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5.27.부활 제7주간 토요일                                                 사도28,16-20.30-31 요한21,20-25

 

 

 

주님의 참나의 애제자 되어 살기

-비교하지 맙시다-

내 삶의 자리가 꽃자리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우심을 빌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

 

 당신의 말씀을 묵상하고 싶어서

 이 내 눈은 밤새도록 떠 있나이다."(시편119,147-148)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로 석가탄일이고 내일은 교회의 생일인 성령강림대축일입니다. 불교와 그리스도교가 흡사 다정한 형제처럼 느껴집니다. 예전 불암사에서 성탄절에 앞서 걸었던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플래카드(현수막)도 생각납니다. 

 

어제의 강론 제목은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로 정했고 부제로는 “성인예찬”이었는데 후에 “성인들의 공동체”로 바꾸니 마음에 흡족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공동체가 성인들의 공동체였고 예로부터 믿는 이들을 성도(聖徒)라 했으니 우리 수도공동체역시 성인들의 공동체로 부름이 적절하다 싶었습니다. 사실 잘 들여다 보면 하나하나가 비교불가한 고유의 참나의 성인들이기 때문이요, 저는 주저없이 성인들의 공동체라 부릅니다.

 

오늘 말씀도 각별한 느낌입니다. 오늘로서 그동안 파스카의 부활시기중 계속됐던 요한복음도 끝나고 또 사도행전도 끝납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은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와 베드로입니다. 참 자주 함께 나오는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와 애제자 요한입니다. 그리고 제1독서 사도행전의 주인공은 바오로요 세 성인 사도가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각각 고유의 모습을 지닙니다. 

 

오늘 복음은 베드로의 질문과 예수님의 답변으로 시작됩니다. 뒤따라오는 애제자를 보자 수제자인 베드로가 예수님께 묻습니다. 예수님의 각별한 애제자 사랑에도 제자들의 큰 질투를 불러일으키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 타당한, 수긍할만한 까닭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예수님의 다음 신속한 답변이 베드로는 물론 우리 각자에게 주시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 있기를 내가 바란다할지라도, 그것이 무슨 상관이 있느냐? 너는 나를 따라라.”

 

흡사 불필요한 간섭이 있을 때 흔히 나오는 두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너나 잘 해!” 또 “너가 뭔데?”, 바꿔 말하면 애제자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은 접고 베드로 “너나 잘해!”라는 느낌도 듭니다. 똑같이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의 신분임에도 다 다른 고유의 인생입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애제자의 인생은 애제자의 몫이고 너 베드로는 항구히 “나를 따라라” 말씀하시니 우리 모두에 대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이 진리는 수도공동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늘 공감하는 사실입니다. 다함께 예수님을 따르지만 모습은 다 다릅니다. 자유와 평등이 모순되지만 사랑안에서 조화롭게 이뤄지고 있는 행복한 공동생활입니다. 

 

사실 누구에게나 자유와 평등은 쉽지 않습니다. 영원한 모순처럼 보입니다. 자유를 추구할 때 저절로 불평등한 현실이 따르고 평등을 추구할 때는 자유가 제한되니 바로 공산주의 사회가 이를 입증합니다.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이 우리 그리스도교의 수도공동생활입니다. 산술적 평등이 아니라 존재론적 평등이요 각자는 자기 역량대로 최선을 다함으로 사랑안에서 자유와 평등이 조화를 이룹니다. 

 

소임을 봐도 얼핏보면 불평등해 보여도 사랑안에서 조화되고 있음을 봅니다. 힘있고 능력있는 분들은 많이 일하고 힘이 딸리고 역량이 부족한 분은 그에 맞게 최선을 다합니다. 결코 누구도 비교하거나 불평하는 일을 저는 한번도 본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제가 늘 놀라고 감동하는 사랑의 현실입니다. 바로 그리스도의 아가페 사랑안에서만이 자유와 평등이 조화롭게 실현되고 있는 성인들의 공동체인 수도공동체입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그러니 각자 삶의 자리에서 누구와 비교할 것 없이 충실히 한결같이 내 인생 내 어깨에 지고 하루하루 주님을 따라 살면 됩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바 하루하루입니다. 하루하루의 삶이 거품이나 환상을 거둬내고 각자 꽃자리에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하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복음도 깊은 묵상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가 죽지 않으리라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내가 올 때까지 그가 살아있기를 바란다 할지라도, 그것이 너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하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에 대한 ‘레이몬드 브라운’이라는 미국의 유명한 신학자의 주석이 이채롭습니다. 요한이 상징하는 바 애제자는 주님을 각별히 사랑했고 또 주님께 각별히 사랑받았던 교회의 핵심부를 이루는 제자들을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레이몬드 브라운은 그 제자 안에 있는 ‘이중본성(dual nature)’에 대해 말합니다. ‘실제적 제자(actual person)’로서 사랑받았던 제자는 때가 되면 죽습니다. 그러나 ‘완전한 제자(perfect person)’는, 즉 예수님을 사랑했고 예수님의 계명을 지켰기에 예수님께 사랑받았던 모든 이들을 통합해 구체화한 ‘완전한 제자’는 예수님께서 오실 때까지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처럼, 화두처럼 말합니다.

 

“교회는 그가 없이 결코 존속할 수는 없다(The Church must never be without him).”

 

그러니 언제 어디서나 교회 안에는 애제자 요한이 상징하는바 애제자들이 익명으로 존재한다는 참으로 심오한 해석입니다. 사실 어찌 보면 우리 하나하나가 주님의 익명의 애제자일 수 있습니다. 사실 복음의 실제 애제자 요한은 순교하지 않고 장수했기에 요한복음 엮은 이의 다음 말씀입니다. 

 

‘이 제자가 이 일들을 증언하고 또 기록한 사람이다. 우리는 그 증언이 참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어지는 말씀은 흡사 애제자 요한을 대변한 엮은 이의 고백처럼 들립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일은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을 낱낱이 기록하면, 온세상이라도 그렇게 기록된 책들을 다 담아 내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다 담아내지 못한 예수님의 많은 일들을 찾아내어 사는 것은 오늘의 애제자들인 우리의 몫같습니다. 애제자 요한과 대조되는 수제자 베드로와 이방인의 사도 바오로는 로마에서 일찍 순교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마지막 부분에서 바오로의 로마 선교가 마침내 유럽을 복음화하는 단초가 됨을 깨닫습니다.

 

“바오로는 자기의 셋집에서 만 이년 동안 지내며, 자기를 찾아 오는 모든 사람을 맞아들였다. 그는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마지막 14권의 제목은 “그리스도의 승리”입니다. 마침내 로마제국을 정복한 그리스도교임을 보여줍니다. 유럽은 물론 동방의 작은 나라 한국에 까지 선교가 이루어져 이렇게 미사를 봉헌할 수 있으니 하느님의 구원 섭리가 헤아릴 수 없이 놀랍고 깊습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하나하나 주님의 애제자, 참나의 성인이 되어 “성인들의 공동체”를 이루어 살게 하십니다.

 

"주님께 감사하라, 그 자비하심을

중생에게 베푸신 그 기적들을."(시편107.3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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