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6.대림 제1주간 금요일                                                                  이사29,17-24 마태9,27-31

 

 

개안의 여정

“눈먼 무지의 병에 대한 근원적 처방은 

주님과의 만남뿐이다”

 

 

“주님은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시편27,1)

 

교황님의 카리타스 대표단에 주신 말씀이 참 신선했습니다.

“Be teachers of wisdom(지혜의 교사가 되어라)”

어지러운 세상에서 참으로 필요한 어른은 지혜의 교사일 것입니다. 지식이나 재능이 아닌 지혜의 덕입니다. 옛 현자의 지혜로운 말씀입니다.

“덕이 모자라서 패가망신한 수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사람을 볼 때, 그 재능만 바라보고 추앙한다.”<다산>

“나라를 어지럽힌 신하와 집안을 망하게 했던 자식은 재주는 넘치지만 덕이 부족하다. 이로써 거꾸러진 자가 많다.”<자치통감>

완벽한 재능보다는 뭔가 부족하고 모자라 보이는 겸손한 이들의 적당한 빈틈은 결점이 아니라 오히려 덕이자 지혜요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오솔길 아늑한 사진과 더불어 수도형제와 주고 나눈 덕담이 있어 나눕니다.

“시가 나올 것 같은 그림이지요.”

“그림 자체가 시네요.”

이어 짧은 시를 전했습니다.

 

“오솔길

 넘어

 임 계신 곳

 주님의 빛속에

 걸어들 가자

 오늘도

 내일도

 우리 함께”

 

즉시 받은 답글입니다.

 “저는 저 길 넘어 모레 엄마 보러 갑니다.ㅎㅎ”

 

엄마가 있어 고향집 휴가입니다. 우리의 본향은 임계신 곳 천상의 아버지의 집이고 지상에서 천상을 향한 순례여정중의 삶입니다. 믿는 이들 누구나 이런 ‘본향집에 대한 향수(homesick at home)’를 지니고 있는 법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눈먼 두 사람이 우리의 근원적 갈망을 대변합니다. 

 

어찌보면 대다수가 무지의 눈먼 사람들 같습니다. 요 몇 년간 동방영성에서 주요 소재가 되는 순전히 지혜의 결핍인 무지에 대해서 얼마나 강조했는지 모릅니다. 무지의 죄. 무지의 악, 무지의 병, 무지의 해악은 인간 재앙과 불행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비상계엄의 내란 행위도 그대로 무지의 절정을 보여줍니다. 오죽하면 “미쳤다, 바보다”라는 말이 나오겠습니까? 사람을 미치게 하는, 바보로 만드는 무지의 죄악입니다.

 

무지에 눈멀면 답이 없습니다. 무지의 벽이라면 지혜의 문입니다. 대하다 보면 답답하고 불편한 벽같은 불통의 사람은 완고한 무지의 사람이고 가슴이 탁 트이고 편안하게 하는 소통의 사람은 온유한 지혜의 문같은 사람입니다. 눈먼 무지에 대한 답은 지혜의 원천인 주님과의 만남뿐입니다. 복음의 눈먼 사람은 믿음의 눈은 활짝 열렸기에 주님만이 구원임을 깨달아 부르짖습니다.

 

“다윗의 자손이시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빛이신 주님을 보고자 하는 갈망이 믿음의 눈을 활짝 열어주었고 이어지는 주님의 응답입니다. 이런 심정으로 자비송을 바치며 미사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느냐?”

“예, 주님!”

“너희가 믿는 대로 되어라.”

눈이 열린 이들은 예수님에 관한 이야기를 그 지방에 두루 퍼뜨립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무지의 눈이 활짝 열려 어둠에서 벗어난 두 맹인입니다. 그대로 대림시기는 이사야 예언이 실현되는, 날로 믿음의 눈이 열려가는 개안의 여정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날에는 귀먹은 이들도 책에 적힌 말을 듣고. 눈먼 이들의 눈도 어둠과 암흑을 벗어나 보게 되리라. 겸손한 이들은 주님 안에서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가난한 이들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분 안에서 즐거워하리라.”

 

주님만이 참된 기쁨에 행복이요 참된 지혜요 부요임을 깨닫습니다. 바로 복음의 겸손하고 가난했던 두 맹인은 이런 주님을 만났고 이제 온전히 날로 주님을 찾아 지혜로워지는 개안의 여정을 살게 되었습니다. 주님과의 만남중에 날로 눈은 열려 밝아지고 벽은 차차 변하여 문이 됩니다. 참으로 추구할바 개안이요 지혜입니다. 날로 작아지는 무지의 벽과 더불어 날로 넓어지는 지혜의 문이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벽이 없이 온통 사면팔방으로 활짝 열린 지혜의 문, 생명의 문, 사랑의 문, 진리의 문이셨던 분입니다. 무지에 대한 근원적 처방이자 답은 지혜자체이신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뿐입니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무지의 병을 치유하시어 날로 지혜로워지는 개안의 여정을 살아가게 하십니다. 

 

“주님께 청하는 오직 한 가지, 

 나 그것을 얻고자 하니,

 내 한평생, 주님의 집에 살며, 주님의 아름다움 바라보고,

 그분의 성전 우러러보는 것이라네.”(시편27,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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