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닮의 여정 -만남, 회심, 변화, 선포-2022.1.25.화요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2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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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5.화요일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사도22,3-16 마르16,15-18

 

 

예닮의 여정

-만남, 회심, 변화, 선포-

 

 

쏜살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강물같이 흐르는 세월입니다. 34년째 수도원에서 정주하다 보니 흐르는 세월이 보이는 듯 합니다. 주변 친지들의 변한 모습을 보면 또 지난 사진을 보면 세월의 흐름을 실감합니다. 살아온 세월보다는 남은 세월은 점점 짧아집니다. 2014년 안식년중 산티아고 순례후 참 많이 강론 주제에 오른 말마디가 ‘삶의 여정’입니다. 

 

무한한 여정이 아니라 유한한 여정입니다. 목적지 없는 여정이 아니라 믿는 이들에게는 하느님의 집이라는 너무 분명한 목적지 뚜렷한 여정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구원자 그리스도 주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이자 하느님의 집으로의 귀가의 여정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무에로의 환원이 아니라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입니다.

 

하루하루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 날짜도 가까워집니다. 과연 하루하루 예수님을 닮아가는 귀가의 여정인지요. 제가 늘 살펴보는 바, 삶의 여정중 현재의 위치입니다. 일일일생 하루로 압축할 때, 일년사계로 압축할 때 어느 지점에 위치해 있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수차례 밝혔습니다만 제 경우 하루로 압축하면 오후 4시, 일년사계로 압축하면 초겨울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저절로 삶의 환상이나 거품은 사라지고 오늘 지금 여기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추구하게 됩니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 주님의 선물인지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요즘 산책중 여전히 즐겨 부르는 노래는 ‘바다’와 ‘늙은 군인의 노래’입니다. 바다를 노래하면서는 ‘희망과 행복의 삶’을 선택하며, 늙은 군인의 노래를 노래하면서는 영원한 현역으로서 주님의 전사로서의 전의를 새로이 합니다. 참으로 죽는 그날까지 영적 전투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주십사 기도하는 마음입니다.

 

오늘은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이자 1월18일부터 시작한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주간이 끝나는 날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일치의 중심에는 그리스도 예수님이 계시고 예수님과 더불어 예수님을 가장 닮은 예수님과 일치의 절정을 살았던 성 바오로 사도가 계십니다. 참으로 불가사의의 하느님 섭리의 인물이 성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주님과의 만남-회심-내적변화’의 일련의 과정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회심 역시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주도하시는 은총이요, 이에 앞서 진리를 찾는 우리의 갈망이, 열정이 전제됨을 봅니다. 

 

참으로 내면 깊이에서 당신을 찾는 바오로의 갈망을 알아채신 주님은 오랫동안 기다려 오다 마침내 때가 되자 결정적 순간에 개입하십니다. 늘 읽어도 새롭고 감동적인 박진감 넘치는 장면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친히 고백한 내용으로 다마스쿠스 도상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

“주님, 주님은 누구십니까?”

“나는 네가 박해하는 나자렛 사람 예수다.”

“주님, 제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일어나 다마스쿠스로 들어가거라. 장차 네가 하도록 결정되어 있는 모든 일에 관하여 거기에서 누가 일러 줄 것이다.”

 

주님과 사울과의 대화가 너무 진지합니다. 박해받는 신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주님입니다. 주님과 형제들은 하나입니다. 결코 분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형제들 하나하나가 주님의 현존이자 지체입니다. 형제들에 대한 박해나 무시는 바로 주님께 대한 박해와 무시라는 사실이 정신 번쩍 들게 합니다. 그러니 형제들에 대한 존중과 사랑과 신뢰는 그대로 주님께 대한 존중과 사랑, 신뢰라는 것입니다.

 

사울과 함께 있던 이들을 빛은 보았지만 주님과 대화하는 것은 듣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주님과 사울의 내밀한 만남의 체험입니다. 아마 주님과의 특별한 은총의 만남의 기억은 바오로 사도의 평생 삶에 샘솟은 활력의 원천이 되었을 것입니다.

 

만남과 동시에 발생한 회심입니다. 누구나 바오로와 같은 비상한 회심 체험을 기대할 필요는 없습니다. 회심은 은총이기에 사람마다 회심의 양상은 다 다릅니다. 분명한 것은 평생 주님과의 만남은 끊임없이 계속되며, 만남과 더불어 회심 역시 알게 모르게 계속된다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명심할 바, 우리 삶의 여정은 ‘주님과 만남의 여정’이자 동시에 ‘회심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주님과의 만남도 회심도 은총이자 일종의 훈련입니다. 바로 우리 수도자는 물론 믿는 이들은 하루하루 날마다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를 통해서 주님을 만나고 회심을 체험합니다. 주님의 주도적인 은총 안에서 만남과 회심의 일상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영성훈련이 바로 공동전례기도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기도와 공부와 일이 조화된 수도원의 일과표를 만남의 시스템, 회개의 시스템이라 즐겨 부르곤 합니다.

 

사울에 대한 예수님의 배려가 참 치밀하고 섬세합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율법에 따라 사는 독실한 사람으로 모든 유다인에게 좋은 평판을 받고 있던 당신 섭리의 사람, 하나니아스를 준비시킨 것입니다. 

 

“사울 형제, 눈을 뜨십시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선택하시어, 그분의 뜻을 깨닫고 의로우신 분을 뵙고 또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게 하셨습니다. 당신이 보고 들은 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하는 그분의 증인이 되라는 것입니다. 일어나 그분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주님과의 극적인 만남으로 눈을 뜬 사울입니다. 마침내 눈먼 열심의 무지한 사울이 주님을 만남으로 눈이 활짝 열린 것입니다. 이제는 완전히 내적으로 변화된 사울입니다. 만남과 회심에 이은 내적변화입니다. 세례를 받고 죄를 용서받음으로 완전히 새로 태어난 사울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례를 받았고 죄를 용서받았지만 회심 이후의 사울처럼 만남과 회심, 내적 변화의 여정은 죽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러니 주님과의 만남, 회심, 내적변화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모두가 지향하는바 바로 복음 선포 사명의 실천입니다. 복음 선포의 실천과 더불어 주님과의 만남과 회심, 내적변화도 활발해 집니다. 이기적 자기도취의 관상이 아니라 세상에 활짝 열린 복음 선포 활동으로 전개되어야 비로소 회심의 완성이라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훌륭한 복음 선포자의 삶이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주님과의 만남과 회심, 내적변화가 전제되어야 함을 봅니다. 예외 없이 회심한 모든 이들에게 주님으로부터 주어지는 장엄한 복음 선포의 사명입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이마다 복음 선포의 양상은 다양합니다. 분명한 것은 오늘 지금 여기 우리 삶의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요 복음 선포의 현장이라는 것입니다. 구원과 단죄 역시 우리의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선택하여 믿고 세례를 결행할 때 구원이고 믿지 않을 때 단죄이니 말입니다. 주님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단죄의 심판입니다. 

 

타고난 바꿀수 없는 것도 많지만 새삼 하루하루 선택할 수 있는 것도 무궁무진 끝이 없습니다. 선택의 은총이요 선택의 자유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만남을, 회심을, 변화를, 복음 선포를, 구원을, 행복을, 감사를, 생명을, 기쁨을, 평화를, 자유를,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진리를, 선을, 아름다움을 선택하여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나라를 사는 것입니다. 이보다 더 좋은 존재론적 복음 선포의 삶도 없습니다.

 

그러나 이 좋은 모든 긍정적인 덕목들은 생명과 빛이요, 신망애의 주님만을 선택하여 살 때 저절로 따라오는 것임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참으로 주님을 선택할 때 모든 좋은 것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제 좋아하는 미사중 감사기도 다음 경문이 이를 입증합니다.  

 

“아버지께서는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에 온갖 좋은 것을 다 베풀어 주시나이다.”(감사기도 3양식)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참 좋은 주님을 선택하여 삶으로 오늘 지금 여기서 행복한 하늘 나라의 삶을 살도록 도와주십니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모든 민족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모든 겨레들아.

우리 위한 주님 사랑 굳건하여라,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여라.”(시편117,1.2ㄱ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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