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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6.15.연중 제10주간 토요일                                                          1열왕19,19-21 마태5,33-37

 

 

정직하여라

“참 좋은 진실하고 겸손한 삶”

 

 

“주님을 언제나 내 앞에 모시오니,

 내 오른편에 계시옵기, 흔들리지 않으오리다.”(시편16,8)

 

옛 어른의 오늘 말씀도 마음에 와닿습니다. 

“하루하루 쌓여온 습관들이 내일을 결정하는 운명이 된다. 굳어진 습관은 갑옷이 될 수도, 벽이 될 수도 있다.”<다산>

“본성(本性)은 서로 가까우나 습성(習性)에 따라 멀어진다.”<논어>

새삼 늘 강조해온 좋은 덕목을 사랑하고 선택하여 훈련하고 습관화함이 얼마나 중요하며 본질적인지 깨닫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하는데 좋은 습관이나 버릇은 평생 반듯한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이런 면에서 좋고 필요한 덕목들인 기도와 노동, 성독이 균형잡힌 수도원 일과표의 반복된 생활이 좋은 삶의 습관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감사하게 됩니다. 오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훨씬 능가하는 예수님의 제4 대당명제는 “정직하여라”입니다. 200주년 성서는 “맹세하지 마라”입니다. 맹세하지 말고 정직하라는 것입니다. 진실하라는 것입니다.

 

자기를 몰라 무지해서, 교만과 허영으로 맹세하지, 자기 삶의 실상을 잘 들여다 보는 진실하고 겸손하고 지혜로운 자들은 결코 맹세하지 않습니다. 맹세하고 싶어도 도저히 할 수가 없습니다.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이고 내 맹세가 확고부동하게 옳은지 확신할 수 없는데 어찌 맹세할 수 있겠는지요! 그래서 정직하라, 진실하라는 말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정직하면 떠오르는 예화가 있습니다. 여러번 예로 들었습니다만 예로 들 때마다 새롭습니다. 저를 가장 좋아했던 바로 고인이 된 윗형의 삼형제 아들들, 조카들이 있는데 셋 모두의 삶이 반듯하여 자랑스런 마음입니다. 첫째 조카의 진솔한 고백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때 국어 선생님이 가훈을 알아 적어 오라 했어요.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셋을 써주셨습니다. ‘1.정직, 2.효도, 3.우애’였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아버지 말씀이 더욱 생각이 납니다.”

 

이 가훈을 듣고 어찌 덕목의 첫째로 정직을 선택했는지 저는 형의 착상이 참 신선함에 감탄했습니다. 사회생활에 정직하고 진실한 삶이 상호신뢰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실로 지대합니다. 그래서 50살 전후의 삼형제 조카들은 모두가 한결같이 정직하고 효도하며 우애좋은 형제들로, 또 사회생활도 잘하며 살아갑니다. 

 

한 예를 더 들면 세 조카들은 초등학교 선생님인 아버지가 몇날 자리를 비울때는 셋이 나란히 ‘잘 다녀 오시라’고 큰절을 했고 다녀온 후에도 ‘잘 다녀오셨냐’ 인사하며 셋이 나란히 큰 절을 했습니다. 제가 방문할 때도 아이들을 불러 저에게 절을 시켰고 아이들은 고분고분히 순종했습니다이렇게 조선시대 아이들처럼 키워도 되나 속으로 웃으며 반신반의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음을 지금서야 깨닫습니다. 그대로 윗 형님인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보고 배운 것이지요. 그래서 삼형제 조카들을 볼 때 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좋은 밑거름처럼 어렸을 때 형성된 좋은 덕목의 영향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을 발함을 봅니다. 마리아 성모님께 효도로 하면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능가할자 없을 것입니다. 로마를 떠나 사목방문차 나갈 때나 돌아올 때나 반드시 성모경당에 들려 성모님께 인사드리는 교황님의 진실하고 겸손한 모습은 늘 강한 인상을 줍니다. 오늘 예수님의 맹세하지 말라는 명령이 아주 단호합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아예 맹세하지 마라. 하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하느님의 옥좌이기 때문이다. 땅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그분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위대하신 임금의 도성이기 때문이다. 네 머리를 두고도 맹세하지 마라. 네가 머리카락 하나라도 희거나 검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숨에 읽혀지는 지극히 진실하고 정직하고 겸손하라는 말씀입니다. 거짓말이 일상화되어 있으면서도 부끄러워할 줄, 두려워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 적반하장, 내로남불의 정치 지도자들을 보면 저절로 개탄하는 마음이 됩니다. 진리이신 주님께 가까워질수록 무지에서 벗어나 주님을 닮아 진실하고 정직하며, 온유하고 겸손하며, 자비롭고 지혜로운 진리의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더욱 단호합니다. 삶은 지극히 단순담백해야 한다는 것이니 이런 이를 일컬어 진국이라 합니다.

 

“너희는 말할 때에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오.’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엇이든 사실을 사실대로 참되이 말하면 충분한데 맹세 따위 군말을 붙이는 것은 사탄의 사주를 받은 짓거리라는 것입니다. 문득 교황님의 악마와 대화하지 말라는 말씀도 생각납니다. 본의 아니게 과장된 말이나 뒷담화 모두가 보이지 않는 악마가 끼어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야고보 사도의 말씀도 일치합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무엇보다도 맹세하지 마십시오. 하늘을 두고도, 땅을 두고도, 그 밖의 무엇을 두고도 맹세하지 마시오. 여러분은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십시오. 그래야 심판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야고5,12)

 

맹세는 물론이고 구구하게 변명이나 핑계를 대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분별의 지혜요 저절로 침묵이 뒤따를 것입니다. 말그대로 주님을 닮은 진실과 겸손한 진리의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진리의 연인으로 불리기를 바랐던 성 아우구스티누스, 진리의 협력자로 불리기를 원했던 베네딕도 16세 교황은 얼마나 겸손하고 지혜로운 진리의 사람인지 깨닫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의 엘리야가 엘리사를 부르는 장면도 참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진실하고 겸손하며 순수하고 지혜로운 두 인물을 만납니다. 평생동안 주님이 주신 제 사명을 최선을 다해 수행한 엘리야, 이제는 엘리사를 후계자로 정하니 그 스승에 그 제자입니다. 엘리야를 따라나서기 전 단호하게 말끔히 뒷정리를 하는 엘리사의 모습이 참으로 진실하고 거룩해 보입니다. 

 

‘엘리사는 엘리야를 떠나 돌아가서 겨릿소를 잡아 제물로 바치고, 쟁기를 부수어 그것으로 고기를 구운 다음 사람들에게 주어서 먹게 하였다. 그런 다음 일어나 엘리야를 따라나서서 시중을 들었다.’

 

주님을 따르는 이들의 모범이 되는 아름다운 장면이 한폭의 그림을 보는 듯 합니다. 파부침선(破釜沈船)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납니다. 글자 그대로 ‘가마솥을 부수어 못쓰게 하고 배를 침몰시켜 탈 수 없게 한다’는 의미로 밥을 지을 가마솥도 없고, 살아도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선택지는 오로지 싸우다 죽거나, 죽을 힘을 다하여 싸워 이기는 것 밖에 없습니다.

 

파부침선의 자세로, 또 뒤로 달아날 다리를 불살라 버림으로 퇴로를 차단하고 배수진을 친, 옥쇄(玉碎)까지 각오한 결연한 참된 순교적 삶의 자세로 흔쾌히 스승 엘리야를 따라 나선 제자 엘리사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을 닮은 진실하고 겸손한 참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주 하느님, 당신 법에 제 마음 기울게 하소서.

 자비로이 당신 가르침을 베푸소서.”(시편119;36.2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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