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중심의 삶 -지혜 훈련의 달인 그리스도 예수님-2023.2.21.연중 제7주간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2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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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21.연중 제7주간 화요일                                                          집회2,1-11 마르9,30-37

 

 

 

하느님 중심의 삶

-지혜 훈련의 달인 그리스도 예수님-

 

 

 

“주님께 네 길을 맡겨라.

 그분이 몸소 해 주시리라.”(시편37,5)

 

내일 2월22일은 재의 수요일로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날입니다. 이제 바야흐로 지혜 훈련의 시기가 시작된 듯 합니다. 지혜 역시 훈련입니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예수님은 얼마나 지혜의 훈련이 잘 된 분인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말그대로 지혜 훈련의 달인이자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집회서의 내용은 지혜에 대한 가르침을 모아 놓은 듯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몸소 익힌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련 속에서 주님을 경외함”이란 소주제로 전개되는 사순시기를 앞둔 우리에게도 참 적절한 지혜로운 가르침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중심의 삶에 적절한 지혜로운 삶의 자세입니다. 어느 하나 생략할 수 없는 주옥같은 내용이라 전문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인용합니다. “얘야(My child)”로 시작되는 말씀이 우리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하는 듯 합니다.

 

“얘야, 주님을 섬기러 나아갈 때

 너 자신을 시련에 대비시켜라.

 

 네 마음을 바로잡고 확고히 다지며

 재난이 닥칠 때 허둥대지 마라.

 

 주님께 매달려 떨어지지 마라.

 네가 마지막 날에 번창하리라.

 

 너에게 닥친 것은 무엇이나 받아들이고

 처지가 바뀌어 비천해지더라도 참고 견뎌라.

 

 금은 불로 단련되고

 주님께 맞갖은 이들은 비천의 도가니에서 단련된다.

 

 질병과 가난속에서도 그분을 신뢰하여라.

 그분을 믿어라. 그분께서 너를 도우시리라.

 너의 길을 바로잡고 그분께 희망을 두어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그분의 자비를 기다려라.

 빗나가지 마라, 넘어질까 두렵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그분을 믿어라.

 너희 상급을 결코 잃지 않으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아,

 좋은 것들과 영원한 즐거움과 자비를 바라라.

 그분의 보상은 기쁨을 곁들인 영원한 선물이다.

 

 지난 세대를 살펴보아라.

 누가 주님을 믿고서 부끄러운 일을 당한 적이 있느냐?

 누가 그분을 경외하면서 지내다가 버림받은 적이 있느냐?

 누가 주님께 부르짖는데 소홀히 하신 적이 있느냐?

 

 주님께서는 너그럽고 자비하시며

 죄를 용서하시고 재난의 때에 구원하신다.”(집회2,1-11)

 

사순시기 지혜의 훈련 내용이 참 명쾌하고 분명합니다. 말그대로 하느님 중심의 삶 자체가 지혜로운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너그럽고 자비하십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아가는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은 주님께 매달려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분을 신뢰하고, 그분을 믿고, 그분께 희망을 두고, 그분의 자비를 기다립니다. 사실 제 주변에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악조건 속에서도 저를 부끄럽게 하는 이런 지혜의 훈련에 철저한 이들이 꽤 많습니다.

 

철저히 주님 중심의 삶에 전력 투구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대로 치열한 지혜 훈련, 지혜 추구의 삶입니다. 예수님 몸소 지혜 훈련의 달인으로서 그 모범을 오늘 복음에서 보여주십니다. 말그대로 오합지졸, 동상이몽의 제자들 공동체입니다. 제자들과 함께 하는 예수님의 공동체 삶이 얼마나 어려우셨겠나 능히 짐작이 갑니다.

 

수난과 부활을 두 번째로 예고하시는 예수님의 내면은 많이도 착잡하셨겠지만 얼마나 믿음과 인내, 희망의 내적 훈련이 잘 되셨는지 전혀 동요함이 없이 지극히 침착하게 가르치십니다. 이런 수난과 부활의 예고에도 불구하고 철부지 제자들은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는 문제로 논쟁을 벌입니다.

 

제자들에게 포착되는 바, 경청의 자세가 전혀 아니라는 것입니다. 경청은 제자들의 기본자세입니다. 경청해야 순종할 수 있고 비로소 배울 수 있습니다. 이들이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의 예고 말씀을 마음 깊이 경청했더라면 경솔, 경박하게 누가 크냐는 논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경청과 겸손은 함께 갑니다. 주님은 이어 제자들에게 겸손을 가르치십니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참 영성의 잣대요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첫째가는 제자가 되려하는 자는 꼴찌가, 섬김의 종이, 겸손한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영성이 있다면 종과 섬김의, 겸손의 영성이 있을 뿐이요, 직무가 있다면 단 하나 섬김의 직무만 있을 뿐입니다.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어원도 같습니다. 참으로 주 예수님을 닮아 종이 되어 섬김의 영성을 살아가는 겸손한 이에게는 적이 없습니다. 말그대로 겸자무적謙者無敵입니다. “종들의 종”으로 정의한 교황에 대한 그레고리오 대종의 언급도 적절합니다. 참 향기롭고 아름다운 사람이, 감동을 주는 사람이 종과 섬김의 영성에 투철한 겸손한 사람이겠습니다.

 

경청과 겸손에 이어 환대입니다. 참으로 경청과 겸손, 환대의 훈련은 그대로 지혜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주님은 어린이 하나를 껴안으시시며 환대에 관한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여기서 어린이가 상징하는 바는 천진무구한 그런 어린이가 아니라 약하고 병들고 불쌍하고 측은하고 가련한 주변으로 밀려난 소외된 인간 존재를 상징합니다. 성서의 언어로 하느님께만 희망을 둔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인 “아나뷤(anawim)”을 상징합니다. 

 

바로 이런 아나뵘의 노래 모음집이 우리가 매일 기도로 바치는 시편집입니다. 부단히 우리의 무딘 마음을 두드리며 회개를 촉구하는 오늘의 아나뷤들입니다. 제 주변에도 도움을 청하는 이들이 자주 있지만 제대로, 제때에 응답하지 못해 강론 쓰는 지금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바로 이런 가난한 이들을 환대하라는 것입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나를 받아 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린이로 상징되는 가난한 이들을 환대함이 바로 예수님을, 하느님을 환대하는 것이란 놀라운 말씀입니다. 바로 친히 가난한 이들의 배경이 되시면서 이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예수님이요 하느님이십니다. 그러니 지혜의 훈련에 환대의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하라는 베네딕도 성인의 가르침도 규칙에 명문화되어 있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사순시기 만반의 준비를 하시고 하루하루 날마다 영성훈련, 지혜의 훈련에 충실하시기 바랍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지혜의 훈련에 좋은 도움이 됩니다.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여라.

 그러면 너는 길이 살리라.”(시편37,2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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