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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9.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묵시20,1-4.11-21,2 루카21,29-33

 

 

하느님 나라의 꿈

“살아 있는 자들만 꿈꾼다!”

 

 

“보라, 하느님의 거처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묵시21,3ㄴ)

 

오늘 미사중 화답송 후렴이 큰 위로가 됩니다. 2012년 수도원 설립 25주년을 맞이하여 수도공동체의 역사를 회고하며 쓴 글의 주요 내용 넷이 지금도 선명히 떠오릅니다.

 

1.모든 것은 때가 있다.

2.모든 것은 필요했다.

3.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결론하여,

4.지금을 살아라(carpe diem)

 

이런 깨달음을 사는 이들이 진정 이상주의적 현실주의자들입니다. 이런 이들은 과거를 인정하고 긍정하나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를 삽니다. “만약?”이란 질문은 부질없는 공허한 질문입니다. 하느님은 나름대로 최선, 최상의 길로 인도해주셨음을 믿고 하루하루 선물로 주어지는 오늘, 여기서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적일수록 현실적입니다. 참으로 꿈꾸는 사람이 삽니다. 부단히 현실화되는 꿈입니다. 성서의 사람들, 한결같이 꿈꾸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꿈중의 꿈이 하느님 나라의 꿈입니다. 정말 사람은 꿈이, 비전이, 희망이 있어야 삽니다. 오래전 두 시가 생각납니다. 

 

“창문밖

 가난한 언덕

 

 보랏빛 은은했던

 제비꽃

 그 자리에

 

 샛노한

 민들레꽃

 감동의 그 자리에

 

 하얀 눈

 덮여 있다

 흰 눈 덮인 하얀 땅 

 

 보랏빛 

 샛노란 빛 

 봄꿈을 꾸고 있겠지”<1998.1.22.>

 

그해 겨울은 이 ‘봄꿈’이란 시로 마음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엊그제 뜻밖에 내린 많은 눈으로 온누리가 눈부신 눈꽃들로 가득합니다. 흰눈을 볼 때마다 요셉수도원을 각별히 사랑했던, 지금은 고인이 된 테제 마르코 수사의 “화이트 사일런스(white silence)” 하얀 침묵이란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저절로 하얀 침묵에 젖게 하는 흰눈이요, 여기서 피어난 “봄꿈”이란 시입니다. 초봄의 부활시기에 쓴 또 하나의 “살아 있는 것들만 꿈꾼다" 란 시도 생각납니다.

 

“살아 있는 것들만 꿈꾼다

 죽어 있는 것들은 꿈꾸지 않는다

 연초록 새싹으로

 화사한 꽃들로 피어나는

 봄꿈의 나무들!

 살아 있는 것들만 꿈꾼다”<2009.4. >

 

살아 있다 하나 꿈꾸지 않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참으로 살아 있는 자들은 꿈꾸는 자들입니다.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전례시간, 하느님을, 하느님의 나라를 꿈꾸는 시간이요 파견되면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나라 꿈을 실현하며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묵시록의 주인공 요한 사도야 말로 꿈꾸는 사람입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모든 것은 다 지난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오늘 묵시록입니다. 마침내 이런저런 과정을 통과한후 요한의 꿈이 꽃처럼 활짝 피어났고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집니다. 

 

“나는 또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하늘과 첫 번째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더 이상 없었습니다. 그리고 거룩한 도성 새 예루살렘이 신랑을 위하여 단장한 신부처럼 차리고 하늘로부터 하느님에게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진짜 하느님 나라의 꿈입니다. 눈만 열리면 오늘 지금 여기가 새 하늘과 새 땅이요 하느님 나라 꿈의 실현인 새 예루살렘입니다. 이런 하느님 나라의 꿈을 앞당겨 살게 하는 이 고마운 미사은총입니다. 과거가 현재를 만들기도 하지만 미래의 하느님 나라의 꿈이, 비전이, 희망이 현재를 만듭니다. 부단히 하느님 나라의 꿈을 현실화하면서 주님을 닮아 하느님 나라를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입니다. 

 

타고난 것들이 모두라면 절망이겠습니다만, 하느님께 희망을 둔 우리에게 날마다 새롭게 선택할 것은 무궁무진합니다. 무엇보다 하느님 나라의 꿈을, 희망을, 기쁨을, 평화를, 감사를, 행복을 선택하여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늘 나라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주님의 두 말씀이 우리에게 무한한 격려가 됩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28,20ㄴ)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16,3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님과 함께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하느님 나라의 꿈을 실현하며 사는 것입니다. 예수님 역시 꿈꾸는 사람이었습니다. 예수의 평생 꿈이 하느님 나라 꿈이요 예수님 자체가 하느님 나라 꿈의 실현이었습니다. 오늘 ‘무화과나무의 비유’를 통한 가르침이 참 고맙습니다.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되는 하느님 나라의 표징인 이런 일들입니다.

 

“너희도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하느님의 나라는, 주님의 말씀은 사라지지 않고 영원합니다. 지금 연중 마지막 34주간은 성서주간입니다. 주제 성구 “지혜의 시작은 가르침을 받으려는 진실한 소망이다.”(지혜6,17)라는 말씀처럼 주님의 말씀을 갈망하고 배울 때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새삼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실천하는 일이 하느님 나라의 꿈과 실현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오늘 여기서 하느님 나라의 꿈을 실현하며 영원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당신 집에 사는 우리들!

 우리들은 영원토록 당신을 찬양하리이다.

 

 행복하여라, 당신께 힘을 얻은 우리들!

 우리들은 더욱더 힘차게 나아가리이다.”(시편84;6,8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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