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3.23.사순 제4주간 목요일                                                           탈출32,7-14 요한5,31-47

 

 

회개의 은총

-겸손, 자비, 지혜-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다”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105.3-4)

 

입당송 시편이 참 좋습니다. 회개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특히 사순시기는 회개의 시기이자 정화의 시기로 주님 안에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시기입니다. 회개의 은총이 겸손과 자비와 지혜입니다. 인간 무지의 병에 대한 궁극의 처방도 참된 회개뿐임을 깨닫습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되는 회개의 표징이요 우리가 하는 모든 공부도 결국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평생 공부임을 깨닫습니다.

 

모든 수행이 그렇듯이 회개의 선택이요 훈련이요 습관화입니다. 바로 이런 회개의 선택-훈련-습관화를 자연스럽게 이뤄주는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깨어 바치는 우리 수도자들의 시편 공동전례 기도입니다. 그리하여 수도원의 일과표 자체를 일컬어 저는 회개의 시스템이라 정의합니다. 바로 회개의 일상화를 이뤄주는 회개의 시스템, 일과표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이 시편집일 것입니다. 전례에서 시편 인용은 필수입니다. 매일 미사 전례문을 봐도 시편 성구로 가득합니다. 시편을 맛들이며 좋아하다 보니 세상 시들에 대한 맛을 잃었습니다. 바로 생명과 빛, 희망을 주는 시편 기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어제 수도공동체는 사순시기 각별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사순특강으로 김영 아오스팅 인하대 명예교수이자 더탐사 시민학당 교장의 “동양고전에서 배우는 공생공락의 지혜”라는 노자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교수님께 선물로 받은 “생태위기 시대에 노자 읽기” 책안에 싸인중 한마디 말씀이 참 지혜의 결정체처럼 마음에 새롭게 와닿았습니다. 그대로 예수님의 생애를 요약한 듯 싶었습니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은 물처럼 사는 것이란 뜻입니다. 욕심내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순리대로 낮은 곳으로 항하며 겸손히 섬김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지혜로운 삶을 뜻합니다. 겸손이 바로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노자도덕경이 우리에게 주는 궁극의 가르침이자 깨우침입니다. 

 

노자 강의를 들으면서 노자를 읽으면서 새삼 우리 시편성서가 얼마나 좋은지 깨닫습니다. 똑같은 시이면서 노자도덕경보다 시편집이 마음에 와닿는 것은 기도시이기 때문입니다. 영혼의 갈증을 채워주는 찬미와 감사, 생명과 빛, 희망이 넘실 거리는 시편기도와는 아예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서 예전에 좋아했지만 요즘 노자도덕경에 대한 관심은 시들한 편입니다. 결국 이런저런 시들을 읽다보면 시편기도로 돌아가게 되고 공부를 하다보면 결국은 성경 말씀공부로 돌아가게 됩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뿐입니다. 평생 회개의 여정을 통해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게 되지만 늘 시작처럼 생각됩니다. 언제나 여전히 남아있는 무지의 어둠입니다. 노자도덕경은 물론 시편집을 포함한 성서말씀이 우리를 끊임없는 회개에로 이끌며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게 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어려운 평생공부가 자기를 아는 공부입니다. 자기를 아는 것이 바로 겸손이자 지혜입니다. 그러니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를 통한 자기를 아는 겸손과 지혜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오늘 말씀을 보면 그 이해가 확연해 집니다.

 

제1독서 탈출기의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들, 복음서의 예수님과 유다인들의 모습이 똑같습니다. 여기서도 역사는 반복됨을 봅니다. 정말 무지에서 벗어난 깨달은 각자(覺者)는 겸손과 지혜의 사람은 모세와 예수님뿐임을 봅니다. 모세시대 탈출기의 이스라엘 백성들, 예수님 당대 유다인들은 참 무지한 사람들의 전형이요 오늘날도 여전히 반복되는 무지한 사람들의 현실입니다.

 

탈출기에서 무지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격노하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실감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내면의 답답함과 분노를 모세에게 쏟아놓는 하느님이십니다. 

 

“어서 내려가거라. 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 내가 이 백성을 보니, 참으로 목이 뻣뻣한 백성이다. 이제 너는 나를 말리지 마라.”

 

타오르는 진노를 푸시고 당신 백성에게 내리시려던 재앙을 거두어 달라는 하느님을 진정 시키는 모세의 진정성 가득한 애원의 중재기도가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무지한 백성에 대한 모세의 한없는 자비와 연민을 배웁니다. 무지는 죄라기 보다는 자기를 모르는 병이라 함이 맞을 것입니다. 모세의 애원의 기도에 감동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에게 내리겠다고 하신 재앙을 거두시니 다시 무지한 당신 백성들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신 것입니다. 

 

바로 우리의 생애가 연장되는 것은 회개의 기회를 주시기 위함입니다. 살아있을 때 회개와 기도, 사랑과 공부이지 죽으면 회개와 기도도, 사랑과 공부도 끝입니다.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는 회개와 말씀공부를 통해 하느님을 알고 나늘 아는 공부에 전념함으로 무지에서 벗어나 참나를 사는 일이 너무나 중요한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탈출기 말씀 역시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특히 감동적인 것은 모세의 무지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한 무한한 연민의 사랑이요 그 애원의 기도입니다. 오늘 요한복음도 탈출기와 똑같은 현상의 반복입니다. 얼마나 완고한 유다인들인지요! 보십시오. 요한이, 또 예수님이 하고 있는 일들이, 아버지께서, 성경이 바로 예수님을 증언하는데 믿지 못하는 완고함에 대한 예수님의 탄식과 좌절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두 경우만 인용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이 나를 위하여 증언한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셨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보내신 아버지께서도 나를 증언해 주셨다. 너희는 그분의 말씀이 너희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이 나를 증언한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너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는 것을 안다. 나는 내 아버지의 이름으로 왔다. 그런데도 너희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완고하여 닫힌, 그 많은 당신에 관한 증언들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믿지 못하는 무지의 유다인들이자 바로 우리들입니다. 예수님은 이들을 고소하는 이가 바로 이들이 희망을 걸어 온 모세임을 확언하십니다. 이들이 모세를 믿었더라면 예수님 당신도 믿었을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탈출기에 무지한 백성을 살리기 위해 애원했던 모세를 생각한다면 모세를 능가하는 예수님 당신을 왜 믿지 못하느냐에 대한 질책입니다. 

 

예수님 자체가 시공을 초월하여 당신은 물론 하느님을 증언합니다. 예수님 거울에 비춰볼 때 그대로 드러나는 세상 모두의 실상입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두가 파스카 예수님을 증언하며 우리의 회개를 촉구합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요,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회개를 통해 날로 예수님을 닮아갈때 비로소 무지에서 벗어나 참나를 살 수 있습니다. 

 

주님과의 일치를 이루는 미사은총보다 무지에 대한 결정적 답은 없습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뿐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예수님뿐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은 미사뿐입니다. 오늘 강론의 요약입니다.

 

“당신의 은총을 어서 입게 하옵소서.

 주님께 바라옵는 이 몸이오이다.

 어디로 가야 할 길 내게 알려주소서.

 내 영혼 당신을 향하여 있나이다.”(시편143,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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