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사랑의 여정 “사랑의 전사, 사랑의 학인, 사랑의 형제”2023.10.29.연중 제30주일 탈출22,20-26

by 프란치스코 posted Oct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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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9.연중 제30주일 탈출22,20-26                                             1테살1,5ㄴ-10 마태22,34-40

 

 

 

더불어 사랑의 여정

 “사랑의 전사, 사랑의 학인, 사랑의 형제”

 

 

 

“주님을 찾는 마음은 기뻐하여라.

 주님과 그 권능을 구하여라. 언제나 그 얼굴을 찾아라.”(시편105,3-4)

 

오늘 입당송 시편도 은혜롭습니다. 방금 우리는 하느님께 간절한 마음으로 화답송을 노래했습니다. 

 

“하느님, 내 힘이시여, 내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수도사제 생활, 만34년 참 많이도 강론에 인용했던 주제가 ‘사랑’입니다. 사랑에도 간절해야 합니다. 사랑은 ‘감상하라’ 있는 것이 아니라 ‘고백하라’, ‘살라’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삶’을 살라고 ‘사람’입니다. 사랑해서 사람입니다. 바로 이것이 사람의 정의입니다. 언제 들어도 마음 설레게 하는 사랑이란 말마디입니다. 

 

하루하루 사랑하라 하느님께 주어지는 선물의 하루입니다. 사랑하기에도 턱없이 짧은 인생, 미워하고,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불안해 하고, 아파하고, 걱정하고 지내기엔 너무 억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그날이 아닌 오늘 지금 여기 가까이에서부터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래야 인생 허무하지 않습니다. 후회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삶의 의미이며 모두입니다. 마지막 심판도 사랑에 의한 심판입니다. 

 

인생 무지에 대한 답도, 인생 허무에 대한 답도 사랑뿐입니다. 사랑밖에 길이 없습니다. 사랑밖에 답이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하느님 사랑에 목말라, 하느님 사랑에 배고파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최고의 사랑의 선물이 저는 감히 사랑의 성체성사 미사라 말하고 싶습니다. 도대체 미사없이, 하느님 없이, 예수님 없이, 이 삭막한 광야인생 무슨 맛으로, 무슨 기쁨으로, 무슨 재미로 어떻게 살아갈까 싶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사랑이야기는 끝이없습니다.

 

가을은 기도의 계절입니다. 9월 순교자 성월에, 10월은 묵주기도 성월, 11월은 위령성월 말그대로 기도의 계절입니다. 그러다 보면 한해도 훌쩍 떠나버립니다. 기도의 계절에 이어 수확의 계절입니다. 저는 여기에 하나를 더 붙입니다. 산많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황홀한 단풍사랑으로 불타오르니 “사랑의 계절”, 얼마나 멋집니까? 기도는 사랑입니다. 기도의 계절은 저절로 사랑의 계절이 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에는 시의 계절이라 할만큼 시도 유난히 많습니다. 예전에 써놨던 두편의 시를 나눕니다.

 

“가을엔 이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모두가 이쁘다

 작은 풀잎, 나뭇잎들,...

 작은 것들 하나하나도 

 사랑으로 타오르는 단풍되니

 모두가 이쁘다”-2000.11.16.

 

 “이 좋은 가을날

  산에 갈 수도 없다

  산을 가져올 수도 없다

  아예 산되어 살기로 했다

  단풍물든 장엄한 가을산으로

  사랑하는 이여

  놀러오지 않으렴?

  넉넉하고 편안한 가을산

  내 사랑의 품으로”-1999.10.26.

 

20년 훨씬 지난 시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때로 빈손으로 왔다 미안해할 때 가장 많이 드리는 바로 다음 한마디입니다.

 

“형제님 자체가 참 좋은 사랑의 선물입니다. 그런데 무슨 선물이 필요합니까? 형제님 자체가 하느님의 참 좋은 사랑의 선물입니다.”

 

언젠가 꽃 한송이를 가져온 분에게는 다음 같이 짧은 시를 써드리며 위로하고 격려했습니다.

 

“꽃이 꽃을 가져오다니요, 

 그냥 오세요, 

 당신은 꽃보다 더 예뻐요.” 

 

사실 마음 예쁜 사람은 꽃보다 더 예쁘고 빈손으로와도 반갑고 기쁩니다. 답은 사랑뿐입니다. 허무와 무지의 어둠을 밝히는 것도 사랑의 빛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나하나의 사람을 통해 반사하는 하느님 사랑의 빛입니다. 이 미사분위기가 이처럼 밝은 것은 여러분이 주님의 반사체가 되어 주님의 빛을 반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우리 인생 여정은 사랑의 여정입니다. 날로 사랑 깊어지는 사랑의 여정입니다. 

 

평생 공부가 사랑이요 우리는 졸업이 없는, 죽어야 졸업인 “사랑의 학교”에 재학중인 사랑의 학인입니다. 아무리 사랑을 공부해도 사랑에는 영원한 초보자일뿐입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평생 보고 듣고 배우고 실천해야 할 사랑공부입니다. 평생 사랑의 학인에 이어 평생 사랑의 전사인 우리들입니다. 사랑의 학교에 이어 사랑의 전쟁입니다. 영원한 현역의 사랑의 전사인 우리들 역시 죽어야 끝나는 사랑의 영적전쟁입니다. 살아 있는 그날까지 온힘을 다해 사랑의 전투를 해야 하는 평생 사랑의 전사인 우리들의 신원입니다.

 

다음은 평생 형제로, 사랑의 형제로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모신 하느님 가정내의 한 형제자매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신원입니다. 사랑의 여정앞에 반드시 놓아야 할 말마디가 “투게더together”, 즉 “더불어”입니다. 그러니 혼자가 아닌 더불어의 사랑의 여정입니다. 평생 사랑의 학인에 학우애學友愛가, 평생 사랑의 전사에 전우애戰友愛가, 평생 사랑의 형제에 형제애兄弟愛가 저절로 따라 오기 마련입니다. 이게 바로 주님의 제자들인 우리의 삼중신원입니다.

 

무슨 사랑입니까? 우리의 영원한 사랑이신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명쾌하게 밝혀주십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믿는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사랑의 의무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는 이와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끊임없이, 한결같이 사랑할 때 비로소 행복한, 자유로운, 부요한 사람입니다.  사랑할 때 영혼 건강, 정신 건강, 마음 건강입니다. 만병통치약이 사랑이요 만병의 근원이 사랑 결핍입니다. 끊임없이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자존감 높은 사람이요 존엄한 품위의 기품있는 사람입니다. 사랑역시 적극적 의지의 선택이요 실행입니다. 온 마음, 온 목숨, 온 정신을 다하여 주 우리 하느님을 선택하여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결같은, 끊임없는 사랑의 훈련, 사랑의 습관입니다. 그러니 사랑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영적도식이 선택-훈련-습관입니다. 바로 이런 사랑의 영성훈련과 습관화를 위해 여기 수도자들은 평생 날마다 바치는 사랑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은 분리된 것이 아닙니다. 구별할 수는 있어도 분리할 수는 없습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은 하느님을 사랑하듯 온 마음, 온 목숨, 온 정신으로 일상의 삶을, 수행들을 사랑합니다. 저도 주님 사랑하는 온 마음으로 강론을 씁니다. 진정한 하느님 사랑은 저절로 이웃사랑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이웃사랑은 물론 자기사랑, 자연사랑으로까지 연장됩니다. 하느님 사람의 진위를 검증하는 잣대가 이웃사랑, 자기사랑, 자연사랑입니다. 저는 이웃사랑에 반드시 자기사랑, 자연사랑을 추가합니다. 그리하여 사랑의 이중 계명은 사랑의 사중계명이 됩니다.

 

오늘 제1독서 탈출기는 이웃 사랑의 실례를 보여주는 약자 보호법입니다. 

1.너희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된다.

2.너희는 과부나 고아도 억눌러서는 안된다.

3.너희가 내 백성에게, 가난한 이에게 돈을 꾸어주었으면 그에게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주님은 못박듯이 말씀하십니다. 

“나는 자비하다.”

주님은 친히 약자들의 보호자되심을 확언하십니다. 참으로 약하고 병든이들의 배경이 되어주시는 하느님을 생각한다면 주님을 대하듯 이들을 대하게 될 것입니다. 루가복음중 주님의 평지설교의 결론같은 말씀도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평생 주님을 닮아갈수록 자비로운 사람입니다. 그러니 사랑의 여정은 예닮의 여정, 하닮의 여정이 됩니다. 날로 주님을 닮아가고 있는 자비의 얼굴인지 주님 거울에, 미사 거울에 비춰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이 회개와 사랑입니다. 하느님 앞에 회개 없이는 겸손도, 사랑도 없습니다. 늘 새로운 시작도, 늘 새로운 사랑도 회개를 통해 가능합니다. 사랑의 여정과 함께 가는 회개의 여정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테살로니카 신도들에 대한 끝없는 사랑과 신뢰가 깊은 울림을 줍니다.

 

“여러분은 환란 속에서도 성령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말씀을 받아들여 주님을 본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여러분은 어떻게 우상들을 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서서 살아 계신 참 하느님을 섬기게 되었는지, 또 여러분은 어떻게 하느님께서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일으키신 그분의 아드님, 예수님께서 하늘로부터 오실 것을 기다리게 되었는지 말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우상들을 말끔히 털어버리고 하느님께 돌아서서 살아 계신 참 하느님을 섬기는 일이 바로 참 좋은 회개입니다. 날마다 끊임없는, 한결같은 회개를 통해 오롯한 마음, 오롯한 눈길로 오시는 주 예수님을 맞이하는 우리들이요, 이런 회개의 은총으로 날로 순화純化되고 성화聖化되고 심화深化되는 우리의 사랑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평생 주님의 전사가, 주님의 학인이, 주님의 형제가 되어 “더불어 사랑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주님은 살아 계시다! 

 나의 반석 찬미받으시리니, 

 내 구원의 하느님 드높으시다.”(시편18,4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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