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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5.27.연중 제8주간 월요일                                                                  1베드1,3-9 마르10,17-27

 

 

나를 따라라

“부자의 구원도 가능하다”

 

 

“그지없이 사랑하나이다

 하느님 내 힘이시여.“(시편18,2)

 

몇가지 나눔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옛 어른의 말씀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말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사람들 사이를 해친다.”<다산>

더불어 성 베네딕도의 ‘침묵에 대하여’라는 장에서 “비록 좋고, 거룩하고, 건설적인 담화일지라도 침묵의 중대성 때문에 완전한 제자들에게 말할 기회를 드물게 허락할 것이다”라는 충고도 생각납니다. 또 논어의 공자 말씀입니다.

“임금에게 자주 간언하면 치욕을 당하고, 친구에게 자주 충고하면 사이가 멀어진다.”

모두 삶의 지혜에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어제는 삼위일체 대축일이자 첫 ‘세계 어린이들의 날’이었습니다. 교황님은 베드로 광장에서 어린이들과의 미사중 삼위일체 교리를 단순하게 압축했습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창조하셨고(created), 예수님은 우리를 구원하셨고(saved), 성령님은 우리를 평생 동반하신다(accompanies).”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말마디는 ‘가난’이었고, 아주 예전 수도원 정문 옆 담벼락 넘어, 지금도 건재한 수녀원의 커다란 참나무를 보며 쓴 ‘욕심없으면 어디나 천국’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언젠가 인용했던 시이고 지금은 고인이 된 엘리야 수사의 모친 레나타 자매가 무척 좋아했던 시입니다.

 

“울타리 부근 쓸모없는 땅이라 관심도 없다

 욕심없으면 어디나 천국 

 참 넉넉한 자리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음이 행복이구나

 볼품이 뭐 대수랴

 너와 나 편안하면 그만 아닌가

 내 맘껏 가지들 뻗어 하늘 자유 맛보니 대 만족이다

 열매들 탐내는 나무아님이 천만다행이구나

 하늘 나는 새들의 쉼터가 내 기쁨이다

 흐르는 구름 은은한 별빛 부드러운 미풍 

 은자(隱者)의 가슴 떨리는 감동이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나를 끌어낼 수 없다

 내 이름은 정주의 참나무”-2001.3.23.

 

23년전 시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공감하며 아끼는 시입니다. 자발적 가난의 기쁨, 가난의 자유, 가난의 행복을 노래한 시입니다. 생래적으로 가난과 고독, 침묵을 사랑했던 사막 수도승의 후예인 우리 정주의 수도승들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부자의 결정적 문제점은 이 가난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삶의 중심에 주님이 아닌 재물이 우상처럼 또아리 틀고 있으니 영혼은 여전히 목마르고 배고플 수 뿐이 없습니다. 참 부자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필요로 하는 것이 적은 사람이요 주님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해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주님을 찾아 물으니 사막교부들을 찾았던 구도자들의 공통적 물음입니다.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말마디를 바꾸면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라는 아주 절박한 물음입니다. 참 역설적인 것이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을 앞에 놔두고 영원한 생명에 대해 묻습니다. 이어 젊은 부자의 내면을 꿰뚫어 보신 천하의 영적 명의(名醫)이신 예수님은 부자가 계명을 준수했는가를 확인시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는 긍정적 말마디 외는 모두가 부정적인 ‘안된다’ 라는 계명입니다.

 

“살인해서는 안된다. 간음해서는 안된다. 도둑질해서는 안된다.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된다. 횡령해서는 안된다.”

 

젊은 부자는 이런 것들은 어려서부터 다 지켜왔다 말합니다. 아주 좋은 양심적인 신자입니다만 ‘안된다’는 계명뿐 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아주 소극적인 삶입니다. 외적인 최소한의 계명준수에 힘썼을 뿐 사랑의 나눔이나 삶의 중심인 주님에 대한 생각은 전혀 없었던 사람입니다. 이러니 내면의 허기(虛氣)는 여전할뿐입니다. 예수님의 진단이 정확했습니다. 극단적 처방같지만 부자 청년에게는 이것뿐이 없었던 것입니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과연 이 시험을 통과할 부자들은 몇이나 될까요? 재물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줌으로 땅에 있는 보물을 하늘에 쌓으라는 권고입니다. 그리고 와서 정말 참보물인 예수님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재물을 삶의 중심에 둘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중심에 두고 예수님을 따르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구체적 나눔과 따름이 없는 외적 계명들 준수로 영원한 생명의 구원은 없다는 것입니다. 재물 포기를 거부함으로 구원의 시험에 불합격한 부자는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합니다. 후에 예수님을 다시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부자의 삶에 큰 긍정적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어 넋두리처럼 제자들이 들으라고 말합니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얘들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제자들은 물론 우리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참 적절한 말씀입니다. 이렇다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겠는가? 물음이 나올수 뿐이 없습니다. 또 천하의 영적 명의이신 예수님의 기막힌 답변입니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느님께는 부자의 구원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가난하다고 구원의 보증 수표는 아닐 것입니다. 부자에 대한 증오나 질투, 탐욕이 내면에 존재하는 한 역시 무지의 가난한 자들에게 구원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부자라도 회개의 은총으로 재물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어려운 이들과 자유자재 나눌수 있는 무욕의 지혜롭고 자유로운, 참으로 청빈한 부자라면 재물을 소유하면서도 하느님 나라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니 이야말로 하느님의 은총이자 기적입니다. 과연 이런 청빈한 부자들 가득한 세상이라면 참 좋은 하느님 나라의 실현일 것입니다. 

 

복음의 부자는 재물 포기와 예수님 추종에 실패했지만, 제1독서의 베드로 사도는 성공하여 “희망에 대한 감사가”를 신바람나게 부릅니다. 단숨에 읽혀지는 감사찬미가입니다. 재물을 소유하면서도 예수 그리스도를 삶의 중심에  모시고 따름과 나눔의 삶에 충실할 때 함께 부를 수 있는, 참으로 우리를 아름답고 자유롭게 하는 희망과 기쁨의 감사 찬미가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자비로 우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하시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셨고,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도 않는 상속재산을 얻게 하셨습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이어지는 말씀도 우리를 더욱 고무합니다. 주님을 따르고 나누는 삶에 최선을 다할 의욕을 심어줍니다.

 

“여러분은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을 믿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역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더욱 그분을 믿고 사랑하며 따르게 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리며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살게 합니다.

 

“하느님 곁에 있는 것이 내게는 행복,

 이 몸 둘 곳 주님, 나는 좋으니

 하신 일들 낱낱이 이야기하오리다.”(시편73,2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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