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6.월요일 

성 고르넬리오(+253)와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1코린11,17-26.33 루카7,1-10

 

 

무엇이 주님을 감동시켜 치유케 하는가?

“겸손한 믿음”

 

 

“하느님 곁에 있는 것이 내게는 행복,

 이 몸 둘 곳 주님, 나는 좋으니

 하신 일을 낱낱이 이야기 하오리다.”(시편73,28)

 

“주님을 찬미하라 좋으신 하느님을,

 그 이름 노래하라 꽃다우신 이름을.”(시편135,3)

 

새벽 성무일도시 새롭게 와닿은 시편 성구입니다. 이런 시편기도 은총이 겸손한 믿음을 선사합니다. 겸손한 믿음이 지혜입니다. 겸손한 믿음이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입니다. 겸손한 믿음 또한 은총입니다. 겸손한 믿음이 주님을 감동시켜 치유에 이르게 합니다. 정말 청하고 싶은 은총이 겸손한 믿음입니다. 오늘 옛 현자의 말씀도 겸손한 믿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것을 배울 때는 바람처럼 빠르게 하고, 허물을 고칠 때는 우레처럼 과감하게 하라.”<다산>

 

이런 이들이 겸손한 믿음을 지닌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어제 주일 삼종기도후 교황님의 짧은 강론중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네가 참으로 예수님을 알아간다면 모든 것은 변화한다! 모든 것은 변화한다.”

 

참으로 주님을 알아갈 때 겸손한 믿음과 더불어 참나를 알게 되고 정화와 성화, 치유의 은총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장거리, 장시간의 해외 사목 방문후에도 한결같이 쉴사이 없이 일상에 충실하십니다. 사목여정후 함께 했던 분의 요약글 끝부분도 감동적이며 깊은 깨우침을 줍니다. 이 또한 겸손한 믿음의 은총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황님 자체가 신비로웠다. 사람들은 아열대 기후의 나라들안에서 이런 긴 여정의 어려움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의아해 한다. 그 반대다. 그것은 ‘위에로의 여정’(an upward journey)이었다! 숱한 이동과 거리, 비행시간으로 날마다 피곤했던 대신, 그분은 힘을 얻었다(He gained energy)! 그분은 다양한 나라의 젊은이들을 만났고, 수시로 준비했던 원고를 버렸고, 대화자들에 따라 대화 내용도 바꿨다. 자신의 영과 몸을 끊임없이 새롭게 하면서(refrsehing his spirit and body)! 88세 생신을 얼마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젊은이들가운데에서는 젊게 되었다(He became young).”

 

기도의 교황, 믿음의 교황입니다. 피곤으로 지친 '아래에로의 여정'이 아니라 날로 활력이 더해가는 '위에로의 내적 여정'이었으니 그대로 겸손한 믿음의 은총입니다. 이것은 제가 10년전 산티아고 800km 2000리 순례여정시 체험이기도 했습니다. 발바닥 물집 하나 없었고 피곤도 전혀 못느꼈으며, 산티아고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도 가벼이 날을 듯 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지금도 이런 활력으로 매일 강론을 쓰니 순전히 은총입니다.

 

오늘은 성 고르넬리오 교황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 기념일입니다. 두분 다 겸손한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교회를 충실히 섬겼던 친구들이였습니다. 251년 고르넬리오가 교황에 선출되었을 때 직면한 것은 박해가 아니라 교회내의 분열이었습니다. 교황의 입장은 배교자들도 회개 절차를 밟아 교회의 품안에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배교한 이들은 물론 살인, 간통, 두 번째 결혼의 경우 역시 다시 교회에 받아들이기를 단호히 거부하며 대립 교황으로 맞선 극단의 엄격주의자 로마의 사제 노바티우스의 이단에 맞서 교황은 치열히 투쟁했고, 여기에 결정적 도움으로 교황의 권위를 강화해 주었던 카르타고의 주교 치프리아노였습니다.

 

치프리아노는 일찍이, “하느님이 우리중 하나에게 곧 죽을 은총을 주신다면, 우리의 우정은 주님 앞에서 계속될 것이다.”라는 대목의 서한도 교황에게 보내며 영적우정을 돈독히 했습니다. 고르넬리오 교황은 갈루스 황제가 다시 그리스도교를 박해하던 253년에 순교했고, 교황중 최초로 무덤에 라틴어로 새겨진 “고르넬리우스 순교자(Cornelius Matyr)”라는 비문도 세워집니다. 이어 치프리아노 주교도 258년 발레리우스 박해시 참수형으로 순교했으며, 마지막 임종어는 “하느님께 감사!”(Thanks be to God!) 였습니다. 역시 주교님의 전생애를 요약한 겸손한 믿음의 표현이 "하느님께 감사!"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우리는 백인대장의 겸손한 믿음에 감동하게 됩니다. 병든 종을 고쳐주기 위한 그의 사랑이 겸손한 믿음으로 표현됩니다. 자기의 청에 오시겠다는 주님을 극구 사양하는 백인대장이요, 백인대장의 진정성에, 겸손한 믿음에 감동하신 주님은 당신을 따르는 군중에게 돌아서서 백인대장의 믿음을 칭찬하시며 치유의 은혜를 베풀어 주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이스라엘에서 이런 믿음을 본 일이 없다.”

 

심부름 왔던 이들이 집에 돌아가 보니 노예는 이미 건강한 몸이 되어 있었다 합니다. 오늘 제1독서는 주님 만찬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일치를 지향하는 주님의 만찬이 서로 배려와 존중이 결여되어 있고 분열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일치를 지향하는 만찬의 취지를 자상히 설명한 후 만찬을 먹으려고 모일 때에는 서로 기다려 주라고 간곡히 권합니다. 

 

끝까지 기다려 주었다 함께 나눠 먹고, 함께 주님 만찬에 참여하는 것 역시 겸손한 믿음의 표현입니다. 한마디로 서로 배려하는 사랑, 겸손한 믿음이 주님의 만찬을 위한 최상의 준비임을 깨닫습니다. 이 거룩한 미사중 백인대장처럼 겸손한 믿음을 고백하며 주님의 성체를 모실 때 공동체의 일치와 치유의 은총이겠습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 영혼이 곧 나으리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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