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7.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묵시15,1-4 루카21,12-19

 

 

하느님 중심의 영적 승리의 삶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

 

 

"내 마음은 주님 안에서 기뻐 춤추며,

 나의 힘은 하느님 안에서 높혀지는도다."(사무상2,1)

 

만추가 아니라 초겨울입니다. 11월7일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 지났고, 11월22일 소설도 지났는데 여전한 단풍이라 만추인줄 알았는데 지난밤 소리없이 첫눈이 내렸습니다. 지금도 펑펑 내리고 있는 눈으로 온누리가 흰눈꽃들 만발합니다. 바야흐로 온누리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하늘 은총이 시작되었음을 알립니다. 전쟁으로 점철된 세상에 평화로운 세상 살라고 온누리에 첫눈이 내립니다. 오래전 첫눈 내릴 때 쓴 “님의 편지”란 시가 생각납니다. 

 

“계속 쏟아지는 

 흰 눈발들

 님 보내시는 

 천상 편지

 

 하얀 그리움

 가득 담겨 있는

 님의 편지

 잔잔히 물결치는 마음

 

 글씨

 보이지 않아도

 다 알아 보겠네.”<2001.1.28.>

 

누구나 꿈꾸고 희구하는 평화로운 세상입니다. 희눈 덮인 온 세상, 모두가 원래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여 평화로운 세상을 살라는 교훈을 줍니다. 이렇게 눈이 온 날은 모든 안팎의 전쟁도 멈추고 하느님의 사랑을 관상하며 순수한 마음으로 지내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치열히 계속되는 전쟁입니다. 세계나 국내 상황이나 별 차이 없습니다. 흡사 치열한 내전상태를 방불케하는 국내 현실입니다. 솔직히 말해 좌우의 대결이기 보다는 상식과 비상식, 정의와 불의, 빛과 어둠, 선과 악, 참과 거짓, 생명과 죽음의 대결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이는 영적전쟁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평화를 추구하나 역설적으로 계속되는 전쟁입니다. 인간 무지의 적나라한 표현이 전쟁이 아닌가 싶습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모토가 되는 성구입니다. 예수님이야 말로 하느님의 전사로 궁극의 승리를 상징하는 분입니다. 오늘 말씀 역시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God,s final victory)가 그 핵심입니다. 예전 초등학교 운동회 시절, 청군-백군이 치열히 싸울 때 “브이아시티오알와’(VICTORY) 응원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쟁의 현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평화를 희구하나 엄연한 전쟁의 현실입니다. 

 

참으로 불멸의 하느님의 전사 예수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영적전투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수도생활 초창기부터 늘 강조해온, 죽는 그날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강조해야할 영적전쟁입니다. 수도자는 물론이고 믿는 모든 이가 죽어야 끝나는, 살아 있는 그날까지 끝까지 싸워야 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닌 예수님파 영원한 현역의 주님의 전사인 우리들입니다. 믿음의 전사, 희망의 전사, 사랑의 전사, 평화의 전사, 바로 평생 주님의 전사는 바로 우리의 신원입니다. 오늘 복음의 박해 상황은 그대로 영적전투 치열한 현실을 상징한다 싶습니다. 복음과 같은 박해상황은 아닐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현실에 맞게 이해하여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떤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겠다.”

 

영적전투중 최고의 힘이, 배경이 되는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모든 기회를 깨어 지혜롭게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증언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고, 겸손과 비움의 계기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그대로 당하면 치명적 상처로 남을 수 있지만 이런 증언이나 겸손, 비움의 계기로 삼는다면 영적성장으로 이어져 노련한 주님의 전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초연한 자유를 주기도 할 것입니다. 옛 어른의 지혜입니다.

 

“인생 또한 음악이 그러하듯 높은 소리와 낮은 소리가 어우러지는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라.”<다산>

 

상황에 일희일비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전투에서 패배해도 궁극의 전쟁에서 이기면 됩니다. 일승일패 병가상사(一勝一敗 兵家常事)라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는 것은 병가에서 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새롭게 시작함으로 영적전투에 임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좋은 영적탄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 절망으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 대죄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즐거움은 괴로움에서 나오니 괴로움은 즐거움의 뿌리다. 괴로움은 즐거움에서 나오니 즐거움은 괴로움의 씨앗이다.”<다산의 여유당전서>

새삼 즐거움과 괴로움은 하나의 실재이자 삶의 리듬임을 깨닫습니다. 역시 전쟁과 평화역시 하나의 실재이자 삶의 리듬이요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며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제 지론중 하나는 유혹에 빠져 “미풍을 태풍으로 만들지 말라는 것이며, 태풍은 즉시 미풍으로 전환시키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은총이자 지혜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씀이 참 고맙습니다. 그 누구도 삶의 중심인 주님께 깊이 뿌리내린 영혼은 추호도 다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믿음에서 순교의 죽음까지 가능했음을 봅니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인내입니다. 영적전쟁에서 인내하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가 됩니다. 인내의 믿음, 인내의 정주요 유불리의 모든 상황을 겸손과 비움의 계기로 삼는 자가 인내할 수 있습니다. 또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에 희망을 둔 자가 인내할 수 있습니다. 인내의 믿음은 하느님의 승리에 대한 희망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봅니다. 이런 하느님께 희망을 두지 않고는 인내의 믿음도 얼마 못가 무너져 내립니다. 

 

희망도, 인내의 믿음 역시 훈련입니다. 부단한 훈련을 통한 습관화로 알게 모르게 희망을, 인내의 믿음을 키우는 것입니다. 우리의 부단한 노력의 훈련에 이미 전제되어 있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바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 대한 답은 제1독서 묵시록이 줍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갈대 바다를 건넌 뒤에 모세가 이집트인들에게서 구원된 백성을 대신하여 감사노래를 부르는 것처럼(탈출15), 짐승을 눌러 이긴 신도들도 ‘유리바다’에 서서 하느님께 대한 감사를 노래합니다. 이는 바로 ‘어린양의 노래’이니 우리의 승리가 어린양이 거둔 승리에 동참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오늘 묵시록 15장 3-4절, ‘하느님의 종 모세와 어린양의 노래’는 우리 가톨릭교회가 매주 금요일 저녁성무일도시 바치는 찬미감사가입니다. 어린양이신 파스카의 주님과 함께 하루하루 평생 날마다 바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의 훈련과 습관이 우리의 희망과 인내의 믿음을 키우면서 영적승리를 담보하는 최상의 길임을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전례은총이 우리 모두의 영적승리의 대한 희망과 인내의 믿음에 결정적 도움을 줍니다.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 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솟나이다."(시편97,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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