 멋집니다. 참으로 하느님 안에서 멋진 사람들의 만남입니다. 나아만의 하느님 믿음의 고백을 통해 그는 나병뿐만 아니라 영혼의 치유까지, 전인적 치유의 축복을 받았음을 봅니다.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 온 세상에서 이스라엘 밖에는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습니다.”

 

정말 탓할 것은 하느님도 아닌 내 믿음 부족뿐이요 유일하게 청할 것은 믿음 하나뿐임을 깨닫습니다. 순수하고 겸손한 믿음, 편견과 선입견이 없는 참된 믿음입니다. 나아만과 복음의 예수님의 고향 사람들의 믿음이 너무나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엘리사를 만나 회개와 더불어 치유받은 겸손한 믿음의 나아만과는 달리 예수님에 대한 고향사람들의 반응이 완고하기가 무지의 절정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회개는커녕 화가 잔뜩난 이들은 예수님을 고을 밖으로 내몰은후 벼랑까지 끌고 가 거기에서 밀어뜨려 죽이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유유히, 홀연히, 미련없이, 홀가분하게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시니 믿음의 승리, 믿음의 자유입니다. 새삼 우리의 믿음을 돌아보게 합니다.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한 순수하고 겸손한 믿음이, 편견과 선입견, 두려움이 사라진 눈밝은 믿음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습니다.

 

주님은 복된 사순시기,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회개와 더불어 겸손하고 순수한 믿음을 선사하십니다. 

 

“주님, 당신의 빛과 진리를 보내시어, 저를 인도하게 하소서,

 당신의 거룩한 산, 당신의 거처로 데려가게 하소서.”(시편43,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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