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4.토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민수21,4ㄴ-9 요한3,13-17
주님의 성 십자가
“회개와 구원, 희망과 승리의 표징”
“하느님의 업적을 잊지 마라.”(시편78,7ㄴ)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을 선물하신 하느님의 업적을 결코 잊지 말라는 화답송 후렴 말씀입니다. 제가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했을 때 가장 좋은 것은 성호경 기도였습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십자성호를 그으며 전존재에 주님의 십자가를 각인하며 바치는 성호경이었습니다. 얼마나 많이 성호경 기도를 바쳤겠는지요!
이보다 짧고 중요하고 좋은 기도는 세상 어느 종교에도 없을 것입니다. 나 더하기(+) 주님은 모두가 되지만, 나 빼기(-) 주님은 제로임을 깨닫게 해주는 성호경입니다. 알게 모르게 십자가의 주님과의 일치를 날로 깊이해 주는, 그리하여 각자 고유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순교적 삶을 살게 해주는 주님의 십자가의 은총입니다.
오늘은 순교자 성월 9월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8월 6일 주님 변모 축일후 40일만에 맞이하는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참으로 우리가 영원히 바라볼 유일한 대상은 그리스도 예수님의 성 십자가뿐이겠습니다. 도대체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지요?
지금도 잊지 못하는 추억이 있습니다. 피정집 제의방에서 미사전례 입당전 절을 하려는 데 십자가가 없어 당황했던 추억입니다. 도대체 주님의 십자가가 없다면 어디에 절할 수 있겠는지요? 우주 인류 역사의 중심부에 자리잡고 있는 주님의 십자가가 없다면 우주와 인류는 어둠의 블랙홀 심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 온 우주와 인류의 빛이자 중심이요 의미가 되는 주님의 성 십자가입니다. 오늘 본기도 역시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의 은혜를 요약합니다.
“하느님, 외아드님의 십자가로 인류를 구원하셨으니, 저희가 지상에서 하느님 사랑의 신비를 깨닫고, 천상에서 구원의 은혜를 누리게 하소서.”
아니 이미 성 십자가의 은총으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구원의 은혜를 누리며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텅빈 허무를 사랑의 충만으로 바꾸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성 십자가의 은총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결정적 표현이, 회개와 구원, 희망과 승리의 표징이 되는 성 십자가입니다. 바로 오늘 요한 복음의 예수님의 고백은 당신의 성 십자가를 통해 그대로 실현됨을 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온 세상이 아드님의 십자가를 통하여 구원받게 되었으니, 영원한 생명과 구원의 표지가 된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성 십자가의 은총만이 우리를 무지와 허무의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합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의 역사도 참 깊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은 4세기경 예루살렘에서 시작됩니다. 335년 9월13일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예수님의 무덤 위에 기념성당을 봉헌하고, 그 다음날인 9월14일 그의 모친 헬레나 성녀가 발견한 것으로 전해지는 성 십자가를 성당 안에 걸어 현양하여 신자들로 하여금 경배하도록 함으로 시작된 축일입니다.
후에 페르시아의 침입으로 성 십자가는 약탈당합니다만, 628년 동로마 제국의 황제 헤라클리우수가 이를 다시 찾아와 본래의 자리에 안치한 것을 기념하는 의미도 추가됩니다. 교황 세르지우스 1세(687-701)에 이르러 이 축일은 전체 교회가 기념하는 축일로 자리잡게 됩니다. 성주간 성 금요일 수난 예식중 십자가 경배시 노래했던 내용들은 얼마나 은혜로웠던지요!
“보라, 십자나무 여기 세상 구원이 달렸네, 모두 와서 경배하세.”
“주의 십자가를 경배하오며 주의 거룩하신 부활을 찬양하나이다. 십자나무를 통하여 온 세상에 기쁨이 왔나이다.”
“성실하다 십자나무 가장 귀한 나무로다, 아무 숲도 이런 잎과 이런 꽃을 못내리라.”
이 모두를 요약한, 십자나무 생명나무의 은혜를 노래한 오늘 감사송입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십자나무에서 인류구원을 이룩하시어, 죽음이 시작된 거기에서 생명이 솟아나고, 나무에서 패배한 인간을 나무에서 승리하게 하셨나이다.”
주님의 성 십자가는 영적승리의 표징도 됩니다. 잃었던 에덴동산을 찾아주신 파스카의 예수님은 당신 십자가의 생명나무에서 생명나무 열매인 성체를 모심으로 우리 모두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셨으니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이 참 고맙습니다. 축일의 유래는 제1독서 민수기에서 보다시피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유랑시 모세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 갑니다. 바로 구리뱀이 상징하는 바 주님의 성 십자가입니다. 불평으로 불뱀에 물려 죽어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대신한 모세의 간청에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너는 불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뱀에 물려 죽어가던 사람들은 모세가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은 구리뱀을 쳐다보면 살아납니다. 모세는 예수님의 예표가 되고 구리뱀은 성 십자가의 예표가 됩니다. 말 그대로 회개와 구원, 희망과 승리의 표징을 상징하는 주님의 성 십자가이며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친히 확인하십니다.
“하늘에서 내려온 이, 곧 사람의 아들 말고는 하늘로 올라간 이가 없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주님은 이 거룩한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미사 은총으로 우리 모두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누리며 살게 하십니다. 우리가 영원히 믿고 바라볼 사랑의 대상은 회개와 구원, 희망과 승리의 표징인 파스카 예수님의 성 십자가뿐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