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8. 연중1주간 토요일 히브4,12-16 마르2,13-17
따름의 여정
“ 자녀답게, 제자답게”
스승이신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해 따라 나선 제자들입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습니다. 주님의 제자로서 주님의 제자답게, 또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것이 책임적 존재로서 합당한 처신입니다. 오늘 옛 현자의 말씀도 제자직의 삶에 좋은 도움이 됩니다.
“공부란 매일 보던 풍경을 낯설게 보며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다산>
“가난하면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면서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가난하면서도 즐겁고 부유하면서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논어>
참으로 제대로된 제자라면 이처럼 늘 새롭고 자유로울 것입니다. 주님을 찾고 따르는 진리 추구의 여정이 우리를 새롭고 자유롭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레위를 부르시고 레위는 주님을 따라나섭니다. 주님의 부르심이 선행하니 말그대로 부르심의 은총입니다. 그러나 부르심에 선행하는 부름받은 자의 주님을 찾는 갈망입니다. 주님을 찾는 갈망이, 열망이, 그리움이 성소의 동기가 됩니다.
길을 지나시던 길이신 주님은 세관에 앉아 있는 알페오의 아들 레위를 보시고 말씀하십니다. 세관에 홀로 외롭게 앉아있는 레위의 갈망을 한눈에 알아채셨음이 분명합니다.
“나를 따라라.”
레위를 구원한 말씀입니다. 레위는 즉시 일어나 주님을 따라나서니 그의 갈망을 반영합니다. 주님을 만남으로 삶의 방향을 찾은 레위입니다. 삶의 방향을 찾지 못해 삶의 의미를, 삶의 중심을 잃고 방황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레위를 부르신 주님은 오늘 우리를 부르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현재로 현존하시며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이십니다. 히브리서 저자가 명쾌하게 주님의 정체를 밝힙니다.
“우리에게는 하늘 위로 올라가신 위대한 대사제가 계십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우리가 고백하는 신앙을 굳게 지켜 나아갑시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는 대사제가 아니라, 모든면에서 우리와 똑같이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가 계십니다. 그러므로 확신을 가지고 은총의 어좌로 나아갑시다. 그리하여 자비를 얻고 은총을 받아 필요할 때에 도움이 되게 합시다.”
우리가 따르는 전능하신 주님은 하느님 어좌에 좌정하시면서 동시에 우리와 함께 하시는 초월(超越)과 내재(內在)의 주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레위를 부르시어 제자공동체에 합류시킵니다. 과거는 불문에 붙이시고 오늘부터 늘 현재를 살게 하십니다. ‘홀로’의 고립단절의 방향없는 삶에서 이젠 ‘더불어’ 주님을 따르는 제자공동체에 속한 레위입니다.
흡사 교회공동체에서 더불어 주님을 따르는 우리의 처지와 흡사합니다. 그러니 주님을 따르는 여정은 혼자가 아닌 더불어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역시 우리와 함께 하시는 더불어의 주님이십니다.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식탁공동체에 이의를 제기하는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에 대한 주님의 답변이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예수님을 통해 환히 드러나는 자비로운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우리 모두가 부름받아 치유받아야 할 병자들이요, 용서받아야 할 죄인들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나서 부른 것이 아니라 병자요 죄인이라 부르신 것입니다. 세상에 병자아닌 사람, 죄인아닌 사람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주님께서 불러주신 은총에 대한 자각에서 저절로 샘솟는 겸손과 감사의 마음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은, 우리의 따름은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는 평생과정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살아있는 그날까지 주님은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는 겸손과 감사의 한결같은 자세로 주님을 따릅니다. 죽어야 끝나는 부르심과 따름의 여정입니다.
삶은 은총이자 과제입니다. 부르심의 은총에 응답하여 끝까지 한결같이 따르는 과제를 이행해야 하는 우리들입니다. 기도와 더불어 말씀 공부가 필수입니다. 말씀은 생명이자 빛이자 주님의 현존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내발에 등불, 나의 길을 비추는 빛입니다. 히브리서 저자가 말씀의 본질을 명확히 밝힙니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같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떠한 피조물도 감추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그분 눈에는 모든 것이 벌거숭이로 드러나 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었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말씀입니다. 저절로 자녀다운 삶, 제자다운 삶이 아닙니다. 살아 있다고 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평생 말씀 공부로 하느님의 말씀과 영혼이 일치되야 비로소 진실하고 투명한 살아 있는 삶입니다. 비로소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 주님의 제자다운 삶입니다. 날마다의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답게, 주님의 제자답게 살게 하십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